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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1박 2일 일탈에서 만난 행복

릴리c 2009. 10. 21. 11:39

1박 2일 일탈에서 만난 행복

 

지난 70, 80년대, 우리는 Bee Gees 형제들의 노래에 심취했다.

   Don't Forget To Remember, I Started a Joke, Words...

 그야말로 주옥같은 멜로디를 매혹적(?)인 화음으로 불러 여성들을 가슴 두근거리게 했다.

 

그들의 히트곡 중 내가 좋아하는 곡이 있는데

  바로 'August October'(여름과 가을사이...)라는 곡이다.

  지금도 어느 방송, 어느 DJ인가는 추억에 젖어있을 중년여성들을 위해

열심히 틀어주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햇빛 뜨거운 여름날에 만나 사랑을 약속한 여인,

가을에 다시 온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으나 가을이 오고, 나뭇잎 다 떨어져도 오지 않는다"며

야속해 하는... 그런 내용의 노래다.

   

지난 주말, 특별한 기념일을 위해 남편과 강화도를 찾았다.

서울에서 멀지 않은 곳이면서도 쉽게 나서지 못하는 건 순전히 '여유없음'에서 비롯된 것,

 운동화에 배낭메고 승용차 대신 버스에 몸을 실으니,  길 밀릴 걱정,

졸음운전 등에서 완전 해방된 기분에 잠시동안이지만  행복한 일탈에 빠질 수 있었다.

 

1박2일 동안 내가 듣고 싶었던 그 노래 August October 를 강화도에서 들을 수는 없었지만,

대신에 매우 특별한 부부를 만나 의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여행에서 뜻하지 않게 만난 부부의 모습과 강화도의 가을을 사진으로 담아 소개한다.

그날이 그날인 반복되는 일상에서 탈출하고픈 현대인들에게

내가 만난 부부는 매우 신선한 자극제가 되기도 할 것이고, 또한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살아있는 갯벌. 찰흙처럼 보이는 저 속엔 수많은 생명이 살아 있다.

 

 

▲ 우리가 맛있게 먹고 있는 감의 원조인 '고염'이다.

말랑말랑 잘 익은 고염은 육질이 쫄깃거리고 달콤한 게 일반 감과는 또다른 맛이다.

보기도 처음, 먹기도 처음인 고염...강화도 황청포구에 가면 있다.

 

 

 

 

 

 

▲▼석도현 화가의 작업실과 그의 작품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전업화가로 데뷔해  

여러차례 대회입상은 물로 전시회도 가진, 이미 국내 수묵화계의 중진으로 자리매김 한 화가다.

 

 

 

10월 21일(수)부터 27일까지

인사동 경인미술관(제5전시실)에서 <섬과 바다>를 주제로

석도현 씨 개인전인 수묵화 특별 전시회가 열린다.

 

 

  

 

 석도현 씨와 서경화 씨 부부.

수묵화가인 남편과 천연염색가 아내가 바로 그들.

40대 중반의 수묵화가 석도현 씨와 천연염색을 고집하는 아내 서경화 씨 부부는

강화도의 한 허름한  농가에 살면서 아주 풍요로운 삶을 보내고 있는데,

그 모습이 매우 행복해보였다.  

남편도 부러웠는지, "나도 이렇게 농가에서 살고 싶은데..."

라고 중얼거리며 부부에게 이것저것 물어본다.

 

석도현 씨 부부는 직접 재배한 강화도 속노란 고구마와

 강화도에서 잡은 국산새우로 손수 담갔다는 새우젓을 포장하느라 바쁜 중에도

 궁금한 게 많은 남편의 질문에 친절하게 대답한다.

'수묵화를 그리는 남편, 전통방식으로 염색을 하고 한복을 짓는 아내...

그 천으로 만든 옷을 입으면, 몸과 마음이 자연과 하나 된듯 얼마나 편안할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 고양이가 말썽을 부리자 석도현 씨가 기둥에 붙여놓았다.

벌을 받고 있는 새끼고양이 이름은 '앵두'

 

 

 

강화도엔 먹거리 또한 풍부하다.

전어가 한창인 요즘,

집나간 며느리도 불러들인다는 전어구이, 끝내주는 맛이었다.

하지만, '집나간 며느리', 사실은 전어를 싫어했다나 뭐라나~

강화도 곳곳에서는 지금, 전어와 대하 굽는 냄새로 식욕을 마구마구 자극해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든다.

 

 

 

석도현 씨 부부와의 만남...  

고급화와 편리함으로 대변되는 각종 생활도구와 멀티 미디어의 다양함을 버리고

밭을 일구고, 젓갈 담그며 작품활동을 하는 부부를 만난 것은,

지금껏 마음먹은 일 제대로 실행에 옮기지 못하며 살아온 내자신을 되돌아보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이제부터라도 실천하는 삶이 되도록 해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 * * 

 

가을 분위기 물씬나는 인사동에서

가족, 연인 혹은 친구와 함께 수묵화 작품 세계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

 인사동 경인미술관 02-733-444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