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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느림의 미학, 아시아 최초 지정 슬로시티 삼지천 마을

릴리c 2009. 12. 22. 02:05

전통과 느림의 미학, 아시아 최초 지정 슬로시티 삼지천마을

 

슬로시티(slow city, 느림의 도시)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내가 이 말을 접한 것은 얼마 전 담양에 갔을 때였다.

아니, 사실은 오래 전에 신문기사에서 본 적이 있었지만 그냥 잊고 살았다고 하는 게 옳다.

담양팸투어 일정표에 나와 있는 '슬로(slow) 시티'라는 단어에서 얼핏 느껴지는 뭔가가 있었다.

모든 게 초스피드로 변해가는 요즘, 우리 삶에 꼭 필요한 '여유'  '휴식' 혹은 '한가로움' 같은 단어가 떠올랐다. 

'느림'과 '쉼'의 도시, 그곳을 다녀왔다.

 

전라남도 담양 삼지천 마을.

아직도 수세기 전의 평화로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곳.

전통한옥과 옛 돌담길이 잘 보존되어 있어 복잡하고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편안하고 아늑한 고향같은 정취를 느끼게 하는 곳으로, 마치 숨겨진 보물을 발견한 느낌이었다.

담양군에서는 전통이 살아숨쉬는 창평면의 전통 문화성을 소재로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 국제연맹의 지정을 받았다고 한다.

 

 

 

고재선 가옥

계몽운동가인 고재선의 가옥에는 시간을 딛고 일어선 견고함이 묻어난다.

팔작지붕과 맞배지붕의 건축기법과 사랑채는 고재선 고가의 특색을 보여준다.

 

 

삼지천 한옥마을에서 가장 넓은 마당을 갖고 있는 고재선 가옥

 

 

느리지만 행복한 삶, 아시아 유일의 전남 슬로시티

 

 

담양의 창평면 삼지천 마을은 조선후기 전통적 사대부 가옥들을 중심으로 좁은 골목의 

돌담 고샅길을 따라 느리게 걷다 보면 타임머신을 타고 16세기로 돌아간 듯한 풍경이 이어진다.

돌과 흙을 켜켜이 쌓은 담장이 마을을 따라 3km가 넘게 이어지는데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해

허물어진 곳도 있지만, 오히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느림의 도시'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곳을 천천히 한가롭게 걷다 보면, 돌담과 전통한옥에서

풍겨나오는  여유와 정취가 도시에서 지친 마음을 푸근하게 어루만져 주어 어느 새 행복감에

젖어 있는 자신을 보게 된다.

 

 

주변의 한옥과 달리 2층 가옥으로 일제시대에 지어진 것이라고 한다.

 

 

 

창평은 슬로푸드의 대명사인 전통 장과 쌀엿, 엿강정, 한과가 10대를 이어 전해내려오는 곳이다.

전통방식으로 쌀엿체험을 하는 민가도 있어 마음만 먹으면 특별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오래 끓인 갈색 조청에 생강과 참깨를 넣고 늘이고 화로 위에서 김을 쐬어가면 또 늘이기를 수차례,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쌀엿은 입에 들러붙지 않고 아작아작 씹히는 게 참으로 달콤하고 고소하다.

 

 

 창평에서 만들어진 쌀엿은 입안에 붙지않아 누구에게나 인기다.

 

 

 

 

돌담길을 따라 걷다가 담장 안을 기웃거려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너른 마당을 품은 아담한 가옥에서는 금방이라도 밥짓는 연기가 피어오를 것 같고

안에서는 군고구마를 먹으며 작은 행복을 누리는 가족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올 것만 같다.

 

  

 고재욱 가옥(위)

조선 후기 전통적인 사대부 가옥으로 누마루가 있는 남방가옥의 형태를 지니고 있다.

봄에는 붉게 피어나는 키큰 영산홍을 만날 수 있다.

 

 

 

삼지천 마을에서는 한옥 민박을 할 수 있다.

시기가 맞으면 장담그기와 쌀엿을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도 할 수 있다.

 

 

 

 슬로시티란...

인구 1만4천 명인 이탈리아의 작은도시 그레베에서 1999년 여름,

당시 시장으로 재직중이던 파울로 사투르니니 씨가 마을사람들과 세계를 향해

"느리게 살자"고 호소한 데서 비롯되었다.

'슬로'라는 것이 불편함이 아닌 자연에 대한 인간의 기다림이라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면서

지금은 세계적인 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슬로푸드'의 연장선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슬로시티는,

"먹거리야말로 인간 삶의 총체적 부분"이라는 판단에서 지역사회의 정체성을 찾고

도시의 문화를 바꾸자는 운동으로 확대되었다.

 

슬로시티는 급격한 도시화에 대한 반성으로 인간성 회복과 자연의 시간에 대한

인간의 기다림을 표방하는 '느림의 도시(Slow City)'이다. 

1986년에 시작되어 세계적인 운동으로 확산된 'Slow Food'운동에서 태동된

슬로시티는, 현대문명을 거부하고 과거로 회기하자는 이념이 아니라,

보다 인간적인 삶을 추구하기 위한 방안으로 느림의 미학을 강조한 생활철학이다.

 

2002년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유럽을 비롯한 전세계 101개 도시가 동참하고 있고,

2007년 12월 1일 아시아 최초로 담양군 창평면 삼지천 마을이 지정되었다.

 

 

 

슬로시티 탐방 : 약 9km

창평면사무소 ↔(1.8km)↔ 고재선가옥 ↔(1.6km)↔ 한옥민박 ↔(2.1km)↔ 갑을원 ↔(1.8km)↔

고정주가옥 ↔(0.6km)↔ 고재욱가옥 ↔(0.6km)↔ 남극루 ↔(0.9km)↔ 오리시암(→外 당산→미를석상)

 ↔(0.3km)↔ 창평시장

 

'빨리빨리'에 길들여진 우리 현대인의 마음에

가끔은 쉼표 하나 찍어보는 여유를 갖는 건 어떨까~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게 되는 이즈음,

담양 삼지천 마을에 들러 고즈넉한 돌담길을 거닐고 한옥체험을 하며

한박자 쉬어가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담양군 문화관광안내  http://www.damyang.go.kr/tourism/02thema/tour/01/01/

  • 전화 : 061)380-3151~4
  •  

     

     

     

    <슬로우 시티 삼지천 마을> 포스팅이 다음 첫 화면에 뜬 줄도 모르고

    폭주하는 방문객에 놀라던 날~~~ (2009.12.30)

     

    그보다 이틀 전인 12월 28일, 블로그 전체 메인에 올랐던 스포팅이

    2009년을 하루 앞두고 다음 첫화면에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