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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동네가 명품마을 된 사연? (2)

릴리c 2010. 2. 4. 19:31

달동네가 이 되다 / 홍제동 개미마을

이 마을에선 모든 것이 캔버스가 된다.

계단, 담장, 돌축대, 집, 길바닥... 어디든 멋진 화폭이 된다.

어느 곳에든 희망의 메시지로 가득하다.

그 모습을 보기 위해 전국에서 달려오는 아름다운 마을이다.

그래서 이 마을은 더이상 달동네가 아니다.

누구나 보고싶어 하고 사진 찍고 싶어하는 <명품마을>이다.

이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에도

명품마을 주인으로서의 자부심이 있었으면 한다. 

 

 

한 때는 '인디언 마을'로 불리기도 했던 홍제동 개미마을.

홍제동 산1-33, 인왕산 자락 아늑한 기슭에 자리잡은 이곳엔

현재 210여 가구에 420여 명의 주민이 소중한 꿈을 품고 열심히 살고 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산다고 해서 마을 이름이 유래했다고 한다.

6.25 전쟁 이후, 갈 곳이 마땅치 않았던 가난한 사람들이

이곳에 천막을 치고 임시거처로 살기 시작했던 연유로

처음엔 '인디언 마을'로 불렸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천막이 마치 인디언마을 같아서였다고 한다.

 1983년부터 <개미마을>이라는 정식명칭으로 불렸고,

최근에는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한 건설회사(금호건설)에서

벽화제작을 주도했고, 미대생(건국대, 성균관대, 상명대, 추계예술대, 한성대)들이 참여해

<벽화마을>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안녕~!"

"잘 있었니?"

"보고 싶었어~!"

하루에 한 번은 이런 말을 듣고 싶다.

아니, 해주고 싶다, 누군가에게...

 

 

 

동물이 미소 짓는 걸 보신 적 있으신지요?

전 보았답니다~!!

이 애들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웃음이 나오고 행복해지는 걸 경험하실 거예요~

 

 

 

 

 

어느 집 담 위에서 놀고 있는 고양이를 보았다.

집고양이인지 길냥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 못지않은 온기가 느껴진다.

 

 

 

 

 개미마을에 가면 유난히 개짖는 소리가 많이 들린다.

맞벌이가 많아 집을 지키기 위해 키우는 거라고 하지만,

그만큼 인정이 많기 때문이리라, 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위험 개조심'이라는 표지판도 정겹고

빨강색 등 갓도 참 예쁘다. (사진 위)

 

(사진 아래) 파란색을 보면 늘 희망, 젊음이 연상된다.

이 마을에 그려진 그림에도 파란색이 유난히 많다.

마을 주민들에게 늘 희망과 행복만 가득하기를......

 

 

 

시멘트 벽돌과 슬레이트 지붕으로 지어진 보금자리...

그 위로 어지러이 날으는 전깃줄...

고단한 삶은 우리 모두의 것이고,

그래서 우리는 더 행복해져야 한다. 그래야 한다...

 

 

 

지난 주, 지인들 몇 명과 개미마을 출사를 다녀왔다.

얼마 만의 출사인지..

집을 나서면서부터 내 마음은 이미 설레고 있었다.

하지만 달동네를 찍으러 간다는 것이

자칫하면 오만방자함이 깃들기 쉬운 짓이기도 해

마음 한 편으로는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었다.

카메라를 들이대고 이곳저곳을 찍어댄다는 건

그곳 주민들 입장에서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을 분들을 만나면 상냥하게 인사를 나누리라~ 마음 먹었다.

잔뜩 흐려있는 평일 오후 두 시 쯤...그러나..

길에선 주민인 듯한 분들과는 거의 마주치지 못했다.

우리 외에도 카메라를 들고 나온 '진사'들만이 골목을 누비고 있다.

  

 

마을을 거의 다 내려와 한 부동산을 만났다.

이름도 "개미부동산".

그런데...한문이 참 특이했다.

開열 개 眉눈썹 미...

개미의 한자가 開眉인줄은 처음 알았다!

 '이른 새벽에 눈을 뜨는 부지런함'이라는 의미로 억지 해석을 해본다.

개미처럼 부지런한 사람들,

그런 분들이 사는 곳...개미마을...고개가 끄덕여진다.

 

마을에 사람들이 별로 없는 이유를 부동산 아저씨께 여쭈었다.

대부분 맞벌이로서 아침부터 일터에 나가기 때문이란다.

역시 부지런한 분들의 마을...

예상했던대로다.

 

 

 

 

이곳은 무얼 하는 델까?

궁금했지만 행여 사람이 사는 곳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들여다볼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무지개 발 사이로 언뜻 남성용 변기가 보인다.

공중화장실?

이 마을엔 화장실이 없는 집도 꽤 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그렇게 짐작만...

 이렇게 고운빛깔의 화장실이라면,

그 안에서 볼일 보는 것도 아주 낭만적이지 않을까.ㅎㅎ

 

 힘든 하루일과를 마치고 돌아올 때,

이렇듯 화사한 색색으로 칠해진 담장을 보며 보금자리로 들어선다면

지친 몸과 마음에 조금이나마 에너지가 샘솟지 않을까...

 

 

 흐리고 을씨년스러운 날씨였지만 마음은 푸근함으로 가득한 '출사'였다.

이젠 속을 따뜻하게 채울 차례다.

벙개대장이 미리 검색해 둔 <원조국수>집으로 향했다.

역시 국수는 멸치를 우려낸 시원한 국물맛이 최고다.

이집이 그랬다.

가격 또한 얼마나 착한가~!

국수맛이 그리워 조만간 다시 찾아갈지도 모르겠다.  

누군가 청하는 사람이 있다면, 당장이라도~~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