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꽃미남 아이돌, 80년대 테리우스 레이프 가렛 Live in Seoul
80년대 한국 팝음악계를 발칵 뒤집어 놓고 오랫동안 소녀 팬들을 가슴앓이 하게 만들었던
원조 테리우스, 원조 꽃미남 아이돌.
그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서슴없이 나는 레이프 가렛이라고 말하겠다.
순정파 만화 주인공 테리우스를 꼭 닮은 레이프야말로 원조 꽃미남 아이돌이었으니까.
33년 전인 1980년, 처음 한국에 발을 딛고 한국 소녀팬들의 가슴에 불을 질렀던 그는
지금까지도 당시의 폭발적인 인기와 사랑에 대한 추억으로 한국을 그리워했다고 한다.
2010년에 두 번째 내한공연을 펼쳤지만, 당시에 나는 그 공연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33년만의 이번 공연에서 만난 레이프에 대한 감회가 무척 새로웠다.
솜털 보송보송한 갓 스무 살 나이 때의 레이프가 이제는 50대 초반의 중년이 되었지만,
예전의 맑고 순수했던 모습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그때에 비해 '악동' 같은 장난끼가 보태진 것이 오히려 그를 더 '귀엽게' 만들었다.
그동안 한국에는 그의 활동상이 자세히 전해지지 않았던 탓에
혹자는 그가 은퇴한 모양이라 여긴 이도 있었단다.
하지만 그는 영화배우로 로커로 끊임없이 대중 앞에 있었다.
때로는 폭발하듯 샤우팅을 쏟아내기도 했고
때로는 솜사탕처럼 감미로운 멜로디로
마른 땅을 적시는 봄비처럼 예전 팬들의 가슴을 적셔주었다.
그는 여전히 '아이돌'이었다.
지난 4월 27일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
Leif Garrett In Seoul
레이프 가렛 서울 콘서트.
이번 공연에서 그는 과거의 히트곡들로
소녀에서 아줌마가 된 여성팬들의 추억을 끄집어내 주었다.
I was made for dancing,
New York city nights 등 14곡을 노래.
1980년 내한공연을 위해 김포공항에 입국했을 때
레이프 가렛과 가장 먼저 인터뷰한 사람이 바로 DJ 김광한 씨.
그는 <김광한의 팝스다이얼>이라는 프로그램으로 방송을 시작한 후
레이프 가렛 덕분에(?) 불과 수 개월만에
인기 최고의 DJ가 되었다고 한다.
레이프 가렛 공연 홍보를 <팝스다이얼>에서 독점(!)했기 때문인데
그 인기의 여세로
전문 DJ로는 처음으로 개그 프로인 <유머 일번지>와
<김광한의 쇼 비디오자키> <가요 탑10>등의
TV 프로그램까지 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렇게 한 떨기 수선화처럼 아름답고 여리여리했던 레이프도
이젠 중년의 아저씨가 되어 우리 곁에 다시 왔다.
찰지고 농익은 로커가 되어...
팬들이 꽃다발과 선물공세를 하는 모습을 보니
예전, 처음 내한 공연 때 소녀팬들의 열광적인 반응이 떠오른다.
숭의 음악당 공연 때 난 맨 앞자리에 있었고
주변에 있던 소녀팬들의 반응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는데
소리지르다 실신하는 학생 그것도 한 명이 아닌 여러 명을
실제 눈 앞에서 목격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세간에 떠도는 '속옷 투척 사건'은
적어도 내가 본 공연에서는 일어나지 않았다.
약 2주 후면 레이프의 새로운 CD가 발매 된다고.
이번 공연에서는 오프닝 밴드가 미리 분위기를 달구어 주기도 했다.
위 사진은 오프닝에서 연주했던 토미 기타를
레이프가 공연 중간에 불러내 함께 노래하며 연주하는 모습.
그들은 척 베리(Chuck Berry)의 'Johnny B. Goode'을
신나는 리듬과 멜로디로 노래해 관중의 어깨를 들썩이게 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특별한 순서를 선보이기도 했는데
미시 모델들이 등장해 레이프의 최대 히트곡인
I was made for dancing에 맞춰 백댄서로 활약했다.
레이프의 백뮤지션 소개에 기타리스트(위)는 입으로 연주하며
독특한 인사법으로 관중의 환호를 받았다.
아래는 공연의 무게를 더해 준 베이시스트.
레이프 가렛 본 공연에 앞선 오프닝에 출연한 가수들.
(사진 위부터)박강성, 피노키오(강주원-피노키오 보컬), 토미 기타.
피노키오는 지난 해에 재결성해 현재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마지막 곡을 노래한 후 손을 흔들며 퇴장하는 레이프 가렛.
그는 앵콜곡도 없이 그대로 들어가 버려 팬들의 아쉬움을 샀지만
앵콜곡을 부를 마음이 생기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가지 면에서 주최측의 '미숙한' 진행으로 인해
마치 '리허설 공연'을 보는 듯했는데
(레이프에게만 조명이 켜진 가운데 무대 정리하는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는 어수선한 분위기라든가...)
레이프는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없는데 여기선 다르게 일을 하네요."라는 말로
그 분위기를 꼬집기도 했다.
공연장인 평화의 전당 로비에 마련된 포토존.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레이프와의 기념촬영을 기다리고 있다.
내가 본 공연은 두 차례 공연(오후 4시, 7시 30분) 중 4시 공연이었는데
그동안 보아왔던 여늬 공연과 달리 진행상에 문제가 많았던 공연이었다.
이를 사죄라도 하려는 듯(?)
주최측 대표는 사과와 함께 다음과 같은 얘기를 했다.
오는 8월 9일과 10일에 레이프 가렛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것과
레이프 외에도
에프 알 데이빗, 애니타 워드, 제럴드 졸링, 올포원 등이 참가하는
월드 7080 콘서트-록 페스티벌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소는 연세대 노천극장.
아무튼 33년 만에 만난 레이프가
'혹시나' 했던 우려를 깨고 '망가지지 않은' 모습과
실망시키지 않은 보컬 실력으로 인해
과거의 명성을 지키고 있다는 안도감을 갖게 해준 게
무엇보다도 기쁜 일이었다.
벌써부터 여름이 기다려진다.
사진 하나 더~!!
4월 29일부터 CBS 라디오의 봄개편과 함께
<김광한의 라디오 스타>를 진행하게 된 김광한 씨의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위해 방송국을 찾은 레이프 가렛.
33년 만에 다시 만나 녹음으로 이뤄진 인터뷰 내용은
5월 4일(토)에 방송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