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풍경1 정릉골
사라져가서 아쉬운 것들...
인정이 느껴지던 어린시절 골목길
방앗간
빵꾸집
연탄배달...
이젠 보기 힘들어진 것들...
점점 사라져가는 골목 풍경을 담았습니다.
정릉골.
성북구 정릉천을 가운데 두고
산비탈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낡은 집들과
건너편의 아파트 동네가 마주보고 있는 곳입니다.
건너편 아파트 동네가 발 아래 펼쳐지는 이곳,
하루종일 햇볕 잘 들어
뽀송뽀송 빨래가 잘도 마릅니다.
널어놓은 토란대도 하루만에 바싹 건조되지요.
저 계단 끝까지 오르면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
등산을 하듯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갑니다.
오르는 동안
좁은 골목 여기저기 기웃거려보는데...
저 골목 밖에는 무엇이 있을까...
대문 안쪽 빨간 맨드라미도
궁금하긴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고개를 삐죽 내밀고
골목을 내다보고 있는 걸 보니...
뜯긴 담 안쪽을 들여다보는 것도
골목길의 매력이 아닐까요...
이 마을에 산 게 50년 되었다는 새마을 수퍼 아주머니
침침한 조명 아래서 만나는 손님들과의 담소는
삶의 한 부분이 되었습니다.
연탄 배달집
그러나 지금은...
빈 집인 것 같습니다...
어느 골목에서 만난 생수병,
누군가의 목을 축여주곤 이곳에 버려졌지요...
인생 역시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누군가에게 필요했고
누군가에겐 필요 없는 존재...
'예술가의 집'으로 들어가는 계단은
하늘로 오르는 계단 같습니다.
제법 널찍한 골목길에서
오가는 사람들을 지켜보기라도 하듯
버려진 TV가 오두마니 앉아 있네요,
버려진 강아지처럼...
한 때는 사람들을 웃게도 만들고
울게도 했던 요술 상자...
주인 떠난 빈 집 앞에
누군가를 붙잡으려는듯
속절없이 팔 뻗은 생명도 있고...
인기척 대신
잡풀에 뒤덮힌 집도 있습니다.
옥탑방에도 가을은 어김없이...
비록 새는 지붕을 비닐로 막았지만
계절의 풍요로움으로
마음만은 넉넉합니다...
지붕 위에 올려놓은 빨간 바구니엔
가족 사랑이 가득...
갈라진 담벼락도
때론 예쁜 화폭이 됩니다.
골목길을 돌아 나오다
장대 들고 호박 넝쿨을 지붕 위에 올리는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인사를 건네니
마침 밤나무에서 떨어뜨린 밤송이를 발로 까
알밤을 주시네요.
오래 된 동네 정릉골,
인심 훈훈한 골목입니다.
언젠간 이곳도
'재개발' 되는 과정에서
사라지겠지요...
정겨운 인심만은
오래도록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2016. 9. 16.
서울, 성북구 정릉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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