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접사링(익스텐션 튜브)에 대하여|작성자 유랑단자
(1) 접사링의 일반적 특성
접사링이란 렌즈와 바디 사이에 링(안에 아무 것도 없음)을 끼워 렌즈 뒷쪽의 길이를 늘이는 것으로, 이렇게 하면 렌즈의 최단초점거리가 줄어들게 되어 결과적으로 촬영배율이 늘어나게 된다. 접사튜브, 익스텐션 튜브 등으로도 불린다. 요즘엔 AF도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으며(MF밖에 안되는 구형 및 저가형 제품도 있긴 하다), 물론 바디의 마운트에 맞는 제품을 구해야 한다. 접사링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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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배율이 늘어나는지는 렌즈의 초점거리, 렌즈의 최단촬영거리, 접사링의 두께에 따라 다르다. 보통의 렌즈들은 1:1(등배) 접사가 되는 매크로 렌즈의 50~75% 수준이며, 구체적인 공식과 용례는 아래의 (3)과 (4)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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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이 가까운 거리에서만 맞게 된다. 예컨대 무한대~45cm 사이에서 초점을 맞출 수 있는 렌즈에 접사링을 끼우면 15~10cm 사이에서만 초점이 맞게 되는 식이다(이 역시 자세한 것은 아래를 참고). 따라서 그 중간 정도가 비게 되는데, 사실은 이 구간이 종종 매우 유용하다. 이것이 접사링으로 매크로 렌즈를 대체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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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기도 1스탑 정도 어두워진다. 이 역시 매크로 렌즈보다 불리한 또 하나의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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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질은 나빠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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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우에 따라 AF가 잘 안될 수도 있다. 어두운 렌즈일수록 그럴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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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개를 연결해서 배율을 높일 수도 있다. 두께가 다른 3개 세트 제품 등도 나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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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mm 정도에서 확대배율이 가장 높다(단렌즈든 줌렌즈든 동일함). 반면 24mm 이하의 광각렌즈는 초점이 아예 안 맞기 때문에 사용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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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이상의 초접사를 위해 매크로 렌즈와 병용하기도 한다. 화질 및 AF 성능의 저하가 없고 가격이나 무게도 유리하기 때문에 텔레컨버터에 비해 유리하다. 따라서 초접사를 위해 '매크로 렌즈 + 접사링' 조합은 필수다. 단, 이럴 경우 지독하게 얕아지는 심도로 인해 조리개마저 지독히 조여야 하므로 외장플래쉬에 의존해야 하며, 손떨림도 덩달아 확대되므로 적어도 모노포드 정도는 병용하는 것이 좋다. 이보다도 높은 배율의 확대를 원한다면 접사용 벨로우즈를 동원하거나 캐논 'MP-E'같은 특수렌즈를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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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1개짜리 제품이 10만원 이하로 매크로 렌즈보다는 많이 싸지만 별 것 아닌 구조에 비하면 그리 싼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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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게는 무척 가벼워서 보통 100g 이하다. 크기도 주머니에 쏙 들어갈 정도이므로 휴대는 아주 간편하고 고장 염려도 거의 없다.
(2) 제품의 선택
원리상 제품에 따른 화질 차이가 없기 때문에 AF 가능 여부와 마운트만 확인된다면 저렴한 서드파티 제품을 꺼릴 이유가 없다. 실제로도 겐코 Kenko(일) 등의 제품이 애용되고 있으며, 이 글 또한 겐코 '유니플러스 튜브 25 AF DG'(두께 26mm, 무게 98g, 신품가 약 7만원. 이하 '겐코 25')를 기준으로 작성되었다. 다만 1개짜리 제품을 선택할 것인지, 3개 세트로 된 것을 선택할 것인지는 정해야 한다. 물론 후자는 초접사를 전문적으로 하기 위한 것이다.
▲ 가장 인기있는 접사링 제품의 하나인 겐코 유니플러스 튜브 25 AF DG.
▲니콘 D70과 니콘 50mm F1.4 렌즈 사이에 겐코 25 접사링을 장착한 모습.
(3) 배율과 초점거리를 구하는 공식 (겐코 25 매뉴얼에 의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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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계산들의 기준이 되는 '변동량' = 렌즈의 초점거리 제곱 / (렌즈의 최단촬영거리 - 렌즈의 초점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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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 결과 얻어지는 '이미지 확대율' = (변동량 + 접사링의 두께) / 렌즈의 초점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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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시의 '촬영거리' = { 렌즈의 초점거리 제곱 / (변동량 + 접사링의 두께) } + 렌즈의 초점거리
예를 들어 겐코 25(두께 26mm)을 니콘 50mm F1.8 렌즈(최단촬영거리 450mm)에 사용하면 아래와 같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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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량'은 (50 X 50) / 450 - 50 = 6.25mm -> 이 수치는 아래의 계산들을 위한 기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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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율'은 (26 + 6.25) / 50 = 0.645배 -> 1배가 1:1이며, 따라서 니콘 50.8 렌즈와 겐코 25를 쓰면 매크로 렌즈의 64.5% 수준까지 크게 촬영이 가능함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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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거리'는 { (50 X 50) / (26 + 6.25) } + 50 = 127.5mm -> 이 거리는 바디에 표시된 기준점에서부터이며, 렌즈 끝에서는 10cm 이하가 된다.
(4) 몇몇 렌즈와의 사용 실례
접사링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오해가 "렌즈 끝에서 몇 cm 사이에서만 초점을 맞출 수 있다"라는 것이다. 50mm 정도의 렌즈라면 맞는 얘기지만, 위의 공식에서 알 수 있듯 최단촬영거리도 큰 영향을 끼치므로 망원렌즈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따라서 너무 가까이 찍는 것이 힘든 상황이라면(곤충 접사 등) 50mm 정도에서 시작하는 망원렌즈와 함께 쓰는 것이 오히려 편할 수도 있다. 매크로 렌즈 역시 초점을 맞출 수 있는 구간이 정반대로 바뀌다시피 하지는 않으며, 원래보다 조금 더 가까이 갈 수 있고 그런 만큼 더 크게 찍히는 정도다. 몇 가지 종류의 렌즈와 함께 테스트해본 결과는 다음과 같다.
* 아래의 거리들은 모두 바디의 기준점이 아니라 MCUV 필터에서부터이다. 따라서 위의 공식을 참고하지 않고 줄자를 이용해 대강 잰 수치이며, mm 단위는 무시했다.
* 아래 인형의 실제크기는 전체길이 9cm, 얼굴부분만이 1.5cm 가량이다.
1. 니콘 50mm F1.4와의 병용 (표준 단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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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율: 0.645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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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의 최단촬영거리: 33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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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코 25 병용시의 촬영거리: 최장 10cm ~ 최단 7.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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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과 같이 상당한 수준의 접사가 가능하며, 접사링을 써도 피사체로부터 지나치게 가까와지지 않아 비교적 효용성이 높다. 다만 초점이 맞는 범위가 2.5cm 이내로 매우 국한된다는 한계는 감수해야 한다.(이럴 때는 포커스를 MF로 전환해놓고 몸을 움직여서 초점을 맞추는 것이 더 편하다.)
▲ 니콘 50.4만으로 찍은 최대크기.
2. 탐론 17-50mm F2.8과의 병용 (표준 줌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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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율: 50mm에서 0.75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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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의 최단촬영거리: 9.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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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코 25 병용시의 촬영거리: 최장 3.5cm ~ 최단 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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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디로 말해 탐론 17-50과 접사링의 병용은 추천하지 않는다. 원래부터 최단촬영거리가 짧은(=배율이 높은) 표준 줌렌즈는 접사링을 끼우면 유효촬영거리가 너무 가까와지기 때문에 실제로는 촬영이 거의 불가능해진다. 최근에는 최단촬영거리가 탐론 17-50보다도 더 짧은 렌즈들이 많이 출시되고 있는데, 이런 렌즈와 접사링으로 매크로 렌즈를 대신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아쉽지만 접는 게 좋다.
▲ 탐론 17-50만으로 찍은 최대크기. 물론 초점거리는 50mm다. 니콘 50.4보다 꽤 크다.
▲ 탐론 17-50 + 겐코 25로 50mm에서 찍은 최소크기(=최장거리). 이미 렌즈 끝에서 3.5cm밖에 떨어져있지 않다. 외장플래쉬가 없다면 그늘이 져서 촬영이 불가능할 확률이 매우 높다.
▲ 탐론 17-50 + 겐코 25로 50mm에서 찍은 최대크기(=최단거리). 렌즈 앞에 피사체가 완전히 붙어있다시피 한 상황이다. 놀랍게도 렌즈 뒷부분 유리에 묻은 먼지들이 등장했다. 렌즈 뒷부분 먼지를 사진으로 찍어낼 수 있는 방법이 밝혀진 셈이다.
▲ 탐론 17-50 + 겐코 25로 최단거리에서 찍을 때의 실제상황. 이게 무슨 짓이란 말인가.
3. 시그마 50-150mm F2.8과의 병용 (망원 줌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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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율: 50mm에서 0.57배, 85mm에서 0.4배, 150mm에서 0.35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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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의 최단촬영거리: 8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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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코 25 병용시의 최단촬영거리: 50mm에서 5cm, 85mm에서 19cm, 150mm에서 42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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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 줌렌즈에서 기억해둘 만한 것은 평상시와 반대로 50mm 쪽으로 갈수록 더 확대가 된다는 것이다. 아래 4번과 같이 다른 망원 줌렌즈로 테스트해봐도 마찬가지다. 대신 최단촬영거리는 가까와지며, 어차피 유효촬영거리가 몇 cm 되지 않기 때문에 최단촬영거리와 최장촬영거리를 따로 표기하지 않았다. 이처럼 넉넉한 거리와 만만치 않은 확대율로 인해 망원 줌렌즈와 접사링의 병용은 표준 줌렌즈보다 한결 용이한 경우가 많다. 이때는 적정한 거리를 우선 정한 후, 포커스링이 아닌 줌링을 이용해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 더 편하다.
▲ 시그마 50-150만으로 150mm에서 찍은 최대크기.
▲ 시그마 50-150 + 겐코 25로 50mm에서 찍은 최대크기. 150mm일 때보다 확연히 더 크다. 참고로 중간대역인 85mm까지는 150mm와 별 차이가 없다.
4. 니콘 55-200mm F4-5.6 VR과의 병용 (망원 줌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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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율: 55mm에서 0.525배, 105mm에서 0.35배, 200mm에서 0.35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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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의 최단촬영거리: 88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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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코 25 병용시의 최단촬영거리: 55mm에서 11cm, 105mm에서 33cm, 200mm에서 59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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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마 50-150과 비교해 별 차이가 없다.
5. 토키나 12-24mm f4와의 병용 (광각 줌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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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율: 24mm에서 1.17배
▲ 토키나 12-24만으로 24mm에서 찍은 최대크기. 아무리 최단촬영거리가 짧다 해도 광각인 이상 접사 비슷한 기대도 하지 말아야 한다.
▲ 토키나 12-24 + 겐코 25로 24mm에서 찍은 최대크기. 다시 한번 피사체가 렌즈 앞에 달라붙어버렸다. 마치 인형이 카메라 내부구조를 들여다보고 있는 듯한 모습이 되어버렸다.
6. 탐론 200-500mm F5-6.3과의 병용 (초망원 줌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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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율: 200mm에서 0.22배, 320mm에서 0.23배, 500mm에서 0.3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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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의 최단촬영거리: 21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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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코 25 병용시의 최단촬영거리: 200mm에서 93cm, 320mm에서 139cm, 500mm에서 169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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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망원 줌렌즈들과 별 차이가 없다. 다만 원래의 최단촬영거리가 워낙 멀다 보니 접사링을 끼워도 여전히 꽤 멀 뿐이다. 이렇게 쓸 일이 뭐가 있나 싶을지 모르지만 그렇지도 않다. 나무 위의 꽃이나 열매처럼 딱 그만큼의 거리에서 최대한 크게 찍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7. 탐론 90mm F2.8 매크로와의 병용 (준망원 매크로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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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율: 약 1.4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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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의 최단촬영거리: 9.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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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코 25 병용시의 최단촬영거리: 7.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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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렌즈들과 달리 매크로 렌즈에 접사링을 끼우면 최단촬영거리가 약간 더 가까워지기만 할 뿐이며 확대율도 딱 그만큼 늘어난다. 이미 매크로 렌즈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한 스탑 어두워지는 것 외에는 전혀 새롭게 적응할 것이 없다. 접사링을 여러 개 써도 마찬가지다. 단, 초점거리가 짧을수록 확대율이 높다는 공식은 매크로렌즈에도 적용되기 때문에 시그마 50mm, 니콘 60mm 등과 병용하면 이보다 조금 더 확대가 된다(대신 최단촬영거리도 더 가까워지는 불편함이 따르긴 하지만).
▲ 탐론 90mm 매크로만으로 찍은 최대크기.
▲ 탐론 90mm 매크로 + 겐코 25로 찍은 최대크기. 매크로 렌즈의 특성상 위의 공식에 의거해서 이미지 확대율을 구할 수가 없었는데, 1.4배 텔레컨버터를 추가했을 때와 육안으로 비교하기에 거의 비슷한 확대율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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