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와세다도리(早稲田通り)를 가다 | ||||||||||||||||||||||||||||||||||||||||||||||||||
도쿄 거리걷기(1) 5대째 가업 이은 스시집 | ||||||||||||||||||||||||||||||||||||||||||||||||||
집안일을 하면서, 출간할 번역서와 씨름하고 있고 TV 방송출연도 하면서 눈깜짝할 새에 두 달이 훌쩍 지난 것이다. 기억을 더듬어 <도쿄 거리걷기/일본 속으로>를 정리하려고 한다. JPNews에 실린 컬럼 <일본의 남대문시장 아메요코에도 서점이!>를 읽으면서 기회가 되면 꼭 방문해보고 싶은 곳이 있었다. ‘자매할머니 책방’. 와세다도리(早稲田通り)에 있는 자매할머니 책방을 찾아 가던 날, 그곳으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도쿄의 버스는 시간이 정확하기로 유명하다. 정류장에 붙어있는 시간표에서 단 1분의 오차도 없이 버스가 도착한다. 난폭운전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운전기사의 조신한 운행. 서울의 버스보다 실내가 조금 좁은 것 같다. 차 안 승객들과 운전기사의 무표정함에서, 내가 있는 이곳이 우리 동네가 아닌 외국임을 실감하게 된다. 아는 분이 일러준 대로 니시와세다(西稲田) 정거장에서 내리니,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주변 거리의 다양한 표정에 좀 전의 ‘무표정’에서 느낀 낯설었던 감정이 사라진다.
식당이 보이지 않는다. 한군데 찾았으나 가격이 마음에 안 든다. 서울 같았으면 이런 데서 먹을 엄두나 냈을까?(큭큭) 추억이라 생각하니 나쁘진 않다. 도가 튼 사람들이니까. 그러면서도 볼 건 다 보는 게 또 그들이니까.
‘버스를 탈 승객이려니’ 생각한 것임이 분명하다. 아니라고 했더니 그제서야 웃으며 버스에 오른다.
길모퉁이 한 건물 벽에 쓰인 큰 글씨가 눈에 뜨인다. 이곳이 매우 유서 깊은 역사의 거리라는 걸 한 눈에 알 수 있는 안내문이 있다. 17세기에 조성된 이 거리(니시와세다西稲田3丁目)는 에도시대 상급무사가 마술(馬術)을 익히던 곳으로, 당시 소나무가 가로수로 심어져 있었고, 사람과 말(馬)의 왕래가 많았던 탓에 찻집(술집 혹은 쉼터)이 여덟 군데나 있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매우 번화가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당시의 흥청거림은 느껴지지 않지만, 조용하면서도 활기가 있는 거리다. 건물 벽에 ‘창업 메이지 원년(明治元年) 八幡鮨 (야하다스시)’라는 글자가 있어 사진을 찍고 있는데 중년 여인이 지나가며 우리를 힐끗힐끗 쳐다본다. 선뜻 대답을 않는다. 서울에서 왔고 꼭 보고 싶다고 했더니 허락해 준다. 사진을 찍고 질문공세를 펴는데도 모두들 친절하게 대답해 준다. 인터넷에 소개할 거라는 말에 더욱 열심히 설명한다.
새로 오픈할 때,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선물한 나무 이름표가 천장 아래 벽을 꽉 메우고 있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오래 전부터 일본인들의 가업을 잊는 전통에 대하여 들은 바 있는 나는, 더욱 흥미를 갖고 이것저것 질문을 하며 셔터를 눌렀다. 몸으로 말해주는 것 같았다. 음식업이란 6개월이나 1년 만에 성공할 수 있는 사업이 결코 아니며 맛으로만 승부를 내는 것도 아니다. 거의 140년 정도를 유지해온 셈이니, 이 집을 찾는 고객이 어떤 사람들일지 굳이 조사해보지 않아도 짐작이 간다.
영업준비에 너무 방해하는 것 같아 가게를 나왔다. 도쿄에 다시 갈 일이 있으면, 그때는 꼭 八幡鮨 (야하다스시)를 방문해 그들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전통과 긍지로 손님을 맞는 그들의 음식을 꼭 맛보아야겠다.
보고 싶었던 자매할머니 책방 이야기는 다음에 소개하겠다.(계속) ----> Naver Opencast 일본이 보인다! 제이피뉴스 ⓒ 일본이 보인다! 일본전문뉴스 JPNews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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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11/18 [06:46] 최종편집: ⓒ 제이피뉴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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