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은 누구나 그릴 수 있다"
맑은 물 한 통 들고 아픈이들의 가슴속을 화폭에 담는 화가,
이상덕 화백
"주부의 스트레스는 가정 내 최고의 적입니다.
내가 여성들에게 그림을 지도하기 전,
그들은 다방이나 야외로 몰려다니며 밥먹고 수다떠는 게 보통이었습니다.
나는 그들에게 그림을 가르치며 이렇게 외쳤지요.
'주부 스트레스는 집안의 적. 그것을 붓으로 폭파시켜라!'라구요."
서울과 인천, 부천지역의 문화센터와 자신의 갤러리(대안공간아트포럼리)에서
후학지도에 정열을 쏟는 한편, 끊임없는 작품활동으로
인생을 청년처럼 살고 있는 이상덕 화백의 말이다.
<시인의 도시>
우리나라 수채화 계의 거장 이상덕 화백의 고희전(古稀展)이
부천 경기아트홀 갤러리(경기예고 내) 대안공간아트포럼리,
도담갤러리 등 세 곳에서 동시에 열리고 있다.
<제15회 돌아보기 50년 展, 이상덕 Art Fantasy展>
2010년 11월 29일~12월 5일.
평생을 경기도 부천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의 이번 개인전은
매우 특별한 전시회다.
갑작스런 뇌출혈로 쓰러져 생사를 넘나들기를 두 차례,
힘든 고비를 겪으면서도 붓을 놓지 않았던 그가
올해 고희(古稀)를 맞아 '돌아보기 50년' 개인전을 연 것이다.
이해와 사랑, 푸근함으로 묵묵히 곁을 지켜준 부인 유순옥 여사에게
항상 고마움을 느낀다는 이 화백.
개인전 15회를 의미하는 축하케익에 점화하는 큰 며느리와
행복한 표정으로 이를 바라보는 이 화백
'한국의 샤갈'로 불리는 김학두 화백(위 사진 왼쪽 빨간모자 쓴 사람)과
최광선 화백(아래 사진 맨 왼쪽)을 비롯한 한국의 수채화계를 대표하는 거물급 인사들이
이상덕 화백의 고희전을 축하하기 위해 자리를 빛내주었다.
그 밖에도 김만수 부천시장과 김상희 국회의원 등 많은 분들이 이 화백을 축하하며
화가로서 앞으로도 변함없는 활동에 박수를 보냈다.
그의 그림에 매료되어 문하생이 된 사람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그 중에서도 특히 여성이 많은 것은,
수채화가 주는 맑고 투명한 세계가 여성만의 섬세한 감성과 잘 통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활동하는 여류화가 중 이 화백의 손을 거쳐간 사람이 많고
지금도 여전히 그의 화풍을 배우며
내재된 자신의 감성을 깨워 새롭게 태어나는 여성이 늘어나고 있다.
자신의 재능을 아낌없이 나눠주고 숨은 재능을 발굴해내는 이 화백이야말로
정신적인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하는 중요 문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화백은 "그림은 누구나 그릴 수 있다"고 말한다.
수채화는 어렵다는 말에 대한 그의 답변이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반드시 기술을 배울 필요는 없다.
나무를 그렸을 때 그 나무는 내가 본 나무의 느낌이다.
검은색으로 그렸다면 그렇게 느낀 것이고,
네모로 그렸다면 역시 그렇게 느낀 것이다.
'나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힌다면
남과 똑같은 나무그림 밖에는 그릴 수 없다.
자기가 느낀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바로
'나만의 그림'을 그리는 방법이다."
과거, 잠깐동안 그에게 수채화를 배운 적이 있다.
학창시절 미술시간에 그림을 그린 이후 몇십 년 만에 처음 붓을 들고
그의 앞에서 '수채화가 어렵다'며 포기하려는 나에게 이 화백이 들려준 말이었다.
그 후 물과 색채가 만들어내는 맑고 투명한 세계에 빠져
나는 한동안 헤어나지 못했다.
다른 일로 인해 지금은 그림과 떨어져 살고 있지만
마음 속은 아직도 수채화에 대한 미련으로 가득해
그 때 사둔 화구들을 10년이 지난 지금도 고이 간직하고 있다.
주변에 널린 일상의 느낌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순수하게 사는 것임을 일깨워 준 이 화백.
그림으로 말하는 '돌아보는 자신의 인생'은 과연 어땠을까.
내가 본 이 화백은 늘 소년의 모습이었다.
나이와 상관없는 어린애의 순수함이 그의 웃음과 말, 몸짓, 눈빛에 넘쳐났다.
이 화백의 그림엔 '도시와 인간'을 주제로 한 것이 많다.
아파트와 빌딩숲, 군중과 축제, 문명과 자연...
이 화백의 그림의 소재를 이루는 사물이다.
특히 도심의 빌딩과 사람이 그림에 많이 등장하는 것은
그가 건축을 전공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건축물 안에 살고 있는 인간의 삶 속 애환을 그리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선지 그의 그림 속 인간의 모습은
내겐 늘 고독의 상징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그림의 색감은 명랑하다고 해도 좋을만큼 매우 밝다.
그런데도 '축제'를 표현한 그림에서조차 왠지 모를 슬픔이나 쓸쓸함이 느껴지는 건
아마도 그의 내면세계에 대한 반영은 아닌지...늘 그런 생각이 들곤 한다.
<건강한 아침>
<축제날의 객석>
<눈 오는 날>
<수도자>
<말하지 말고 그냥 참기>
<겨울에 떠나는 女子>
<우리가 사는 세상 1>
<속수무책>이라는 그림 앞에 선 이 화백.
산불이 타고 있고,
우왕좌왕 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제목이 정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이 화백과 함께 기념촬영한 필자.
이상덕 화백은
경기도 최우수 미술작가상 수상을 비롯해 88올림픽 부천시 공로상 대상,
경기도 예술문화상 대상, 한국예총에서 수여하는 미술공로상 등 다수의 수상경력이 있고,
경기도 무술대전 운영위원과 서양화 심사위원장, 복사골 예술제 대회장 등
굵직한 역할을 수행했으며,
대한민국 수채화대전 운영위원장과 대회장,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한국미술협회, 한국야외수채화가회, 부천예총,
대한민국수채화대전의 고문으로서 후진 양성에 힘쓰고 있다.
<제15회 돌아보기 50년 展, 이상덕 Art Fantasy展>
장소 : 부천 경기아트홀 갤러리(경기예고 내)
대안공간아트포럼리
도담갤러리
2010년 11월 29일~12월 5일
문의 : 032-666-5858(아트포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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