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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친절한 복희씨>

릴리c 2008. 2. 12. 17:23

       

                                                   문학과 지성사, 박완서 지음

 

요즘의 물질문명사회에 살면서 어느 새 잊고 있었던 그 옛날의 정취와 소박함, 정겨움이 이 소설에서는 그득 넘쳐난다.

삶의 정곡을 찌르는 재치와 유머, 원숙한 지혜가 담긴 박완서 신작 소설집 『친절한 복희씨』.

2001년 제1회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한 <그리움을 위하여>와 영화 '친절한 금자씨'의 제목을 패러디한 <친절한 복희씨>를 비롯해,

총 9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친벌한 복희씨>는 노인이 화자가 된 이야기가  대부분인 노년문학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구라도 겪게 될 노년의 얘기, 세상을 오래 살아오신 노인들의 눈에 비친 세상에 대한 생각과 감정을 미리 느끼게 해준다.

나이가 들어 지난 세월을 돌아보며 후회할지도 모를 일들을 이 책은 말해주고 있다.

 

노년의 상징은 피할 수 없는 상실...
시력이 떨어지고, 다리에 힘도 빠지고,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던 자신감도 사라지고,

친했던 친구도, 사랑하는 가족과도 이별해야 한다.

이 모든 일들을 담담히는 아니더라도 두려워하지는 말고 받아들아야 한다.


이 책 속의 노년의 삶은 상실과 화해하고 받아들이면서 살아가는 모습이다.

내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오는 노년을 어떻게 맞이 할까.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해 두려움 대신 친절함으로 대답해 주고 있다.

나보다 먼저 살아간 삶의 모습은 곧바로 나의 미래니까...

 

작가는 작품 곳곳에서 ‘밥’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냈다.

특히 '후남아, 밥먹어라'는 부모님과 가족에 대한 사랑을 일깨워주는 애달픔이 있다.

밥은 세상살이를 다독여주는 어머니의 물화된 존재.

외국으로 시집간 딸이 돌아오자 치매 걸렸던 어머니가 벌떡 일어나 차려낸 밥상(후남아, 밥 먹어라),

부모잃은 손주를 돌보던 외할머니가 사돈 영감과의 한집살이에 편견을 가졌던 동창과 나누는 밥상(대범한 밥상)은

인생을 헤쳐나가는 힘은 아낌없는 사랑에 있다고 말하는 듯 하다.

소설집 역시 독자에게 작가가 차려낸 밥상이다.

 

박완서는 말했다, "그립다는 것은 축복이다.
나를 위로해준 것들이 독자들에게도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그립다는 것을 알아가는 나이, 
나이듦도 축복이라고 믿게 되는 요즘...

설날 가족들과의 부산했던 만남을 뒤로하고

느긋한 마음으로 읽기에 참 좋은 소설이었다.

 

2008. 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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