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타임지가 선정한 최고의 친환경식물 대나무숲, <죽녹원>을 산책하다

가장 친환경적인 식물이 있는 담양이야말로 '가장 친환경적인 마을'

 

예로부터 선비의 곧은 절개를 상징할 때는 곧잘 대나무에 비유하곤 한다.

요즘도 청렴결백한 사람을 일컬을 때 '대쪽 같다'는 말을 빼놓지 않는 대나무는 '곧은 성품'의 대명사로 쓰이고 있다.

어린 시절, 교과서에서 담양에 대한 소개에 '대나무, 죽세공품으로 유명한 곳'이라 배운 이후

담양을 떠올릴 때면 늘 대나무가 생각나곤 했다.

그런 담양을 팸투어로 이 나이가 되어 처음 찾게 되었다.

 

전남 담양은 녹색의 전원도시다. 

겨울에도 푸른 빛이 가득한 대나무가 지천에서 자라고 있다.  

플라스틱이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소쿠리·채·키 등 우리 생활에서 없어선 안될 용품은 거의 대부분 대나무로 만들었다.

우리나라에서 소비되는 대나무 제품은 95% 이상이 담양에서 공급됐다.

어디를 가든 대나무를 빼놓고는 이야기가 되지 않는 바람에 대나무는 담양 최고의 브랜드가 됐다.

지역 특산물, 축제는 물론, 관광객을 불러모으는 것도 죽록원 등 대나무를 주제로 만든 시설이 대부분이다.

 

담양에 가보니......

높은 빌딩이 보이지 않으니 마음의 여유가 저절로 생겨나고,

머리가 맑아지도록 맑은 공기가 확연하게 느껴지는 것이 '편안하다, 정말 편안해~'라는 것이었다.

가슴이 활짝 열리는 느낌이라고 할까.

볼거리도 많고 먹거리도 많아 심신이 행복해지는 담양을 이제껏 찾아보지 못했던 지난 날이 조금은 후회가 되기도 했다.

1박 2일(12월 17일~18일) 담양을 여행한 덕분에 한동안 나의 심신은 도시의 때를 벗고

그 어느 때보다도 자연에 가까워져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담양군에서 조성한 담양읍 향교리의 죽녹원이 죽림욕장으로 인기다.

 

관방제림과 영산강의 시원인 담양천을 끼는 향교를 지나면 바로 왼편에 보이는 대숲이 죽녹원이다.

죽녹원 입구 돌계단을 오르면 곧바로 대나무숲길이 나온다.

 

댓잎 사각거리는 소리에 마음이 차분해지고, 대숲이 뿜어내는 향기가 일상에 지쳐있는 심신을 맑게 닦아내 준다.

 

산책로 2.25km에 곳곳에 설치된 조형물과 인공폭포, 생태연못, 정자와 생태전시관이 있어

 

심심치 않은 걷기가 될 것이다.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오른 대나무를 올려다보노라면, 내 몸이 자연의 일부가 되고 숲의 일부가 되어 있음을 느끼게 된다. 

사람을 차분하게 만드는 매력을 흠뻑 지니고 있는 대나무와 댓잎이 풍기는 향기를 느끼며 걷는 죽녹원...

 

 

식물 중에 친환경적이지 않은 식물이 있을까마는, 대나무는 타임지가 선정한 가장 친환경적인 식물이라고 한다.

대나무가 자라기 좋은 환경을 지난 담양은 천혜의 부존자원인 대나무 관련 명소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전국에서 유일하게 죽림욕을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담양이다.

대나무는 공기정화 능력이 탁월하여 요즘은 도심 아파트단지 내에서도 대나무를 심은 곳이 많아지고 있다.

대나무숲에는 많은 양의 음이온이 방출되고 있는데 여기서 나오는 음이온은 혈액을 맑게 하고 저향력을 증가시키며,

자율신경계를 자극해 인체에 유익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최고급 산소통으로 불리는 것이 대나무숲이다.

그래서 죽림욕을 하면 건강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눈을 감고 댓잎의 사각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내 안에 쌓인 삶의 찌꺼기들을 뱉어보라... 세상의 모든 시름이여 안녕~~!!!

몸과 마음이 저절로 순화되어 한결 가뿐해짐을 실감하게 된다.

 

 

  

죽순은 수십일 내에 완전성장을 하고나서 그뒤로 성장이 끝난다.

 

대나무는 식물 중에서 제일 빨리 자라는 식물로 하루에 평균 60cm~100cm정도 생장한다.

 

오후 2시경에 가장 빨리 자란다고 하니, 인내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생장이 활발한 4~5월경

 

대나무가 자라는 모습을 즉석에서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대나무는 일생에 한 번 꽃을 피우고 생을 마감하는데,

 

한 그루가 꽃을 피우면 주변의 대나무들도 함께 꽃을 피운 후 다 같이 생을 마감한다고 하니

 

자연의 신비로움에 그저 숙연해질 따름이다.

 

 

 

 

 

속세를 벗어난 별세계 같은 대숲에 정자가 있다.

자연을 벗삼아 유유자적하는 옛선비의 숨결이 느껴지는데, 유난히 호남지역에 문인이 많았던 것도 아름다운 자연을 사랑하고

즐길 줄 알았던 선조들의 여유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담양으로 떠나는 날, 호남지방과 서해안지역에 폭설이 내릴 거라는 뉴스를 들었다.

담양에 도착해 오전에 죽녹원에 올랐을 때는 괜찮았는데, 예보대로 오후부터 많은 눈이 내렸고 밤새 퍼붓더니

아예 길이 통제되는 지역까지 나오고 말았다.

예정대로라면 다음날은 굴비로 유명한 영광으로 가야했다.

그러나...

우리가 가야할 해안고속도로 등지에서 교통사고가 속출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어쩔 수 없이 일정을 바꿔야했다. 가까운 소쇄원 역시 길이 위험하여 포기하고 담양내에서 설경을 담기로 했다.

같은 곳에서 전혀 다른 두가지 풍광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어찌 보면 행운이다 싶었으니까.

 

역시~!!!

눈 쌓인 대나무숲은 장관이었다. 일행 중 한 사람이 대나무를 흔들면 수북히 쌓인 눈이 일시에 쏟아지는 장면, 그 속에 내가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고 신나는 순간이었다. 동심에 젖어본다는 것도 나쁘진 않다. 잠시나마 맑아진 영혼으로 한동안은 다른 세상에서 살게 될 것 같다.

 

 

 

 

 

 

 

 

 

중요무형문화재 53호인 채상장 서한규 옹과 후계자 서신정 씨가 지어내는 작품들.

대나무가 어찌 이리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바뀔 수 있는지 경이롭기까지 하다.

 

채상(彩箱)이란...

대나무를 얇고 가늘게 쪼개어 종이처럼 부드럽게 훑은 실 같은 대나무를 형형색색 천연염색을 하여

기하학적인 문양으로 베짜듯 엮어서 만들어진 상자이다.

용도는 함으로 쓰이고 색깔이 없는 자연색은 고급스런 폐백상자로, 큰 상자는 한복을 담는 그릇,

중간상자는 반짇고리, 작은 것은 보석상자로 쓰인다.

요즘 대부분의 죽세공품이 중국이나 대만 혹은 동남아에서 만들어져 우리나라에 유통되고 있어,

순수 국산 죽세공품이 설자리를 잃고 그러다가 또 하나의 우리 전통이 사라질까 염려되는 가운데,

국내 유일의 채상 보유자와 후계자가 만들어내는 꽃과 같고 비단 같은 전통공예가

오래오래 유지되고 발전되기를 진심으로 빈다.

 

 

 

대나무 숲을 걷다보면 생태전시관이 나온다. 그곳에는 온갖 죽세공품이 전시판매되고 있다.

죽부인을 비롯해, 검객영화에서나 봄직한 삿갓이 있고 어깨와 등을 시원하게 해주는 죽비, 대밥통, 생활용품들을 둘러보면서

아련한 추억에 잠기기도 하고 선물로 무엇을 고를까, 즐거운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위 사진은 생태전시관 내부...전시판매는 가운데 계단을 내려가면 된다)

 

 

 

진정으로 휴식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 심신이 행복해지는 곳 담양 그것도 죽녹원에 꼭 다녀오라고 적극 추천하겠다.

벌써부터 나는 그곳이 그립다......

 

∙ 죽녹원 개방시간  09:00 ~ 19:00(휴무일 없음)

 

∙ 위        치     담양읍 향교리 산 37-6

        ∙ 전 화 번 호    061)380-3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