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식품이 발달된 나라일수록 문화가 발달되었다는 말이 있고,
발효식품 하면 치즈와 함께 우리의 김치를 빼놓을 수가 없다.
한국인의 식탁에뿐만 아니라 한류의 아이콘으로도 자주 등장하는 김치.
이제 김치는 더 이상 우리 한국인만을 위한 전통음식이 아닌 세상이 되었다.
전 세계인이 보는 유명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도 ‘Kimchi’라는 명칭으로 정식 등록되어 있고, 영국의 <Observer>지(紙)에서는 김치를 ‘20세기의 위대한 발견 가운데 하나’라고 극찬하고 있다.
그런 김치건만, 요즘은 김치를 담그는 집이 담그지 않는 집보다 적어졌다고 한다.
그래도 해마다 겨울이면 주부들에겐 꼭 해야할 큰 숙제가 하나 있다.김장...
예전에야 집집마다 100포기, 200포기 담그는 게 예사였지만,
요즘은 기껏해야 2~30포기 담그는데, 그나마도 사먹는 사람이 많아졌다.
내 주변만 해도 김장 담그는 집이 별로 없다.
번거롭거나 힘들다는 이유로 하지 않는 집도 있고,
시댁 혹은 친정에서 담가 주거나 브랜드 김치를 사먹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해마다 언론에서 발표되는 '올해의 김장비용'을 대할 때마다
'몰라도 너무 모른다'거나, '터무니 없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한국 물가협회가 발표한 2009년도 김장비용을 보면,
4인가족 기준으로 지난 해에 비해 9% 많아진 15만7,730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11월20일 기사참조).
우리집은 사먹는 김치를 싫어하는 탓도 있지만 담가줄 시댁이나 친정도 안계시기 때문에 늘 숙제를 하듯, 그러나 즐거운 마음으로 김장을 직접 담가 먹는다.
그렇기 때문에 비용에 대해선 누구보다도 정확한 계산을 뽑을 수가 있는데
발표된 금액과 터무니 없이 다르기 때문에 늘 언짢아지고 어깨에 힘이 빠지곤 한다.
생활비를 쪼개 김장을 해야하는 주부 입장에서는
한푼이라도 적게 들일 수만 있다면 얼마나 반가운 일일까마는,
실제보다 훨씬 적은 금액을 발표하는 바람에 막상 시장에 나가보면 지갑이 너무 가볍다는 상실감마저 들 지경이다. 그래서 내가 들인 김장비용을 조목조목 적어볼까 한다.
참고로 작년 김장에 들어간 비용을 비교해서 올릴까 한다.
(작년에는 11월 20일, 올해는 11월 26일에 김장했는데, 배추나 무 등의 재료값은 시기와 약간 관련이 있음.)
(2009년도 김장비용)
배추 20포기................50,000원
(한 포기 2,000원+절임공임 500원 포함)
알타리 5단.............12,500원
무 3단..................15,000원
동치미 무...............5,000원
고춧가루 2Kg..........51,000원
마늘 3Kg...............21,000원
갓, 쪽파, 대파, 생강, 미나리, 청각 등 양념류...31,000원
젓갈류(새우젓, 멸치젓)......40,000원
생새우, 굴.........24,000원
<총 합계 249,500원>
*** 물가협회가 발표한 157, 730원보다 무려 60%나 많이 들어갔다.
(작년(2008) 김장비용은)
배추 60Kg ..........................................75,000원
고춧가루 2,kg(강원도에서 태양초가루로 구입 )......55,000원
젓갈(육젓과 추젓, 멸치젓).......... 40,000원
생새우, 굴...............................27,000원
마늘 3kg................................20,000원
무, 알타리, 갓, 대파, 미나리, 생강, 쪽파, 청각, 삭힌고추 등...41,900원기타 재료...10,000원
(총 합계 268,900원)
작년에 2만원 가량이 더 많은 것은, 영월 고랭지배추 절인 것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지난 해에는 경동시장에서 구입했고 올해는 망우동에 있는 우림시장에서 구입했다.
결국 물가협회의 예상비용은 실제 시장에 나가 재료를 구입하는 주부들의 계산과는 전혀 동떨어져 있음이 증명되었다.
물가협회에서는 좀더 정확한 자료를 산출해 주부들의 규모 있는 삶에 고민을 가중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완성된 배추김치와 알타리.
올해는 배추 20포기, 알타리 5단, 동치미를 조금 담갔다.
시장 상인들의 넉넉한 인심을 덤으로 맛볼 수 있는 재래시장은
역시 마음에 드는 재료를 골라서 살 수 있어 좋다.
중랑구 망우동에 있는 우림시장의 한 생선가게.
15년 넘게 한 곳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는 주인부부.
김장은 주부들에게 있어 심적 육체적으로 힘이 많이 드는 '숙제'다.
하루는 재료 구입하느라 보내고, 다음 날은 재료 손질과 절이기,
(그나마 배추를 절여주는 집이 있어 일이 절반은 줄어들지만)
그 다음 날 비로소 배추에 속을 넣게 되니, 꼬박 3일을 김장에 쏟는 셈이다.
그래도 맛있게 먹어주는 가족의 건강을 위해 주부들은 기꺼이 '숙제'를 한다.
재래시장엘 가면 대형 수퍼마켓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매력이 있다.
쌓여 있는 물건들을 흥정하고 덤을 얻어내면서 사람사는 냄새에 흠뻑 빠질 수 있으니 말이다.
옛날 어린 시절, 귀가하시는 아버지 손에 들려있던 종이봉지 속의 센베과자,
요즘은 보기 힘들어진 고무신, 깨었을 때 노른자가 두 개 나오면 마치 복권당첨 마냥
기분 좋았던 쌍알(수퍼에서는 절대 구경할 수 없는)을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재래시장이다.
그래서 나는 한 달에 한 번 재래시장엘 간다.
'장사가 영 시원치않다'시면서도 얼굴에서 환한 미소가 떠나지 않는 김할머니(74세, 오른쪽).
이곳 우림시장 같은 장소에서 40년을 보내시며 4남매를 키우셨다고 한다.
왼쪽의 임 할머니 역시 이곳에서 30년 넘게 장사를 하고 계신다.
장사를 제대로 배워보고자 야채가게 종업원으로 취직한지 이제 두 달 되었다는 김민식 씨.
우림시장의 분위기 메이커이기라도 하듯, 매우 상냥하고 쾌활한 모습에 손님들로부터 인기가 많은 것 같았다.
꼭 성공하세요~!!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추억이 그곳에 가면 있다.
보통은 천원에 네 다섯개 하는 붕어빵이 여기선 7개를 준다.
기계에서 구워지기를 기다려 먹는 붕어빵 맛은,
군것질감이 흔치 않았던 옛날의 '그맛' 그대로였다.
알뜰주부 증거샷~!!
무에서 나온 무청을 이렇게 햇볕에 말리면, 비타민이 풍부한 '시레기'나물이 된다.
예전에 우리 어머니들은 많은 식구들의 겨울식량으로,
100포기 혹은 200포기의 김장을 담그셨다.
물론 혼자가 아니라 동네 여인들이 함께 모여 '품앗이'로 김장을 담근 것이다.
집집마다 돌아가며 서로 도와 김장하는 모습이 내 눈에는
'일'이 아니라 마치 '잔치'로 느껴지곤 했던 어린 시절.
김장이 '잔치'로 느껴졌던 데는, 큰 솥 가득 끓여 나눠먹던 동태찌게나
한 입만 베어 물어도 기분 좋아지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오뎅 때문이었을 지도 모른다.
추운 겨울이지만 마음 따뜻해지는 정경이 아닐 수 없다.
오뎅은 장 보던 날 노점에서 찍은 것이지만,
그때의 기분을 느껴보고 싶어 동태찌게를 끓여보았다.
예전 어렸을 때, 김장하고 연탄광을 가득 채우면 한해의 마무리는 물론,
새해를 마음 든든히 맞을 수 있다고 말씀하시던 어머니가 생각난다.
(사진의 일부는 작년에 찍은 것임)
글 : 2기 통신원 최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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