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숲

험난한 세상, 두 눈 부릅뜨고 살겠다?

릴리c 2009. 2. 3. 19:22

며칠 전 다녀온 한 전시회에서

강렬한 인상을 받은 사진이 있었다.

실제로든 사진으로든

태어나면서 두 눈을 부릅뜬 신생아를 본 적이 있는지...

 

 

▲ <2008 세계국세사진 페스티벌 사진전, 남경숙作 '36도 5부'>

 

 

  나는 모릅니다. 어디서 왔는지.
나는 모릅니다. 어디로 가는지.

 

오는 곳도 모르고 가는 곳도 나는 모릅니다.
그러나 나는 오는 것을 보았고 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들은 36도 5부로 왔고 36도 5부를 잃으며 돌아갔습니다.

 

모든 시작은 귀했습니다.
모든 끝도 귀할 것입니다.
끝은 시작에 있습니다. 그러니 시작을 보았으면 끝도 본 것입니다.
‘36도 5부’는 시작만을 말하지 않습니다.
이미 본 끝도 말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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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 그리고 살다가는 우리네 인생에서
인간으로서의 자존감과 감사한 마음으로

삶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씨는
바로 고통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36도 5부’도 바로 그 자리에서 출발했습니다.


- 작가 노트 中

 

 

이제 막 세상에 태어난 신생아의 모습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충격적인 표정이다.

살아가기 험난한 이 세상이 두렵고 무서워서일까.

태어나는 순간부터 두 눈을 부릅뜬 채 세상 밖으로 나온 신생아의 표정이

나의 뇌리에 각인되어 떠나질 않는다.

 

살이 찢기고 뼈가 깎이는 산모의 고통 뒤에 쭈글쭈글한 모습으로

세상과 대면하게 되는 탄생의 순간...

우리는 모두 그렇게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이 세상에 왔다.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모든 삶의 무게를 떠안은 채 말이다.

 

그러나 작가는

그 고통을 '희망'이라 했다.

인간을 알고 사랑하고 느끼며 그 한 순간인 탄생을

몸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가족들의 희망일 것이다, 36도 5부...

 

 

마취간호사인 남경숙 사진가는 7년 동안 탄생의 순간을 찍었다고 한다.

'36도 5부'라는 제목의 연작인데

유난히 이 사진이 강렬하게 남았고

이 사진과 함께 '알몸으로 태어나서 옷 한 벌은 건졌잖소' 하는

 <타타타>라는 노래가 내내 귓가에 맴돈다.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한치 앞도 모두 몰라 다 안다면 재미 없지


바람이 부는 날엔 바람으로 비 오면 비에 젖어 사는거지
그런거지  음음음 어 허허
~

산다는건 좋은 거지 수지맞는 장사잖소
알몸으로 태어나서 옷 한벌은 건졌잖소
우리네 헛짚는 인생살이
한세상 걱정조차 없이 살면 무슨 재미
그런게 덤이잖소 '

 

(요즘 음악땜에 합의금 백오십만원 물었다는 이웃 블랜더님 소식에 음원 삭제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