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이라는 시간은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이 초조와 분노의 시간들이었다.
나와 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이곳의 친구들이나 아는, 내 인생일대 바닥의 바닥을 기는 나날이었다.
어려서부터 돈의 부족함이라는 것도 모르며 자랐고, 남들은 보릿고개를 넘는다는 시기에 나는 풍족한 밥상을 받았다. 남들은 일년에 한번 볼까말까하던 고기를 거의 매일 먹었다.
그렇게 부농의 손자가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누리며 살았다.
그런데 난생 처음으로 집에 먹을것이 없었던 나날이 있기도 했고, 아파트 관리비를 장기간 밀려 전기가 끊기기도 했다.
내 딸 학비를 내지 못하기도 했었다. 학교 다니는 것을 너무나 좋아하던 딸이 학교에 가지 못하고, 거실 창문을 통해 등교하는 친구들을 바라보며 웃음짓던 모습을 뒤에서 바라보던 이 아버지....... 눈물이 아닌 심장에서 피가 터져 흐르는 듯한 아픔을 이겨내야 했다.
집과 통장에 1원짜리 동전 하나도 없었던 날이 한 달 이상 되기도 했었다.
그래서 국민연금공단에 의뢰를 했다.
국민연금으로 많은 돈이 적립되어 있는데도 국가는 그 돈을 내게 내어주지 않았다. 내가 열심히 일해서 번돈을 달라고 했는데... 집에 쌀이 없어서 쌀 살돈으로 달라고 했는데 대한민국 국민연금공단은 나와 우리 식구들을 외면했다.
규정이라나? 중국은 이민제도가 없어 아무리 중국에서 오래 살아도 이민으로 인정받지 못하니 국민연금 지급대상이 아니란다. 우리 식구는 실질적인 이민자들이다.
그게 지난 1년간에 벌어졌던 일들중 일부다.
내가 이곳 교민회사들에 투자했던 돈이 제법 되는데, 지난 국제금융위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모두 망해버려 그 파장이 지금까지 나를 미치도록 힘들게 했다.
그런데 죽으란 법은 없나보다.
주변 사람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딸 학비를 대기도 했고, 반찬거리를 모아다가 주기도 했다. 밀린 관리비를 내준 친구도 있었다. 그 친구 덕에 전기를 켜고 인터넷에 접근하여 블로그에 글을 올린 것이다.
감사할 일은, 이렇게 힘든 가운데서도 내가 후원하는 아이들 학비를 감당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세라의 힘이 강하게 작용했다.
자기는 학교에 안가도 되니 후원하는 학생들에게 약속을 지켜야 한다면서 돈이 모아지는대로 후원학생들에게 먼저 보냈다.
지난 학기에는 두 학생 학비를 한국에 계신 두 분의 블벗님들이 부담해 주셨다. 내 약속을 대신해주신 것에 대한 말로 표현키 힘든 감동과 감사가 있었다. 이전에도 한 학생의 학비를 내주신 블벗님도 계시는데, 마음 속에 깊이 담아놓은 소중한 분들로 남아있다.
그저께.....
지금까지 나를 억누르던 고통을 해소해주는 일이 일어났다.
밀린 집세를 냈고, 내게 돈을 변통해주는 바람에 정작 자신이 어려움에 빠진 친구들에게 은혜를 돈으로 돌려줄 수 있었다.
그에 더해서 어저께......
블로그 벗님인 릴리님의 번역서 "내가 나에게 돌아가는 여행"을 받았다.
비싼 국제특송우편으로 보내주셨는데, 책이 고프던 내게 큰 기쁨이 되어 받자마자 정신없이 읽었다.
이 책에 대한 홍보의 글이 아니라서 책 내용을 여기에 올리지는 않겠다.
인생에 대해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해본 사람이라면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다.
내가 투자했던 회사의 경영자들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돈의 부족함 없이 지금 세라가 국제학교나 홍콩학교에 다닐 것이며 아내는 구멍난 옷이 아닌 명품 옷을 두르고 다닐 것이다.
오늘은 무엇을 먹을까 내일은 어떤 공연을 볼까를 고민할 것이다.
3000cc짜리 승용차를 살까 랜드로버 짚차를 살까 고민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을 만난 인연으로,
나와 우리 식구들은 찢어지게 가난하다는게 어떤 것인가를 몸소 겪었다.
배고픔이 무엇인지도 알았다. 나는 두달동안 이틀에 한끼 먹기도 했다.
또 학비가 없어서 학교에 진학하지 못하는 학생들과 그 부모들 심정을 뼈저리게 느꼈다.
반면에 이곳에 사는 내 친구들을 만난 인연은..... 뭐라고 표현을 해야할까..... 내 몸에 있는 장기조차 나눌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준 소중한 존재라는것.....
그리고, 이 글을 보고계실 내 블로그 벗님들과의 인연...... 지난 고난의 시간을 웃음으로 승화시킨 존재?
같이 기뻐하고, 같이 슬퍼하다보니 우리와 맞지 않는 블로거 같지 않은 블로거를 차단하기도 했지 않은가.
아무리 많은 댓글이 달려도 나는 하나하나 소중히 읽었고, 그에대한 답글을 주고 받으며 인연을 만들어갔다.
스치고 지나가는 인연, 악연일지라도 이유없는 인연은 없다는 생각을 해봤다.
내가 지금까지 겪었던 일들과 사람들과의 만남.... 그런것들을 생각하게 해준 책이어서 단숨에 읽어버렸다.
어제는 또다른 인연을 만들었다.
복령 소나무님의 조카가 며칠전에 이곳 심천 모회사에 입사하였다하여 저녁에 만나서 맛있는 한국식 요리를 대접하고 비싼 쐬주도 일병 깠다. 모처럼 주머니에 쩐이 좀 있어서 내가 한턱 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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