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를 널며...
입춘이 지나고 봄의 길목에 들어선지도 이미 여러 날 지났다.
내일이 우수경칩.
어제오늘 영하 9도(서울)로
겨울의 막바지 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어딘가 양지바른 논물엔
성미 급한 개구리가 알을 낳아 놓았을 지도 모른다.
날씨가 제아무리 까탈을 부려도 계절의 흐름은 막지 못한다.
어린 시절,
겨울날 영하 10도를 오르내릴 때
마당에 널어놓은 빨래는 동태처럼 꽁꽁 얼어버리곤 했다.
빨래에서 물이 흘러 고드름이 달리면
우리는 칼싸움을 하기도 했다.
빨래가 얼었다 녹았다 하며
몇 날 지나야 겨우 말랐던 기억과
급하게 입어야 할 옷가지는 아랫목에 펴놓고
이리저리 잡아가며 말려주시던 어머니 모습이 문득 떠오른다.
아랫목의 온기가 담긴 옷을 입고 학교 가는 길,
어머니의 사랑을 함께 느끼며
발걸음도 가볍고 추위도 잊었다.
빨래를 널다가 어머니의 사랑을 되새김 해본다.
어머니가 빨래를 너실 때 그랬듯이
나도 두 손으로 잡고 탁~ 탁~ 털어낸다.
먼지 한 톨까지 다 떨어져 나갈 것 같아
속이 시원해지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요즘 세상은 온통 답답한 일들 뿐이지만
적어도 빨래를 널 때만은 행복해진다.
세상일도 이렇게
찌든 때와 먼지를 탈탈 털어낼 수 있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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