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나이 쉰,
우리는 흔히 중년이라 말하기도 하고
사추기(思秋期) 라고도 한다.
인생을 관조하고 모든 것을 수용할 수 있는 좋은 시기라는 의미로
애써 해석하고 싶다.
중년을 멋지게 사는 것도 우울하게 사는 것도 순전히 자신의 몫이다.
꿈은, 꿈을 꾸는 사람만이 이룰 수 있다.
아름다운 '몸짓'으로 자신의 꿈을 활짝 펴고
푸르른 하늘을 향해 날갯짓 하는 그녀를 책으로 만난다.
누드집 <몸짓 BODY TALK>를 펴낸 고 성 미...
삶의 언어인 짧막한 시가 있는 누드에선
여성의 내면, 아니
나의 내면을 들킨 것 같아 흠칫거리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언제부턴가 사진이 너무 좋아,
이제는 사진만 빼면 왠만한 세상사는 그냥 곁눈질로 보낸다."는 그녀.
출판 일을 하면서 詩도 쓰고 번역도 하며 인터넷 방송 DJ로 활약하기도 한다.
<스튜디오 소미>를 열어
여성의 소망인 '가장 아름답고 우아한 순간'을 연출해 사진을 찍어주기도 한다.
그녀가 번역한 책만도 10권을 넘는다.
자신이 직접 찍은 사진과 시를 담은 포토에세이 <바람>과
이자와 고타로의 책을 번역한 <사진을 즐기자>는 그녀의 대표작.
그야말로 인생의 불꽃을 활활 태우며 살고 있는 고성미 씨가
이번엔 누드집 <몸짓>을 냈다.
"여자로 태어나서 정말 다행이야... "
대중목욕탕의 따끈한 물에 몸을 담근 채 혼자 흐뭇해진다.
남자라면 아무리 여자의 몸에 관심이 많아도
나처럼 이렇게 리얼하고 다양하게 관찰할 수 있는 기회기 없을 터이다.
때를 밀고 샴푸를 하고 아이들의 등을 밀어주는 그 등선에 따라 달라지는
곡선들이 참 아름답다.
(<몸짓> 프롤로그 중에서)
몸은 옷을 벗으면 알 수 있다지만
사람의 마음은 도저히 시각적인 확인이 불가능하다.
게다가 보일 듯 말 듯 알다가도 모를 것이 여자의 마음 아닌가.
그래서 표현해 보고 싶었다.
아름다운 여자의 곡선과 벗은 몸 만큼이나 오묘한 여자의 심리 묘사를
솔직하고 당당하게, 마치 춤사위에 곁들인 음악처럼
함께 어우러지게 하고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텍스트 역시 나에게는 하나의 이미지 조합이다. (<몸짓>에서)
幻聽
너만을 사랑해
無題
벙어리 냉가슴 뵐똥말똥
무심한 그사람 알똥말똥
기막힌 이새벽 올똥말똥
몸짓
보이는 것이 모두 전부는 아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보이는 것 너머로 아지랑이처럼 가물거리는 전설 때문에
긴 방랑을 끝내고
온전히 자기 자리로 찾아올 수 있었던가
눈에 보이지 않는 길고도 가느다란
더듬이
몸짓은
작은 손짓 그윽한 눈길 하나만으로도 전해지는
그들만의 비밀코드를 위한 하나의 열쇠이기도 하다
속내
보여준다고 다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안개 속 전설 때문에
기약 없는 긴 방랑으로 헤메었던가
손에 잡힐 듯 보이는 동글동글 빨강색
수은
속내는
무성한 혼잣말 넌지시 건넨 인사 하나만으로도 전해지는
그들만의 비밀코드를 위한 하나의 자물쇠이기도 하다
사진/글 출처 : 고성미의 <몸짓>
고성미의 누드집은 섹스어필과는 거리가 있다.
남자가 보는 여체-섹스어필-에서 벗어나
여성의 속내 깊은 심리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한다.
사랑에서 오는 슬픔이나 기쁨을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그녀는 오히려 사랑의 배신, 좌절에서 오는 '아픔'을
사진과 시로 표현하려 애썼다.
이런 아픔을 표현해내기 위해서는
젊고 아름다운 모델보다 세월이 녹아든 '몸'을 찍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 모델을 찾는 게 어려워 결국 젊은 모델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고,
작업을 진행하면서도 모델과 호흡을 맞추는 것이 어려웠다고 한다.
모델 입장에서도 해보지 않은 동작을 취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사진가 고성미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자기계발에 힘쓰는 여성이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출판사에서 일하면서 시를 쓰고,
인터넷 방송의 DJ를 보는가 하면 일본어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런 몇가지 일만으로도 벅찰 텐데
틈틈히 사진을 찍더니 사진가로 데뷔했다.
소미 스튜디오의 대표가 된 것도 그녀 나름의 철학이 있어서다.
중년 여성들에게 '삶에 자신감을 갖고 자신의 삶을 사랑하도록' 해주고 싶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소외감, 후회 같은 부정적인 마인드 속에서 살아가기 쉬운 게 중년이다.
그런 중년에게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발견하게 해주어
스스로를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도록 해주고 싶다는 게 그녀의 바람이라고 한다.
자신에게 감춰져 있는 아름다움을 재발견했을 때,
중년은 또 다른 기쁨과 행복으로 수놓아지지 않을까...
나는 그런 고성미를 보면서
삶을 개척해 나가는 시기는 '평생에 걸쳐서'라는 걸 깨닫는다.
여성도 남성 이상으로 도전하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그녀에게서 배운다.
평소 화장기도 별로 없는 '평범한 주부'의 모습이지만
무거운 카메라 장비를 짊어지고
전국을 누비는 '우리땅 걷기' 운동(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대표 신정일) 프로그램에도
여러차례 도전하면서 관절에 무리가 와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고성미.
'꿈이 있어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말,
쉬운 것 같지만 말처럼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아무리 꿈을 갖고 원한다고 해도 저절로 굴러들어오는 것은
세상에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김연아가 금메달을 목에 걸고 흘린 눈물의 의미가 그렇고
장미란이 우리에게 용기와 희망의 상징이 될 수 있었던 것 역시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님은 초등학생이라도 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우선 목표-꿈-를 세우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고통이 따르는 노력을 해야 한다.
'도전하는 용기'로 원하는 것을 이뤄내는 그녀가,
나 뿐 아니라
의기소침해 있거나 자신감을 잃은 이 땅의 모든 중년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글을 쓰고 있다.
습관을 바꾸면 인격이 바뀌고 인격을 바꾸면 운명이 바뀐다.
아래 사진도 중년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주는 고성미 사진가의 작품입니다.
고성미 누드집 <몸짓> / 창해출판사 (02-3142-0057)
스튜디오 소미 : 서울시 마포구 성산1동226-4 창해빌딩 4층 (070-7165-7540)
여성가족부 블로그 女행상자에서도 이 글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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