설렘 속에 만난 들꽃
"으악~~ 이를 어째~!!"
모두들 땅바닥을 살피느라 여념없는 조용하던 계곡에
외마디 비명소리가 울렸습니다.
백마(100밀리 마크로 렌즈의 애칭)를 영입한 이후
들꽃을 처음 만나러 나간 그 날,
설렘이 지나쳤던 걸까,
카메라 배터리를 교환한다는 것이
하필, 하필 완전히 방전된 상태인 줄도 모르고 집어넣었던 겁니다, 헐~
그렇게 해서 들꽃 첫 출사는 쫄딱 망했고,
한풀이용 두 번째 출사는 '앵초 만나기'였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어느 무덤가에 피어난 '애기풀'.
망자가 애기꽃으로 다시 태어난 걸까?ㅎㅎ
백마는 참 어려운 렌즈라는 걸 뼛속 깊이 실감한 날입니다.
도무지 핀이 맞질 않는 겁니다, 핀이~~
아니, 맞추질 못하겠더라구요, 핀을~~
요건 '조개나물'입니다.
나물이라기에 난 또 먹는 나물인 줄~~ㅋ
이 아이가 바로 '앵초'입니다.
평소엔 무심히 지나치던 들꽃들인데
렌즈를 통해 본 모습이 어찌나 예쁘던지요~
나태주의 '풀꽃'이 아니더라도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정말 사랑스러운 들꽃입니다.
'큰개별꽃'입니다.
작은 꽃 속에 우주가 담긴 듯...
'구슬붕이'라는 꽃인데
눈으로 본 색감과 다르게 찍혀 아쉬움이 많습니다.
꽃잎의 모양이 어쩜 저리도 예쁠까요~
우리 인간이 제아무리 솜씨 좋다 뽐내도
자연을 모방하는 데 불과하다는 걸 또다시 실감합니다.
내마음 홀랑 앗아간 '구슬붕이'.
무덤가에 피어 있던 '조개나물'.
'잡초'로만 여겼던 그동안의 무지가 참으로 부끄러워지더군요.
렌즈 속을 들여다보는 내내
고운 색감과 아름다운 자태에 온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첫 술에 배부를 리 없건만,
컴퓨터에 내려받은 첫 야생화 사진이
온통 흔들린 데다 색감은 엉망이고...
다시는 보고싶지 않을 만큼 실망했는데
시간이 지나 다시 들여다보니
그래도 핀 맞은 게 몇 커트 있었네요~ 오호홍~~
배경 생각할 겨를도 없이
핀 맞추기에 여념없었던 첫 들꽃사진 촬영이었지만
꽃이름 알게 된 것만으로도 잘했다 싶은 시간이었습니다.
'유격훈련'이라는 표현이 걸맞는 야생화 촬영,
힘들지만 기쁨과 즐거움을 안겨주니
앞으론
기회를 만들어서라도 꽃을 만나러 나갈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