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본

1) 전통의 와세다도리(早稲田通り)를 가다

릴리c 2009. 11. 19. 01:05

전통의 와세다도리(早稲田通り)를 가다
도쿄 거리걷기(1)   5대째 가업 이은 스시집
 
최경순 (전문 번역가)
도쿄에 다녀온 지 벌써 두 달이 지났다. JP뉴스에 포스팅할 사진들을 펼쳐놓고 정리하며 달력을 보니 그렇게 지나버렸다.
 
집안일을 하면서, 출간할 번역서와 씨름하고 있고 TV 방송출연도 하면서 눈깜짝할 새에 두 달이 훌쩍 지난 것이다. 기억을 더듬어 <도쿄 거리걷기/일본 속으로>를 정리하려고 한다.

JPNews에 실린 컬럼 <일본의 남대문시장 아메요코에도 서점이!>를 읽으면서 기회가 되면 꼭 방문해보고 싶은 곳이 있었다.
 
‘자매할머니 책방’. 와세다도리(早稲田通り)에 있는 자매할머니 책방을 찾아 가던 날, 그곳으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도쿄의 버스는 시간이 정확하기로 유명하다. 정류장에 붙어있는 시간표에서 단 1분의 오차도 없이 버스가 도착한다. 난폭운전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운전기사의 조신한 운행. 서울의 버스보다 실내가 조금 좁은 것 같다.
 
차 안 승객들과 운전기사의 무표정함에서, 내가 있는 이곳이 우리 동네가 아닌 외국임을 실감하게 된다. 아는 분이 일러준 대로 니시와세다(西稲田) 정거장에서 내리니,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주변 거리의 다양한 표정에 좀 전의 ‘무표정’에서 느낀 낯설었던 감정이 사라진다.
 
▲ 일본 버스안    ©최경순


이 거리엔 책방 특히 고서점들이 즐비하다. 아침을 시원찮게 먹은 탓에 배가 고파 우선 뭘 좀 먹어야겠다 싶어 주변을 두리번거려보지만,

식당이 보이지 않는다. 한군데 찾았으나 가격이 마음에 안 든다.
 
편의점에서 삼각김밥과 일회용 용기에 담긴 야채샐러드를 사니 가격이 좋다. 먹을 자리가 마땅치 않아 버스정류장 벤치에 앉았다.

서울 같았으면 이런 데서 먹을 엄두나 냈을까?(큭큭) 추억이라 생각하니 나쁘진 않다.
 
버스를 기다리던 할머니가 웃으며 본다. 아니, 웃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냥 그렇게 느꼈다. 일본인들은 남의 일에 무신경한 척(?)하는데

도가 튼 사람들이니까. 그러면서도 볼 건 다 보는 게 또 그들이니까.

▲ 버스 정류장 벤치에서    ©최경순

 
버스가 도착한다. 할머니는 버스를 안 탈 거냐고 묻는다. 질서를 잘 지키는 일본인들. 우리가 정류장 벤치를 독차지한 채 식사(?!)를 하고 있으니,

‘버스를 탈 승객이려니’  생각한 것임이 분명하다. 아니라고 했더니 그제서야 웃으며 버스에 오른다.
 
나 같았으면 이런 경우, 물어볼 것도 없이 먼저 버스에 올랐을 텐데…, 잠시 반성을 했다.  

▲     ©최경순
▲ 니시와세다     ©최경순

길모퉁이 한 건물 벽에 쓰인 큰 글씨가 눈에 뜨인다. 이곳이 매우 유서 깊은 역사의 거리라는 걸 한 눈에 알 수 있는 안내문이 있다.

17세기에 조성된 이 거리(니시와세다西稲田3丁目)는 에도시대 상급무사가 마술(馬術)을 익히던 곳으로, 당시 소나무가 가로수로 심어져 있었고,

사람과 말(馬)의 왕래가 많았던 탓에 찻집(술집 혹은 쉼터)이 여덟 군데나 있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매우 번화가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     ©최경순
▲     ©최경순

당시의 흥청거림은 느껴지지 않지만, 조용하면서도 활기가 있는 거리다. 건물 벽에 ‘창업 메이지 원년(明治元年) 八幡鮨 (야하다스시)’라는

글자가 있어 사진을 찍고 있는데 중년 여인이 지나가며 우리를 힐끗힐끗 쳐다본다.
 
거리에 대해 질문하니 “여기가 내가 하는 식당이다. 우리는 5대째 운영하고 있다.”는 말에 안을 구경시켜달라고 졸랐다. 저녁준비 중이라며

선뜻 대답을 않는다. 서울에서 왔고 꼭 보고 싶다고 했더니 허락해 준다.
 
안에 들어가 보니 남편(4대째)과 아들(5대 安井榮一 에이이치 야스이 씨) 작은 공간의 홀에서 저녁손님을 맞기 위한 준비로 분주하다.

사진을 찍고 질문공세를 펴는데도 모두들 친절하게 대답해 준다. 인터넷에 소개할 거라는 말에 더욱 열심히 설명한다. 
 

<야하다 스시>의 5대 에이이치 야스이 씨    ©최경순


벽에 걸린 사진이나 축하 메시지를 보니 잘은 모르겠지만 언론, 방송인 등 유명인사들이 분명해 보인다. 平成7년(1995년)에 리모델링하여

새로 오픈할 때,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선물한 나무 이름표가 천장 아래 벽을 꽉 메우고 있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     ©최경순

▲     ©최경순


이 집은 음식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가풍과 식당의 전통을 손님들에게 보여주는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오래 전부터 일본인들의 가업을 잊는 전통에 대하여 들은 바 있는 나는, 더욱 흥미를 갖고 이것저것 질문을 하며 셔터를 눌렀다. 

목이 좋은 곳에 고급 인테리어로 치장하고 간판을 건다고 해서 손님이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이들은 5대를 거쳐 오며

몸으로 말해주는 것 같았다. 음식업이란 6개월이나 1년 만에 성공할 수 있는 사업이 결코 아니며 맛으로만 승부를 내는 것도 아니다.
 
요즘은 음식과 함께 그 식당의 전통, 주인의 경영 마인드까지 따져보는 손님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5대째라는 이 식당은

거의 140년 정도를 유지해온 셈이니, 이 집을 찾는 고객이 어떤 사람들일지 굳이 조사해보지 않아도 짐작이 간다.

▲붙임 메뉴판   ©최경순


그때 마침 꽃이 배달되었다. 다음날이 어머니 제삿날인데 주문한 꽃이 도착한 거라며 부부는 기쁜 표정을 지었다.

영업준비에 너무 방해하는 것 같아 가게를 나왔다. 도쿄에 다시 갈 일이 있으면, 그때는 꼭 八幡鮨 (야하다스시)를 방문해

그들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전통과 긍지로 손님을 맞는 그들의 음식을 꼭 맛보아야겠다.
 

▲ 야하다 스시   ©최경순

보고 싶었던 자매할머니 책방 이야기는 다음에 소개하겠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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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11/18 [06:46]  최종편집: ⓒ 제이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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