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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의 피카소, 전혁림 화백을 추모하며...

릴리c 2010. 5. 25. 23:55

2010년 5월 25일,

저녁 뉴스를 보다가 "통영의 화가 전혁림 화백, 향년 94세를 일기로 영면"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전에 전혁림 미술관에서 가져온 자료에는 1915년생으로 표기되어 있음)

불과 두 달 전, 통영팸투어 당시 그의 미술관을 방문했기에 감회가 남달랐다.

그는 평소에도 '죽을 때까지 손에서 붓을 놓지 않겠다'는 말을 할 정도로

그림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었다.

통영 앞바다를 사랑했고 그래서 그의 그림엔 코발트 블루의 강렬함이 늘 존재했다.

이제 그는 바다로 영원한 여행을 떠난 셈이다.

우리나라 미술계의 큰별이었던 그의 영면 소식에 명복을 비는 마음으로

전에 포스팅 했던 글을 다시 올린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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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쪽빛 바다를 닮은 한국의 피카소, 화백

 

=통영앞바다의 강렬한 색채가 만든 한국의 피카소, 전혁림 화백

 

백 살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페인트로 범벅이 된 그의 손엔 늘 붓이 들려져 있다.

날이 갈수록

"머릿속에서 자꾸만 작품이 떠올라. 창작열이 높아지고 있어."라며

잠든 시간 외에는 붓을 놓지 않는다는 전혁림 화백.

 

그는 통영의 화가다. 

1915년 통영에서 나고 자라 통영바다의 푸른 빛을 화폭에 담아온 그는

미술학교도 제대로 다닌 적 없지만 한국 10대 화가에 선정되기도 한 세계적인 화가다.

추상화의 대가로 불리는 그는 올해 나이 95세임에도 끊임없는 열정으로 작품활동을 쉬지 않는다.

나는 그를 서슴없이 '한국의 피카소'라 부르고 싶다.

 

(위 사진은 전시장에서 찍은 것임)

 

선과 면, 점 등을 기본으로 강렬한 색채가 인상적인 그의 그림은 얼핏 피카소를

연상케 한다.

"예술과 문화는 국적이 있어야 해. 국적 있는 그림이 세계적인 그림이야."라고 했듯,

그의 그림에서는 남쪽 작은 도시 통영의 향기가 물씬 풍기며 이는 한국의 모습으로

정감있게 다가온다. 그래서일까. 전화백의 그림은 청와대 인왕홀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외국 국빈을 맞고 있다고 한다.

 

전혁림 화백을 말할 때 ‘색채의 마술사’ 또는 ‘바다의 화가’라는 표현을 쓴다.

그의 그림에선 바다냄새가 난다. 코발트 블루로 표현되는 ‘전혁림의 푸른색‘은

북유럽의 튀니지안 블루를 떠올리게 한다.

 

통영과 다도해를 화폭에 담은 그의 그림은 온통 푸른색이 지배한다.

아마도 통영 바다의 강력한 푸른색이 그를 사로잡았을 게 틀림없다.

전 화백은 전시관의 한 게시물에

“통영 앞바다는 저 멀리 스칸디나비아나 지중해, 알래스카에서 밀려온 파도가 아닐까 싶었다”며

“내 그림에 나타나는 파란색의 이미지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고 썼다.

     

아들(전영근 관장)과 함께 (사진:전혁림 미술관 제공)

올해 96세 되셨지만 아직 창작활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관절이 약간 불편한 것 말고는 건강에 특별히 이상이 없으시다고 한다.

 

<꽃수레 1948>

 

<한려수도 1983>

 

<점, 선, 면, 색..네 번의 봄왈츠>

 

 

<화조도>

(위 작품들은 모두 미술관에 걸린 것을 찍었음)

 

 

 

 

 

 

전혁림 미술관 전경

 

2003년 5월에 개관되었다.

‘가장 통영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개념을 갖고 바다의 길을 안내하는 등대와

전통 사찰의 중요 요소인 탑의 형태를 접목해 건물의 외형을 표현했다.

외벽은 전혁림 화백의 작품을 도자기 타일에 옮겨 장식했고, 특히 3층 전시실 외벽은

전혁림 화백의 1998년작 창(Window)이라는 작품을 재구성하여 11종류의 타일을 조합한

가로 10미터, 세로 3미터의 대형벽화가 장식되어 있다.

그 밖에도 벽 곳곳에 아름다운 그림과 조각이 붙어 있어 미술관 건물 자체가 하나의 예술품으로

자리하고 있다.

 

 

 

 

 전혁림 화백의 외아들이자 <전혁림 미술관> 관장인 전영근 화백(사진 아래).

아버지 '전혁림'을 말하는 2세 화가는 무척 행복해 보였다.

그가 제작한 타일그림..통영의 경치를 타일에 그려 2층 외벽에 장식했다(사진 위).

 

 

 

전혁림 화백이 통영 앞바다의 강렬한 바닷빛에서 얻은 영감을 작품에 녹여 담았듯,

미술관 곳곳에서도 코발트 블루를 만날 수 있다.

 

미술관 외벽을 장식한 도자기 타일 작품.

꽃과 나비가 주제. 관장인 전영근 화백의 작품이다.

미술관 내부의 전혁림 화백 작품을 돌아보는 즐거움과 건물 밖의 '작품'을 보는 재미로

한참 동안 행복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찾아보고 싶다.

 

 

 

           1975년 시인 김춘수 선생께서 전혁림 화백을 방문하시고 그때

           의 인상을 詩로 표현한 것으로 두 분은 유치환, 윤이상, 김상옥

           등과 함께 통영문화협회(1945)를 창립한 절친한 친구 사이였다.

全爀林 畵佰 에게

김춘수(金春洙)

 

  全畵佰,

  당신 얼굴에는

  웃니만 하나 남고

  당신 부인께서는

  胃壁이 하루하루 헐리고 있었지만

  Cobalt blue,

  이승의 더없이 살찐

  여름 하늘이

  당신네 지붕 위에 있었네.

   ◀ 사진은 1995년 전화백의 팔순 연       을 축하하기 위해 방문하셨다가

      떠나기 전 담소를 나누는 장면

  (자료:전혁림미술관 제공)

 

 

때 이른 봄의 전령사들이 미술관 뜨락을 수놓고 있다.(3월 초 방문)

 

 

==통영을 빛낸 예술인들

통영에선 유난히 큰 예술인이 많이 배출되었다.

한국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시 ‘꽃’으로 유명한 시인 김춘수와 유치환, 소설가 박경리, 작곡가 윤이상,

시조 시인 김상옥, 극작가 유치진 등은 전혁림과 더불어 한국을 빛낸 예술인으로 꼽힌다.

물빛 고운 통영과 아름다운 한려수도가 아마도 예술적 감성을 풍부하게 해주었는지도 모른다.

 

통영 출신은 아니지만 이곳의 아름다움에 반해 통영에 내려와 예술활동을 펼친 예술인도 많은데

그 중 화가 이중섭 역시 ‘통영 풍경’, ‘복사꽃 핀 마을’ 등에서 통영의 아름다움을 남겼다.

 

전혁림미술관

위치 : 경남 통영시 봉평동 189-2번지

전화 : 055-645-7349

http://www.jeonhyuckli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