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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카파 사진전]폭탄 터지는 순간에도 카메라를 잡고 있던 전쟁사진작가 로버트 카파전

릴리c 2013. 8. 12. 08:00

잉그리드 버그만이 사랑한 로버트 카파 사진전

 

세기의 여배우 버그만의 청혼도 거절할 만큼

카파는 단 한 명의 여인만을 진정으로 사랑했던 순정파였다.

마음이 따뜻하고 감성 풍부한 그는 전쟁을 어떻게 담아냈을까.

 

'전쟁 사진작가'라는 수식어와 달리

그는 전쟁을 극도로 싫어했지만

20세기 전쟁의 비극과 참혹함을 생생히 전하기 위해

다섯 번의 전쟁터를 누비고 다녔다.

스페인 내전(1936-1939), 중일전쟁(1938), 제2차 세계대전(1941-1945)

1차 중동전쟁(1948), 인도차이나전쟁(1954).

 

그는 전쟁의 부당함을 규탄하는 한편,

승리와 평화를 갈구하고 이를 위트 있게

시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전시되고 있는 '로버트 카퍼 100주년 사진전'은

국내 최초로 ICP 소장전이라는 점에서 기존의 사진전과는 다르다.

ICP는 1974년 코넬 카파가 형 로버트 카파의 기록과 추억을 보존하기 위해 건립한

기념재단으로, 그의 재단에서 직접 소장하고 프린트한 오리지널 작품들로만

이번 전시회에서 선보인다.

 

 전시장의 카메라 렌즈와 발자국 찍힌 입구가 매우 상징적이다.

한발짝 더... 그에게 다가서기 위해,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는 카파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난 저 렌즈 속으로 들어간다.

 

 

 

 

로버트 카파 탄생 100주년 사진전

82~1028일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관람시간 : 오전 10:30 ~ 오후 9:00

(관람객이 적은 저녁 7시 이후에 가면 조용하게 관람할 수 있습니다)

 

 

'공습경보 중 피난처를 향해 달리는 개와 여성'(스페인 바르셀로나, 1939년 1월)

 카파의 사진을 대표하는 그 어떤 사진보다도

내게는 가장 강렬하게 다가왔던 한 장면이다.

 

 

로버트 카파 탄생 100주년 사진전

82~1028일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관람시간 : 오전 10:30 ~ 오후 9:00

(관람객이 적은 저녁 7시 이후에 가면 조용하게 관람할 수 있습니다)

 

자욱한 먼지 속의 병사/세그레 강, 아라곤 전선, 스페인/1938. 11. 7

35mm 렌즈로 전쟁터 한 가운데에 들어가 찍은 카파의 사진은

몹시 흔들려 있다.

바로 곁에서 터지는 폭탄음과 그로 인한 몸의 진동까지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그때 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아래 사진

오마하 해변에 착륙하는 미군 부대 공격 개시일, 노르망디, 프랑스/1944. 6. 6.

포커스도 맞지 않고 흔들린 상태지만

오히려 당시의 절박했던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어서

제2차 세계대전 보도사진 중 최고의 걸작으로 꼽힌다.

(위 사진 출처 : www.robertcapa.co.kr)

 

 

 전시장 공간을 가로질러 설치된 스크린에서는

카파의 사진이 쉬지 않고 바뀌며 흘러나온다.

 

 

 

로버트 카파 탄생 100주년 사진전

82~1028일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관람시간 : 오전 10:30 ~ 오후 9:00

(관람객이 적은 저녁 7시 이후에 가면 조용하게 관람할 수 있습니다)

 

 

어느 공화파 병사의 죽음(스페인 꼬르도바, 19369월초)

카파가 찍은 이 사진 <병사의 죽음>은 포토저널리즘 역사상 가장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이 사진 한 장으로 카파는 단박에 당대 전설적 사진작가로 거듭날 수 있었고 명성과 지위 모두를 얻었다.

 

카파가 목숨을 걸고 촬영한 사진들은 당시 시대 상황, 전쟁의 참혹함, 따뜻한 휴머니즘을 담고 있다.

  

 

'멕시칸 수트 케이스'

멕시칸 수트 케이스는 스페인 내전 중에 로버트 카파,

제르다 타로(카파의 연인이었던), 데이비드 세이무어가 촬영한

필름이 담긴 판지 상자를 일컫는다.

잊혀져 있다가 내전 70년 만인 1995년 발견됐다.

이 상자 안에는 160롤의 필름이 들어 있었고

카파의 사진들뿐만 아니라 카파와 함께 스페인 내전의

주요 사진작가 중 두 명인 타로와 침의 필름도 있었다.

이번 전시회에서 선보이는 사진들 중

11점이 이 케이스에 있던 것들이다.

 

 

 

 폰탁스 카메라 1954

로버트 카파가 마지막 촬영 당시 손에 쥐고 있던

카메라와 같은 기종.

 

 

 

로버트 카파 탄생 100주년 사진전

82~1028일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관람시간 : 오전 10:30 ~ 오후 9:00

(관람객이 적은 저녁 7시 이후에 가면 조용하게 관람할 수 있습니다)

 

 

 

 

  

 

 

 

 롤라이플렉스 카메라, 1939

로버트 카파가 헤밍웨이와 함께 했을 당시 사용했던 카메라와 같은 기종.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촬영할 때도 이 기종을 사용했다.

 

 

파블로 피카소와 아내 프랑수와즈 질로, 그리고 한 살짜리 아들.

로버트 카파는 당대 최고 예술가들과 교류했다.

전선에서 돌아오면 그는 파리에 머물고 있는 작가, 기자, 예술과들과 우정을 쌓았다.

피카소와 그의 아내 질로를 비롯해 어니스트 헤밍웨이, 존 스타인벡, 어윈 쇼,

1947년 앙리 브레송과 공동 설립한 사진협동 에이전시인 매그넘 식구들,

앙리 마티스, 영화감독 존 휴스턴아나톨 리트박 등이 그들이다.

 

잉그리드 버그만이 사랑한 로맨티스트

 

스페인 내전에서 탱크에 치여 숨진 첫사랑 '게르다 타로'를 잊지 못해

당대 최고 여배우 잉그리드 버그만의 청혼을 뿌리친

진정한 보헤미안, 로맨티스트였던 로버트 카파.

뛰어난 외모와 예술가적인 풍모 때문에

세계적인 여배우 비비안 리와도 한 때 사랑에 빠졌던 카파.

잉그리드 버그만은 그가 세상을 떠난 뒤 그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카파는 사랑하거나 미워할 수는 있어도

결코 무관심할 수 없는 남자였다."

 

 

신화 같은 로버트 카파의 삶을 담은 다큐 영상이

전시장 한쪽에서 하루종일 흐른다.

미국의 공영방송 PBS가 제작한 카파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Robert Capa : In Love & War를 전시장에서 관람할 수 있다.

90분짜리 다큐 영화는 평일 오전 10시 30분에 풀 버전으로 상영되며

그 외 시간에는 주제별로 편집되어 상영된다.

 

 

“If your pictures aren't good enough, you're not close enough.

당신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충분히 다가서지 않아서다.”

마흔 한 살의 나이로 세상과 작별했지만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세상을 살았던 예술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카파가 남긴 이 명구는

단지 사진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모든 삶에 대한 태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군사들과 함께 최전방에 참전한 카파의 사진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도 영감을 주었다.

 

 

 카파의 마지막 사진으로 알려진 '지뢰밭의 군인들'.

 

카파는 라이프 잡지의 다른 사진작가를 대신해 한 달 동안 베트남 전쟁을 취재했다.

이동 중에 '호송 차량을 떠나지 말라'는 군인들의 경고에도 차량을 이탈했다.

"단 한 곳이라도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면

난 무조건 그곳에 갈 거야."

 

 1954년 5월 25일 2시 30분경, 카파는 풀이 무성한 둑에 올라

인도차이나 남딘 마을에서 타이빈을 향해 걸어가는 프랑스 군의 뒷모습을 찍는다.

그가 이 사진을 찍고 발걸음을 옮기는 순간 그는 대인 지뢰를 밟고 만다.

그때 터진 지뢰로 카파의 왼쪽 다리는 사라지고

그는 복부와 위에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급히 응급처치를 하였으나 결국 카파의 숨은 멎었고,

죽음의 순간까지 그의 왼쪽 손에 쥐어 있던 카메라는

현상을 위해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실렸다.

 

폭음이 터지는 순간에도 그의 손에는 카메라가 들려 있었다...

 

요즘이야 카메라 기술의 발달과 다양한 장비의 개발로

굳이 피사체에 다가가지 않아도 생생한 사진을 담을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직접 두 발로 다가가지 않으면

현장의 모습을 담을 수가 없었기에

군인들 틈에 섞여 폭탄이 터지고 총알이 날아오는 전선 맨 앞에서

셔터를 눌러야 했다.

 

 

 

 

 

 "그의 죽음은 모두에게 불운이다.

특히 카파에게는 더욱 그렇다.

생전에 그는 아주 활기찬 사람이었기에,

그가 죽었다고 생각한 하루는 너무나 길고 힘들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카파의 사진은 인간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주체할 수 없는 연민을 담고 있다."

-존 스타인벡

 

"카파는 휘몰아치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과 타인을 위해 몸부림쳤다.

그리고 영광의 정점에서 세상을 떠난다."

-앙리 까르티에 브레송

 

  

로버트 카파라는 불운하지만 가장 행복했던 사진가가 태어난 지 100년째 되는 2013년은

그가 인도차이나 전쟁터에서 세상을 떠난 지 60년째를 앞둔 해이기도 하지만

한국전쟁 휴전 6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로버트 카파 100주년 사진전

뉴욕 ICP 소장 오리지널 프린트展이라는 점에서도

매우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다.

사진 작품에는 최종 인화를 누가 하느냐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

 

카파의 오리지널 프린트 작품이 한국에 도착한 것은 전시회 4일 전으로,

도착 후 이틀 동안은 포장조차 풀 수 없었다고 한다.

 이유는, 한국의 기후에 적응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인데,

전시일 이틀 전에야 비로소 한국의 공기와 빛에 노출된 작품들은

ICP에서 보내온 액자 그대로 전시장에 걸리게 된 것이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카파의 작품 160여 점을 보여준다.

그의 작품들은 헌신적인 기자정신과 예술가의 관점에서 만들어진 것.

그의 친구인 존 스타인벡

"그의 사진은 따뜻한 마음과 동정을 갖고 있다"고 했다.

다섯 개의 전쟁을 취재했지만

카파를 단순히 종군기자로 분류할 수는 없다.

그는 평생 인간의 모든 모습을 담고자 했고

전쟁의 부당함을 규탄하고자 했으며

승리와 평화를 즐기고 그것을 위트 있게 그리고

시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그의 장례식에서 사진작가 에드워드 스테이켄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인생을 이해했다.

그는 격렬하고 열정정으로 살았다.

그는 해야 할 것을 충분히 했다.

그리고 그는 용맹하고 힘차게

그리고 매우 진실되게 살았다."

 

 

시간을 맞추면 도슨트의 친절한 설명과 함께

깊이 있는 사진전을 관람할 수 있다.

사진에 얽힌 뒷얘기나 찍게 된 동기 등을 들으면

카파의 사진세계와 더불어

그의 내면까지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다^^*

 

Robert Capa(1913. 10. 22 ~ 1954. 5. 25)

제1차 세계대전이 발생하기 1년 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앙드레 프리드만이라는 이름의 유대인으로 출생.

정치적 박해와 반유대주의자들을 피해 베를린으로 피신한 그는

그곳에서 사진 에이전시 데포트의 암실 조수로 일하면서

사진과 조우했다.

이후 로버트 카파로 개명한 그는

5개의 전쟁에서 총이 아닌 카메라를 들고 목숨 건 취재를 하며

강렬한 휴머니즘을 담아 전쟁사진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카파이즘'(위험을 무릅쓴 취재 정신)으로 일컬어지기도 했다.

 

 

로버트 카파 100주년 사진전  한국전쟁 휴전 60주년 기념

전시기간 : 2013. 8. 2(금) - 10. 28(월)

전시장소 :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본관(B1)

관람시간 : 오전 10:30 ~ 오후 9:00

(관람객이 적은 저녁 7시 이후에 가면 조용하게 관람할 수 있습니다)

관람문의 : 02-3701-1216 / 0505-300-5117

 

http://www.robertcap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