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봄이...
전국을 바싹 마르게 한 가뭄과
며칠 째 도심을 뒤덮은 안개(연무) 때문에 마음이 꽤나 무거웠는데,
차를 타고 지나가다 갑자기 주변이 환해지는 곳이 눈에 들어왔다.
온통 잿빛인 도시의 한 공간에 이렇듯 경쾌한 모습이 있었다니...
마치 비발디의 사계 중 '봄'의 멜로디를 듣는 기분이었다.
마침 빗방울도 후두둑 내려주던 터라
그동안의 칙칙함이 일시에 사라질 것 같은 풍경에
잠시 즐거워진 오후였다
불황일수록
거리에, 건물에, 구조물에 화사한 옷을 입히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에게 희망과 기운을 샘솟게 하는 모양이다.
누군가의 빈 자전거가 한 켠에 서 있다.
아마도 자전거 주인은 화려한 봄색깔에 이끌려
그들 속에 합류한 게 아닐까...엉뚱한 상상을 하노라니
스멀스멀 엔돌핀이 꿈틀대는 게 느껴진다.
휘파람 불며, 자전거 하이킹이라도 떠나고 싶다
봄
봄이 왔다.
새들은 즐겁게 아침을 노래하고 사냇물은 부드럽게 속삭이며 흐른다.
갑자기 하늘에 검은 구름이 몰려와 번개가 소란을 피운다.
어느 덧 구름은 걷히고 다시 아늑한 봄의 분위기 속에 노래가 시작된다.
파란목장에는 따뜻한 봄볕을 받으며 목동들이 졸고있다.
한가하고 나른한 풍경이다.
아름다운 물의 요정이 나타나 양치기가 부르는 피리소리에 맞춰
해맑은 봄 하늘 아래에서 즐겁게 춤춘다.
(비발디 四季 중 소네트)
▲ 지나던 여학생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본다.
이들의 마음에도 설치물의 화사한 색감이 옮았을 게 틀림없다.
내 앞을 지나치며 까르르 웃던 목소리만 들어도 안다..^^*
(2009. 2. 12. 서울 광장구 자양동 이마트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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