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고르바초프, 프랑크 시나트라, 플라시도 도밍고, 코피 아난, 만델라, 헨리 키신저, 시라크...세계의 정상, 유명인사가 그 맛을 잊지 못하는 긴자의 튀김 전문점에 가다
도쿄에서 땅값이 가장 비싸다는 긴자(銀座) 욘초메(四丁目)의 교쿄도(鳩居堂) 빌딩, 그 바로 옆에 작은 입구가 보이는 덴푸라(튀김)집에서는 세계 제일의 덴푸라를 손님에게 제공한다.
텐이치(天一)라는 간판을 보고 입구에 들어서니 액자가 눈에 들어온다. 그 액자 안에는 세계의 정상, 유명 인사들이 덴푸라를 즐기는 사진이 장식되어 있다.
빌 클린턴 미대통령, 고르바초프 소련수상, 프랭크 시나트라(팝가수) 플라시도 도밍고(테너가수), 유엔사무총장 시절의 코피 아난, 헨리 키신저, 시라크, 베켄바우어(2006년 월드컵 조직위원장)... 일본을 방문했던 그들이 원더풀을 외쳤다는 덴푸라 전문점!
세계의 정상, 유명인사가 그 맛을 잊지 못한다는 긴자의 튀김 전문점에서 나도 그들처럼 맛을 볼 수 있어 행복했다. 식도락으로 이름난 한국의 친지마저 며칠을 두고 내가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을 보고 또 보며 부러워했다.
식도락가들은 음식을 ‘작품’이라고까지 치켜세우며 호들갑을 떨기도 한다.
▲ 세계 유명인사와 각국 대통령의 모습이 보인다. ©최경순 | |
▲ 도쿄에서 가장 비싼 땅에 있는 건물 교쿄도(가운데 좁고 긴 짙은 갈색 빌딩)와 주변 풍경 ©최경순 | |
▲ 텐이치 입구...사진 속 부채에 쓰여 있는 天富良一(일본식 발음:뎀뿌라이치)는 한자의 의미보다는 발음에서 오는 뉘앙스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뎀뿌라’라는 뜻이라고 한다. ©최경순 | |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따라 작은 방으로 안내되었고 우리 일행은 자리를 잡았다. 카운터로 되어 있는 식탁을 사이에 두고 요리사가 정중하게 인사를 한다.
그런데... 실내 인테리어는 여기가 긴자(銀座) 맞나 할 정도로 평범하다 못해 오히려 소박했다. 정갈하고 아늑한 느낌, 아주 편안함, 그게 다였다.
우릴 초대한 지인이 미리 주문을 했는지, 나이 지긋한 요리사는 즉석 튀김을 만들기 시작한다. 에피타이저로 야채샐러드와 시원한 맥주가 나온다, 그런데 맥주의 라벨을 보니 알코올 0.0%. 술 기분은 내면서 취하지 않는, 그러나 음료수라고 하기엔 왠지 아쉬워 그냥 맥주라 부르기로 했다. 거품, 맛, 향기가 맥주 맛 거의 그대로였으니까.
▲ 알코올 0.0%라 쓰인 맥주. 술 마시는 기분은 내면서도 음주운전에 걸릴 염려가 없겠다. ©최경순 | |
맨 처음에 나온 것은 새우. 튀김의 대명사로 불리는 새우튀김을 한 입 베어 무니, 아사삭~ 고소함이 더위에 지친 내 몸이 화들짝 놀랄 정도로 온몸을 흔들어 깨운다. 평소에 먹어왔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싱싱한 새우에서만 느낄 수 있는 달달한 맛이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싶고, 새우를 둘러싼 튀김옷의 고소함은 더위에 잃어버린 식욕이 순식간에 되살아날 만큼 침샘을 자극했다.
튀김이야 원래 일본 따라갈 나라가 없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고, 그것도 일본 최고의 식도락가들이 모여드는 긴자이니 맛의 차원이야 두 말이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주인의 자존심이 느껴지는 텐이치(天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덴푸라), 옥호를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우튀김을 먹고 나니 이번엔 새우머리와 꼬리를 따로 튀겨내 준다. 일반적인 새우튀김의 경우, 몸 전체가 튀겨져 나오면 가운데 몸통만 머리와 꼬리는 버리는 게 보통. 그러나 따로 튀겨내 주는 걸 보니 먹으라는 얘기 같아 망설임 없이 입안에 넣었다. 아삭아삭 씹히는 맛과 감촉, 딱딱하기는커녕 바삭하고 입안에서 부드럽게 감기는 것이 환상이다! 이렇게 맛있는 머리와 꼬리를 그동안 먹지 않고 버려온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튀긴 사람의 솜씨가 텐이치의 저 요리사에 견줄만한 실력이 아니었을 테니 아까울 게 무에 있을까만.
▲ 새우꼬리와 머리를 튀긴 것. 아사삭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최경순 | |
한 가지를 먹고 나면 또 다른 튀김이... 함께 간 일행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사이사이, 적당한 간격으로 한 시간 여 동안 즉석 튀김이 나온다. 요리사에게 물었다.
중간 중간 ‘특별히 드시고 싶은 게 있는 지’ 묻는다. ‘계절재료’라며 자연송이를 비롯해 다양한 재료로 만든 튀김들, 이름은 다 기억하지 못해도 입안을 휘감아 도는 원재료의 향과 그 고소함이라니! 참으로 입이 호강하는 날이었다. “원하는 음식이 있으면 말해라, 여기는 손님이 원하는 대로 튀겨준다. 편하게 마음껏 들어봐라.” 나를 초대해준 일본 팝음악계의 거물 야마모토씨가 권한다.
나는 초밥을 좋아하는데 그 중에서도 ‘성게알(우니)’을 가장 좋아한다. 그래서 초밥집에 가면 늘 성게알을 따로 주문해 먹곤 한다. 성게알도 튀김으로 가능할까? 물론 OK였다.
▲ 갖가지 계절 재료가 들어간 튀김. 자연송이를 비롯해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어디에서도 맛보지 못한 독특한 향미가, 이집의 이름인 ‘天一천하제일’에 걸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경순 | |
▲ 디저트와...마무리 식사(?)로 주문한 게살젓갈 덮밥. ©최경순 | |
마무리 식사로 게살젓갈 덮밥을 주문했다. 짜지 않고 담백한 게살과 알이 젓갈로 만들어져, 밥에 비벼 먹으니 튀김으로 배가 불렀음에도 다시금 입맛이 돈다.
▲ 튀김 냄새가 배지 않도록 깨끗한 천으로 손님의 옷을 가지런하게 싸놓는 마음 씀씀이를 보며, 이 집의 명성과 전통이 저절로 생긴 것이 아님을 느꼈다. ©최경순 | |
그날 우리가 먹은 튀김 값은 얼마나 됐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같이 간 사람에게 살짝 물어보니 다섯 명 분이 15만 엔 정도 나왔을 거라고 귀띔해 준다. 그럼 우리 돈으로 200만 원 정도?
헉~!(지난 해 8월 말의 엔 환율은 1,350원 정도) 일인분 가격이 40만원이 넘는다는 얘기다. 하긴, 디저트로 시킨 과일도 비싸다는 열대과일 망고를 통째로 썰어주었으니까. 먹긴 잘 먹었지만, 과연 그 가격을 주고 사먹을 수 있을까. 아무튼 입이 호강한 날이긴 했지만, 내 돈 내고는 절대 사먹지 못할 것 같다.
▲ 친절한 미소를 잃지 않았던 종업원과 함께. ©최경순 | |
▲ 긴자 욘초메 고방(交番..파출소라는 의미). 빌딩의 전망 엘리베이터 크기만한 이곳이 파출소라고 한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파출소가 아닐까 상상해 본다. 과연 일본인다운 발상이다. 天一 뎀뿌라 주변 네거리에 있어 수많은 사람들이 오며가며 길을 묻는다. 택시 기사의 말에 의하면, 이 고방(파출소)은 1940년대부터 존재했다고 하니 거의 70여 년 세월을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서 있었던 셈이다. ©최경순 | |
다음은, 일본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음식, 신선하고 맛있는 스시(초밥)를 가장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곳, 쓰키치(築地)로 안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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