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만난 해방촌 풍경
아침부터 꾸물거리던 날씨가
결국 진눈깨비 되어 흩날리던 날
해방촌을 찾았습니다,
"사진 찍는데 나쁜 날씨란 없다!"는 신조로
불평 대신
날씨를 순순히 받아들이며
언덕을 올랐습니다.
해방촌,
산비탈에 촘촘히 들어선 집들과
어지러이 혼재한 전깃줄처럼
수많은 사연을 품고 있을 동네
눈 내린 날의 풍경입니다.
진눈깨비가 함박눈으로 바뀌니
남산 자락은 마치 안개 품에 안긴 듯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어지럽게 얽힌 전깃줄보다
더 복잡하고 아픈 인간의 고뇌를 품어줄까,
교회 십자가가 가까이 보입니다.
어둠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저 남자,
손에 든 뭔가가
그의 고뇌를 잠시나마 풀어줄 것인지...
예전엔
지붕의 TV 안테나가
부의 상징인 시절도 있었는데...
재개발 바람에 정적만이 감돌던 시장
어느 모퉁이를 돌다가
반가운 인기척에 뒤돌아 봅니다.
어느 집 안마당에도
함박눈은 쏟아집니다.
누군가가 함께 먹다 두고 간 뚝배기 두 개,
썰렁한 시장에 잠시나마 온기가 감돌았겠지요...
해방촌 골목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남산 타워가
이 날은 보였다 사라졌다를 반복했습니다.
올 겨울 트랜드 칼라가
노란색이라는 거,
아세요?
마음의 눈으로 노란색만 콕 찝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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