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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릴리c 2008. 1. 31. 19:22

**눈과 귀가 즐거운 뮤지컬 <42번가>.
무대막이 오르고 눈부신 의상을 입은 배우들이 발을 구르기 시작한다.
심장을 두드리는 강렬한 리듬과 군무로 이뤄진 탭댄스는 보는 이들을
가슴 속까지 시원하게 만들고 그 짜릿한 리듬감은 바닥을 타고 내려와
객석에까지 전해진다.
 
뮤지컬 <42번가> 오리지널팀의 첫번째 내한공연.
1933년 영화로 상영된 작품을 뮤지컬로 재구성해
1980년 뉴욕에서 초연된 <42번가>는
브로드웨이 역사상 최장기 공연물로 기록되고 있다.
다이나믹하고 테크니컬한 탭의 앙상블,
현란하고 화려한 의상, 빠른 무대전환,
아름다운 뮤지컬 넘버들로 꽉찬 구성이 돋보이는 수작이다.
 
 
 
 
 
 

 

** 1930년대 대공황기의 브로드웨이를 배경으로 한 신데렐라 스토리.
뮤지컬 스타를 꿈꾸는 페기 소여가 쇼비즈니스 세계에 들어오면서
온갖 우여곡절 끝에 성공한다는 해피엔딩 스토리는 얼핏 진부하게 느껴지는 소재지만,
시각적이고 청각적인 연출로 인해 잠시도 지루할 틈이 없다.
 
**뮤지컬 속의 또다른 뮤지컬, <Pretty Lady> 배역 오디션 장면으로 시작되는 <42번가>는
하나의 공연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오디션을 보러 온 페기 소여, 연출가 줄리안, 작곡가 버트와 매기,
극중극 속의 주연 도로시 등을 통해 전해지는 무대 뒤편의 얘기들이
잔잔한 감동, 현란한 탭댄스와 함께 관객을 사로잡는다.
 
**무대 장면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보는이를 즐겁고 신나게 한다..
머리 위에서 내려온 대형거울에 비친
누워서 춤추는(?) 배우들의 모습은
마치 만화경 같기도 하고 싱크로나이즈드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게도 한다.
 
극중극 <Pretty Lady>의 여주인공 도로시가
무대 뒤편의 조명효과로 그림자가 되어 노래하고 춤추는 장면은,
어릴 적 그림자놀이를 하던 아련한 추억과 오버랩된다.
 
까만 하늘에 쏟아지는 별들을 배경으로
붉은 드레스 차림의 도로시가 노래하는 장면은,
그 색감만으로도 신비스러움 가득한 즐길 거리가 된다.
 
**한가지 흠이라면,
한글 자막과 무대를 쫓느라 눈이 바삐 움직여야 했다는 점.
그러나 스토리에 연연해 하지 않는다면
무대 위 배우들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는 편이
<42번가>를 최대한 즐기는 지혜일 것이다.
 다만, 공연 전에 미리 간략한 시놉시스를 한 번쯤 훑어보는 센스를...
 
**두시간 반의 공연이 끝나고 밖에 나와 늦은 밤 남산자락의 싸늘한 공기를 맞으니,
내 안의 스트레스가 어느 새 확 날아갔음을 느끼게 된 공연이었다.
좋은 공연을 보고나면 늘 그랬듯, 
'행복'은 바로 내 곁에 있음을 실감한다.

 2008년 1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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