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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통화스와프와 김현희의 빅딜! (jpnews 옮김)

릴리c 2009. 3. 14. 00:01

한일합작 드라마 ‘김현희-다구치 야에코’

요 며칠, 일본에 드라마 한편이 대히트를 치고 있다. 최근 들어 보기 드문 현상이다.

지난 311, 한국의 이 명박 정권과 일본의 아소 타로 정권은 실로 오랜만에 부산에서 한일양국 합작 드라마 한편을 탄생시켰다.

주연은 이미 보도된 대로 ‘대한항공기 폭파사건'의 실행범 김 현희(47) 전 사형수(일본아사히신문표현), 북한에 의해 납치된 것으로 알려진 다쿠치 야에코(田口八重子)의 아들 이즈카 고이치로(32)와 야에코의 오빠 이즈카 시게오씨다.

이 ‘드라마’는 작년 가을부터 한일양국이 치밀하게, 그러면서도 의욕적으로 준비해 온 야심작이다. 그래서인지 현재 일본에서는 일본정부가 ‘의도’하고 ‘예상’했던 대로 대히트 작품(?)이 되고 있다.

아사히 요미우리 등 6대 일간지는 이 ‘드라마’ 이야기로 온통 도배를 하고 있고, 텔레비전은 그 동안 어떻게 참아왔나 생각될 정도로, NHK 교육방송의 3번을 제외한 모든 채널에서 같은 내용을 ‘방송하고 또 하고’ 있다. 이젠 텔레비전 스위치를 켜기만 하면 이 드라마 리바이벌 방송이 나온다. 이쯤 되면 아소 정권이 목표한 절반의 성공은 한 셈이랄까?

그럼 한일 양국정부는 왜 이 같은 드라마를 만들었을까
? 아니 왜 구태여 3월에 이 같은 드라마를 연출했을까?

여기에는 이 명박 정권과 아소 타로의 절박한 속사정이 있다. 그 속사정 또한 내용이 동병상련의 위치에 있다.

한국의 이 명박 정권은 작년 2월에 출범했고, 아소 타로 정권도 작년 9월에 일본의 92대 총리로 취임했다. 이 대통령은 무력하기만 했던 전 노 무현 정부의 대안으로, 아소 수상은 아베 신조 전 수상의 ‘귀족정치’에 의한 바닥정치의 ‘체인지 파트너’로 정권을 움켜쥐었다.

또한 양국의 지도자는 ‘우향우’ 지향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성향도 같다. 그 뿐만이 아니다. 국민들로부터 받는 지지도와 그 인기가 그 바닥을 치고 있다는 현실도 일부러 꿰 맞춘 것처럼 똑같다. 한국이든 일본이든 서민들의 여론이라는 택시를 타고 운전수에게 물어보면 양국 택시운전수가 미리 짠 것처럼, 자국의 지도자를 강하게 비판한다.

양국의 국민들이 두 지도자를 싫어하는 이유도 대동소이하다.

지난 223일자 <주간문춘>의 앙케이트 조사를 보면, 일본 전후 최악의 수상으로 아소 수상이 1위로 뽑히는 영광을 안았다. 그 이유로는 ‘서민들의 고통을 모르고, 국민을 위한 정책이 하나도 없고, 수상발언의 신뢰성이 전혀 없다’라는 것이었다.

이 같은 평가는 고스란히 이 명박 대통령에게도 적용된다. 왜냐하면 한국국민들의 평가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 또한 서민들을 위한 고통은 커녕 3% 내외의 부자만을 위한 정책일색이고, 허언으로 치면 아소 수상과는 비교가 안될 만큼 줄줄이 사탕이다. 국민들을 잘 살게 해주겠다는 뻥튀기 발표인 ‘747정책’, 지금 주식을 사면 부자가 된다는 주식투자 유도발언 등 일일이 거론할 수 조차 없을 정도로 많다.

이를 방증이라도 하듯 실제로 양국의 지도자는 그 지지율이 10%대로 내려앉은 경험을 함께 갖고 있다.

바로 이 같은 동병상련의 양국 지도자가 만들어낸 합작품이 바로 지난 311일 부산에서 공동으로 연출한 ‘김현희- 다구치 야에코 가족상봉’ 드라마다. 

한일 통화스와프와 김현희의 빅딜

올해 초, 일본 정부관계자를 만났다. 그 자리에서 김 현희와 다구치 야에코 가족 간의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 때 그 관계자는 말했다. 한국정부와 그 시기를 조율 중이라고. 그래서 기자가 물었다. 김 현희가 만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느냐고. 그 관계자는 ‘물론’이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이어진 대답이 모든 정황과 사실을 내포하고 있었다.

“물론입니다. 우리(일본)정부가 이 명박 정부에게 그 정도로 협조를 했는데, 김 현희 정도는 만나게 해줘야죠. ”

여기에서 ‘협조’란 300억 달러 규모의 <한일통화스와프>를 가리킨다. 말하자면 300억 달러의 규모의 엔과 김 현희를 빅딜하는 것이다.

또한 2월 말, 한국외교관을 만났다. 그 자리에서도 똑 같은 이야기가 나왔다.

“우리가 어려운 때 한일통화스와프를 성사시켜준 일본정부에게 그 정도는 해 줘야죠. 게다가 일본정부가 김 현희를 만나게 해달라고 어찌나 조르는지, 서로 윈윈 아닙니까?”

그 이전 작년 연말에 복수의 일본기자들을 여럿 만났다. 그들은 기자에게 한결같이 똑 같은 질문을 했다.

“언제 김 현희를 만나게 되는지 혹시 아는 것 없습니까? 정부관계자 말로는 김 현희를 만나는 것은 확실한데 그 시기는 아직 모른다고 하니…”

한 마디로 말해 <한일통화스와프>와 김현희의 빅딜인 셈이다.

한국정부로서는 경제적 위기를 탈출할 수 있어 좋고, 일본정부로서는 앞이 보이지 않는 정국을 돌파할 일본국민들의 ‘뜨거운 감자’ 납치사건을 재부상 시킬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다.

실제로 한일양국 정부는 이 문제로 한동안 실랑이를 벌였다고 한다. 이 한가운데에서 조정역할을 한 것이 바로 이대통령의 형인 이 상득 의원. 이 의원은 잘 알려진 것처럼 모리 전 수상 등 일본정계에 많은 인맥이 있다.

일본 정치인의 증언으로는, 친일정치인으로 유명한 김 종필 전 총리가 과거 이 의원에게 일본정치인들을 많이 소개해주었다고 한다. 모리 전 수상과의 친분도 처음에는 김 전 총리가 소개를 해주었고 이 후 '모리 - 김 전총리' 간의 사석 술자리에도 이 의원을 함께 불러 친분을 다졌다고 한다.

그 후 이 의원은 한일의원연맹의 정기적인 교류로 일부 자민당 의원들과 돈독한 관계를 맺어왔는데, 작년 동생이 대통령이 되고 난 후부터는 오히려 일본정치인 쪽에서 적극적으로 연락을 취하는 등, 그 위상이나 대우가 이 대통령 못지 않다는 것이다.

때문에 <한일통화스와프>와 김현희의 빅딜 한가운데에 이 상득 의원이 있는 것은 그리 부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 때문에 이 의원은 비밀리에 몇 번 일본을 다녀갔다고 한다.

아무튼 양국의 목표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그래서 <한일통화스와프>는 어렵지 않게 맺어질 수가 있었다. 대신 일본정부는 아소 정권의 실정을 다른 곳으로 돌릴 ‘납치사건’을 재부상시킬 절호의 찬스를 맞이했다.

한일빅딜 타이밍은 3, ?

작년 연말부터 한국에는 3월 위기설이 공공연하게 퍼져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은 3월이 결산이다. 공공기관은 물론 기업, 학교까지 신학기는 모두 4월에 시작한다. 때문에 3월에 모든 결산을 마쳐야 한다.

문제는 수년 전부터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이자가 싼 일본의 엔화를 마구 차입했다는 것이다. 한국의 은행들이 앞장서서 이 장사를 했다.

열 댓 명의 종업원을 거느리고 있는 중소기업은 엔화를 빌려 공장규모를 늘렸고, 대학병원으로부터 독립한 개업의들은 이 엔화로 2,30억 하는 의료기기를 들여와 환자증원에 열을 올렸다.

그리고 작년 9, 미국의 제 4위인 세계적인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을 시작으로 세계적인 금융공황상태가 시작되었다. 미국이 기침을 해도 한국은 감기가 걸린다는 속설을 증명이라도 하듯, 한국금융시장은 말 그대로 휘청거렸다. 거기에다 엔고현상으로 엔화를 빌린 사람들은 원금이 두 배로 늘어났다.

실례로 강남에서 다섯 개의 진료과목을 운영하고 있는 K병원장은, 2년 전에 2억엔(당시는 16억원)을 빌렸는데, 지금은 갚아야 할 원금이 30억 원 이상으로 불어났다고 비명을 질러댔다. 작년 10월에 간신히 사정하여 6개월 연장을 받았는데 벌써 3월이 다가왔다면서, 요즘에는 원금상환 걱정으로 불면증에 시달린다고 하소연을 했다.

이렇듯 일본의 결산시기인 3월은 일본엔화를 빌려 쓴 한국인에게는 ‘죽음의 달’이기도 하다. 때문에 3월 위기설, 3월 줄 도산은 그래서 이 명박 정부에게도 위기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바로 이 대안으로 ‘딜’을 한 것이 지난 311일 김 현희와 다쿠치 야에코 가족의 만남이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만나는 날짜와 시간은 모두 한국정부관계자가 정했다고 한다. 작년 연말부터 하루라도 빨리 김 현희를 만나고 싶었던 일본정부와 다구치 가족들은, 그래서 한국정부의 요구조건을 들어 줄 수밖에 없었다고 전한다.

그 요구조건은 4월말로 만기가 되는 <한일통화스와프>의 연장. 말하자면 한국정부는 한일통화스와프를 맺으면서 김 현희와 다구치가족과의 만남을 약속했고, 실제 이번 성사에는 그 기간 연장이 추가요구로 곁들여졌다고 한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지난 225, 신 제윤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글로벌 금융위기와 한일금융협력> 세미나에서, ‘한일통화스와프를 통한 대응을 지속해야 한다’라고 완곡한 어조로 말했다.

그런가 하면 윤 증현 기획재정부장관은 35일 외신기자와의 간담회에서 ‘필요하면 한일통화스와프의 기간을 연장하고 그 규모문제도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때는 이미 일본정부로부터 <한일통화스와프>기간 연장에 대해 긍정적인 대답을 받은 후였다고 한다. 그래서 윤장관이 기간연장에 대해서는 자신있게 기자들에게 발표를 할 수 있었던 것.

이렇듯 한국정부로서는 김 현희와 일본납치가족을 만나게 해주는 대신 그 대가로 <한일통화스와프>기간을 연장받은 것이다. 아직 속단하긴 이르지만 이를테면 전국적으로 퍼져있는 '3월 위기설'을 김 현희 카드로 막은 셈이다.

                                                        
 추락한 아소정권 김 현희로 정국돌파 계획

문제는 이 같은 양국의 이벤트가 전혀 순수하지 않다는 데에 있다.

물론 한국의 경우, 작년 미국수입소고기 문제로 전국적으로 들불처럼 번진 촛불시위라는 ‘뜨거운 맛’을 본 이 명박 정권으로서는, 어떻게 하든 '3월 위기설'을 막아야 하는 절체절명의 명분이 충분히 있다. 또한 이 명분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일본의 엔화를 빌려 쓴 중소기업인들의 존립자체에도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뿐만 아니라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3월의 위기를 넘기는 것은 곧 경제적인 파탄에서 벗어나는 일이므로, 동기가 불순하다고 비난을 할 수 있을 지언정 그렇다고 반대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일본은 다르다.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문제는 분명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이 문제는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수상의 평양방문 ‘북일정상회담’ 때, 김 정일 국방위원장이 납치사실을 인정하고 두 번 다시 똑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사과를 했다. 또한 5명의 납치피해자와 그 가족이 일본으로 돌아왔다. 물론 일부 납치피해자들의 경우 생사불명이 불분명한 경우도 있다. 그래서 피해자 유가족들은 지금도 일본정부와 언론을 상대로 진상규명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피해사실과 그 고통에 대해 충분히 인정하지만, 그 주변의 ‘납치마케팅’은 그 정도가 지나치다는 것이 이미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다. 오죽하면 모리 전 수상이 이들을 가리켜 ‘납치산업’이라고 했을까?

납치피해자 가족이나 유족들은 일본 전국을 돌아다니며 강연과 모금운동을 함께 해왔다. 이런 과정에서 일부 가족은 국회의원 선거에 후보자로 나섰다가 낙선했고, 몇 몇 간부들은 모금한 돈을 개인적으로 운용(나중에 북한탈북자에게 주었다고 해명했지만 이는 탈북자에게 부탁해서 거짓영수증을 만들었다고 함)해서 일본언론으로부터 호된 비난을 받았다.

일본언론 또한 사실여부 관계없이 무조건 ‘북한 때리기’는 일본 정서상 모두가 용서되는 분위기 속에 물타기를 계속해 왔다. 북한에 대한 비난, 비판이라면 그것이 설령 사실이 아니더라도, 그 기사를 쓰는 일본기자들은 반성의식이 전혀 없고, 또 그 기사를 읽는 일본독자들 또한 ‘그럴 수 있지’라고 태연하게 넘어갔다.

그래서 한 때는 ‘조작’ 내지는 ‘가짜 북한 뉴스’가 일본언론에 등장해 판을 친 적이 있었다. 왜냐하면 ‘북한 때리기’ 뉴스는 돈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일본에서는 아직도 ‘납치문제’는 뜨거운 감자다. 이는 일본 정부와 언론들이 그렇게 만들었다. 요즘 유일하게 일본인들이 하나가 될 때는 ‘납치문제’가 거론되었을 때다.

때문에 추락할 대로 추락한 아소 정권은, 자신에게 향한 비판의 손짓을 다른 곳으로 돌려야 하는 벼랑끝 정치의 정점에 서 있다. 그 타개책이 바로 김 현희와 다쿠치가족 간의 만남이었다. 우선 이들의 만남은 아소 정권에게 일석이조가 아닌 일석다조의 효과를 안겨줄 수가 있다.

그 첫 번째가 인도적인 효과다.
   다구치의 아들인 고이치로는 어머니가 납치되는 바람에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 자랐다. 때문에 어머니의 얼굴을 모른다. 그런데 김 현희에게 고이치로의 어머니가 몇 년간 일본어를 가르쳤다. 또한 현재 고이치로 어머니에 대한 증언을 해줄 유일한 사람은 다름아닌 바로 김 현희다. 김 현희를 만나면 고이치로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어머니 다구치에 대한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을 수가 있다. 이보다 더한 인도적인 만남이 어디 있겠는가? 누가 봐도 감동적인 광경이 될 수가 있다.

게다가 이들의 만남을 일본정부가 나서서 주선한다면 추락할 대로 추락한 아소정권의 바닥 이미지가 조금은 희석될 수가 있다.

두 번째는 ‘납치문제’는 일본인 공통의 뜨거운 감자이기 때문에, 아소정권의 실정에 대한 시선을 이들에게 돌릴 수가 있다. 실제로 요 며칠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 일본언론매체가 아소수상은 안중에도 없고 온통 이들의 만남으로 도배를 하고 있으니까.

세 번째는 한일관계 재정립이다.
  지금까지 한일관계는 80년대 전 두환- 나카소네 시절을 제외하고는 늘 일기예보 같았다. 화창한 맑은 날씨여서 안심을 하고 있으면 어느 날 갑자기 일본정치인들의 망언이 터져 나와 소낙비로 변하는가 하면, 또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서늘한 가을날씨로 변해 한일관계는 늘 긴장상태로 답보될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자존심이 유난히 강한 노 무현 정부와는 그래서 상대하기 힘들었다. 그런데 이 명박 정부는 다르다. 역대 한국대통령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친일성향을 가지고 있다(일본외무성관계자 표현). 이 대통령은 일본정부가 원하는 말을 자진해서 해준다(: 대통령 당선 후 일본방문시, 과거 역사에 대한 이야기는 자신이 대통령으로 재임하는 동안 절대로 꺼내지 않겠다고 발언하여 일본정치인들이 '역시' 하며 무릎을 쳤다고 한다).

그런 이 대통령에게 작년 연말, 300억 달러 규모의 한일통화스와프를 해주었다. 이번에는 한국 정부가 기간연장과 함께 액수를 올려 또다시 한일통화스와프를 맺어달라고 부탁해 왔다. 일본정부 입장에서 그다지 큰 액수가 아닌 이상 안 들어줄 리가 없다. 대신 김 현희를 일본정부 앞으로 불러달라고 요구했다.

일본정부는 한국정부가 결코 거절할 수 없다는 사실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아니 그보다 더한 요구라도 들어줄 것이라고 믿었다. 왜냐하면 이미 일본정부는 이 명박 정부의 아킬레스건을 낱낱이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이 ‘당근’이고, 무엇이 ‘압력’ 인지를 이미 꿰뚫고 있었다.

따라서 3월에 김 현희를 공개석상에 내놓은 이유가, 한국내의 3월 위기설을 희석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것쯤은 진작부터 파악하고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225일 신 제윤 기획재정부 차관보가 자신있게 <한일통화스와프>4월만기 기간연장을 발표한 것도, 일본정부가 김 현희의 면담을 조건으로 합의를 한 후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서로 양국정부가 윈윈한 것이다.

네 번째는 북한에 대한 어필이다.

현재 북일관계는 최악의 상태에 머물러 있다. 두 번의 북한 방문으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수상이 애써 만들어 놓은 북일관계 토대를, 아베 신조 전 수상이 취하는 이득 하나 없이 한 순간에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이는 납치문제 등 우익세력을 등에 업은 포플리즘에 영합한 결과다.

이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약관의 나이에 수상자리에 오른 아베 전 수상은, 그러나 뚜렷한 정책하나 보여주지 못하고 1년도 채 안되어 스스로 권좌의 자리에서 물러났다.

따라서 아소 정권으로서는 어떡하든 최악의 관계에 놓인 북한과 관계회복을 해야 했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납치문제로 큰소리를 친 일본정부가 북한 측에 무조건 만나 달라고 애걸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이미 그렇게 했지만). 대화를 하고 싶어도 마땅한 핑계거리가 없었다.

결국 아소정부는 전 정권들이 그래왔던 것처럼 역시 납치문제를 이용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새로운 전략이 아니면 안 된다. 기존의 납치피해자 가족문제만으로는 대국민 설득력이 약했다.

이에 대한 대안이 바로 김 현희였다. 더구나 김 현희는 납치피해자로 북한에 끌려가 사망했다고 북한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다구치의 일본어 제자가 아닌가? 이보다 더 좋은 호재는 없었다.

게다가 이들의 만남에서 새로운 사실이 나오면 일본정부로서는 금상첨화가 된다. 특히 다구치가 살아 있다는 말이 나오면 효과만점이다. 왜냐하면 이를 근거로 다시 북한에 재조사를 요구할 수가 있다.

실제로 고이치와 만나는 공개석상에서 김 현희는 기특하게도, ‘어머니 다구치가 살아있으므로 희망을 가져라’는 말을 했다. 이 말에 일본정부와 일본언론이 내심 회심의 미소를 지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일본외무성 관계자 말에 의하면 일본정부는 솔직히 김 현희와 다구치 가족의 만남에서 새로운 사실이 나오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미 김 현희는 자신의 자서전에서 모든 것을 고백했고,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가 대한항공기폭파사건으로 북한을 떠나온 것은 무려 22년 전의 일이어서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김 현희와 다구치가족의 만남 그 자체만으로도 인도적인 측면에서 일본국민들에게 많은 어필을 할 수가 있고, 또한 이 같은 정서를 기조로 북한에게 다시 대화요청을 할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김 현희의 등장이 북한을 자극해 또다시 강경태도를 취해 오더라도 일본입장에서는 결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강경한대로 다시 한번 북한과 대화를 할 수가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에는 북한이 시종일관 일본무시 전략으로 나와, 북일 물밑 대화에도 영 ‘성의’를 보이지 않아 일본정부는 내심 애를 태우고 있었다고 한다. 때문에 북한과의 대화핑계를 찾는 일본정부로서는 김 현희 카드는 여러 면에서 아주 좋은 호재였다.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는 김 현희 카드를 일본국내용 활용이다.

복수의 일본정부 관계자에 의하면 현재 김 현희는 경제상황이 그리 썩 좋지 않다고 한다. 그녀가 자서전 출판으로 벌어들인 거액의 인세는 이미 국정원 출신의 남편사업자금과 KAL사건 유족기금기부로 이미 없어진 지 오래고, 강연수입은 노 무현 전 정권 때는 거의 하지 않아 전무한 편이라고 한다.

때문에 현재 김 현희는 일본독자를 상대로 새로운 책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물론 인세를 염두에 둔 출판이다. 이를 일본정부는 대단히 긍정적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앞으로 누가 수상이 되더라도 일단 우익정당인 자민당소속 정치인이라면, 김 현희 카드는 계속 유효하기 때문이다. 즉 자민당계 일본정부가 두고두고 우려 먹을 수 있는 회심의 김 현희 카드라는 것이다.

그래서 김 현희에 대한 책을 일본에서 출판할 수 있도록 간접적으로 일본정부가 뒤에서 적극적으로 주선하고, 가능하면 일본에도 초청하여 강연 등을 하게 하여 북한에 의한 ‘납치사건’의 불씨를 계속 지펴나간다는 전략을 이미 세우고 있다고 한다.

“현재 일본에서는 납치문제가 더 이상 우익정권의 카드로 먹혀 들어가지 않습니다. 이젠 일본국민들도 많이 지쳤어요. 솔직히 또 그 얘기냐 하는 반응도 나오고. 하지만 김 현희는 달라요. 이번 다구치가족과의 만남으로 텔레비전에 나왔을 때, 115명을 죽인 폭파범으로 인식하기 보다는, 북조선의 김정일에 의한 희생자라는 연민의 감정이 더 강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우리 기자들 사이에서도 역시 예쁜 사람은 나이 들어서도 여전히 예쁘구나 하는 말들이 솔직히 다구치 야에코 이야기보다 먼저 나왔어요. 일부 한국언론에서 김 현희가 한류스타냐 하고 빈정대는 것도 사실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습니다. 김 현희에 대한 일본인들의 인식은 우리기자들처럼 그 정도 수준입니다.”

한국특파원 출신 Y신문기자의 말이다. 그는 대다수의 일본인들이 김 현희에 대해 납치사건보다는 그녀 개인에 대한 미모나 사생활에 대한 이야기에 더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납치문제에 대해 뭔가 새로운 사실을 기대하기 보다는, 그저 관심 높은 한 여성에 대한 ‘화제성’ 레벨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다.

때문에 일본언론에서 일부 한국언론들이 지적한 것처럼, 김 현희가 무슨 한류스타라도 되는 양 호들갑스럽게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행태도, 이 같은 분위기의 연장선이라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부산 만남에 일본정부는 아주 지극한 정성을 들였다. 2월 중순 경 만나는 날짜가 정해지자, 일본정부는 한국주재 일본대사관에 훈령을 내려 만반의 준비를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실제로 일본대사관 관계자들은 몇 차례나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장소를 섭외하고 만약의 사태를 위해 체크하고 또 체크했다.

311, 김 현희- 다구치 가족이 만날 때는 서울 주재 일본대사관, 부산주재 일본영사관 외교관들이 총 출동되어 이들의 만남을 뒤에서 도왔다. 그리고 별도의 프레스반을 편성하여 공개기자회견을 준비하는 등 매스컴 플레이에도 특별한 공을 들였다.

그 결과, 일본국내에 관한 한 ‘대성공’이었다. 그래서 아소수상을 비롯하여 모리, 아베 전 수상, 가와무라 다케오 관방장관 등이 이례적으로 몇 번이나 한국정부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한일간의 빅딜이 성공했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한편 한일통화스와프 기간연장 등 실리적인 이득을 취한 이 명박 정부가 흐뭇한 표정으로 회심의 미소를 짓는 동안, 김 현희를 바라보는 한국국민들의 시선은 일본과는 달리 매우 차가웠다.

그것은 한일정부 주관 ‘대 이벤트 드라마’의 주연인 김 현희가, KAL폭파사건으로 숨진 115명의 유족에게는 직접 만나 사과 한번 하지 않으면서, 단지 2년여에 걸쳐 일본어를 가르친 다구치 가족을 만나서는 눈물을 흘리며 동정을 보이는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해 KAL유족들이 강한 분노를 분출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김 현희는 국내의 이 같은 여론의 비난을 혼자 고스란히 받아야 했다. 이는 또다시 김 현희가 우익정권에 의해 이용을 당하는 대목이다.

아무튼 ‘한일합작 드라마’는 적어도 일본에서는 일본정부의 의도대로, 예상대로 ‘대히트’를 쳤다. 아마도 다음주 주간지에는 일간지처럼 '김 현희- 다구치 가족드라마' 이야기로 비록 똑같은 이야기를 리바이벌 한 것에 지나지 않지만 온통 도배를 할 것이다. 그럼 한동안 아소 정권은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잠시 김 현희에게 돌리고, 잠시 한숨을 고를 시간을 벌 것이다. 그리고 역시 일본인들에게 여전히 뜨거운 감자인 북한에 대한 반격이 시작될 것이다. 또한 그 길이 막힐 때마다 이 명박 정부와 딜을 할 것이다.

그럼 다음 한일합작시리즈는 어떤 것이 나올까? 궁금증이 더해지는 양국정부 관계다.


                                                                                                                   - JPNews 단독 취재, 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