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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의 神 제프 백 첫 내한공연

릴리c 2010. 3. 21. 04:16

JEFF BECK The 1st Live In Seoul

 

봄기운 한창이어야 할 3월 20일, 그러나 시야마저 흐릿할 만큼 엄청난 황사바람과 무척 쌀쌀한 날씨로

봄이 뒷걸음질 치는 토요일이었다.

그럼에도 올림픽 공원 내 올림픽 홀에는 처음으로 내한공연을 갖는 제프 백을 보기 위한 사람들로 가득했다.

기타의 신, 전설의 기타리스트...

제프 백을 말하는 수식어는 간단하다. 더 이상 다른 말이 필요없기 때문이다.

 

 

 

저녁 7시 10분. 드디어 시작된 역사적인 첫 내한공연...

'기타의 신神'이라는 그의 무대는 너무나도 간결했다.

연주에 몰입한 그의 몸짓 또한 말할 수 없이 담백했다.

 

최소한의 무대장치와 최소한의 무대매너에서 나오는 절제미가 오히려 극적이기까지 했던 제프 벡 공연.

모든 정열을 오로지 음악에만 집중하는 제프 벡.

수십년 동안 기타연주만으로 전세계인을 감동하게 만든 건 바로 이런 집중력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는 수천 관객의 마음을 단숨에 넉다운 시키기에 충분했다.

공연장은 객석을 가득 메우고도 모자라 뒤편 출입구까지 물샐틈도 없이 서 있는 관객들로 꽉 찼다.

 

 

 

 

 

솔직히 난 그의 연주곡명에 대해선 잘 몰랐다.

그러나 그의 지명도만으로도 이번 공연을 꼭 봐야한다고 진작부터 벼르고 있었다.

평생에 그의 연주를 직접 볼 기회가 다시는 없을 것 같았으니까.

첫번째 내한공연...

 

'세게적인~~'이라거나 '전설적인~~'이라는 수식어도 그에겐 왠지 부족한 것 같다.

'신神'이라는 표현이 제격인 사람.

팝, 롹음악의 본고장 미국이나 영국 뿐 아니라 전세계의 음악인들 중에 그의 영향을 받지 않은 뮤지션이 있을까.

특히 보컬이 아닌 연주(인스트루멘탈)를 전문으로 하는 뮤지션들에게는 거의 신적인 존대로 군림한다.

 

 

 

 

 

에릭 클랩튼, 지미 페이지와 함께 세계 3대 기타리스트로 일컬어지는 제프 백은

편안한 노래와 기타연주로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는 에릭 클랩튼이나

레드 제플린의 간판 지미 페이지와는 달리 제프 백은 어떻게 보면 '대중적 인기'와는 거리가 있는 듯 보인다.

매우 고독해 보이는 외모도 그렇거니와 그의 음악은 결코 대중적이지 못했다.

그러나 진정한 음악인, 진정한 뮤지션들 사이에서는 거의 '추앙'이라고 할 정도의 신뢰와 사랑을 

수십 년 동안 변함없이 받아온 기타리스트다.

 

노래를 하는 가수는 입으로, 목소리와 온몸으로 관객을 사로잡지만

기타리스트 제프 백은 기타 위를 질주하는 손가락으로 관객을 꼼짝 못하게 했다.

딱 한 곡에서 버틀넥 주법을 선사했는데......말로만 들었던 그 모습을 생생하게 확인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7년 만의 신작이자 통산 15번째 앨범<Emotion&Commotion>을 3월18일 전 세계에서

처음 한국에서 발표. 공식적인 국제발매일은 4월 13일.
새 앨범에는 오즈의 마법사 주제곡 '섬웨어 오버 더 레인보우', '라일락 와인, 투란도트의

'네순 도르마Nessun Dorma' 등 열곡 수록.

 

공연 마지막 곡으로 비틀즈의 'A Day in the Life'를 연주했는데

비틀즈와 또 다른 스케일의 편곡으로 제프 벡만의 특별한 연주가 재탄생되었다.

웅장함 속에 감미로움이, 강한 듯 하지만 유연하고, 조용한 듯 하지만 폭발하는 에너지가 가득한

'제프 백만의 A Day in the Life'가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이었다.

 

 

 

 제프 백의 무대는

때로는 부드럽고 달콤한 연주에 공연장이 녹아버리는 게 아닌가 싶었고,

때로는 격정적이고 폭발하는 기타 테크닉으로 공연장이 뜨겁게 타오르는 것 같았다.

'섬웨어 오버 더 레인보우'를 발라드로 연주한 제프 벡, 60대 중반을 넘어선 그는

아직도 순수한 동심의 세계에 머물러 있는 모양이다.

 

앵콜곡으로 연주한 투란도트의 '네순 도르마Nessun Dorma'와 'Cause we've ended as lovers'...

드럼 스틱을 객석에 날리고 멤버들이 퇴장했어도 한참을 자리에서 뜨지 못하는 관객들은

오늘의 공연을 평생의 추억으로 간직할 것이다.

역사적인 첫 내한공연은 막을 내렸지만 강한 그 여운은 아마도 오래 갈 것 같다.

 

 

 

2010 JEFF BECK WORLD TOUR BAND LINE UP을 보면,

제프 백(JEFF BECK) - 기타
나라다 마이클 월든(Narada Michael Walden) - 드럼
론다 스미스(Rhonda Smith) - 베이스
제이슨 레벨로(Jason Rebello) - 키보드


특히 베이스의 론다 스미스는 19세에 제프 벡에게 발탁되었다고 하는데

그녀의 연주에 난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엄청난 에너지가 내 온몸에 전율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잠깐의 보컬을 들려주었는데 그야말로 화산이 폭발하듯 너무나 파워풀해서 온몸에 전기가 통하는 기분이었다.

과거 프린스 앨범에도 참여했다고 하니 여성 베이시스트가 많지 않은 음악계에서 단연 돋보이는 존재인 것 같다.

함께 공연을 관람한 팝 컬럼니스트 이양일씨는

"론다 스미스 때문에 아마도 베이스기타를 치겠다는 여성이 많이 등장할 것 같다."고 했다.

정말 매력 철철 넘치는 여성이었다. 론다, 브라보~!!

 

이번 공연은 전 앨범 이후 7년 만의 새앨범 발매 기념으로 이뤄진 세계 투어다.

이 앨범의 전세계 공식 발매는 4월 13일이지만 내한공연에 맞춰 우리나라에서는

3월 18일 발매되었다.

 

 

2010년 3월 20일 올림픽 공원내 올림픽 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