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는 손가락으로만 친다? NO~!!
주먹으로, 팔로, 온몸으로 피아노 치는 남자,
<피아노와 이빨>의 윤효간
그의 공연을 보러가기 전, 검색해서 자료를 찾아보았다.
사진으로 본 윤효간은 롸커를 연상케 하는 모습이었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머리와 격정적인 연주 자세...
그러나 자료 내용을 읽으면서, 그는 정형화된 틀에 매이기를 거부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일 거라는 느낌이 어렴풋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연주를 들었다, 아니 보았다.
8월 26일, 청담동 유아트 스페이스 전시실을 찾았을 때는
아직 이른 시각이라 스탭들이 준비로 한창 바쁘다.
빨간 티셔츠 차림의 남성이 보인다.
그가 바로 윤효간 씨임을 나는 단번에 알아봤다.
인사를 건네고 몇 마디 말을 주고 받는 동안
롸커의 이미지 속에 매우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숨어 있음을 느꼈다.
아직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그의 연주가 갑자기 설렘으로 다가왔다.
살얼음판을 걸어가듯 신중하면서도 절제된 터치로 아주 조용하게 연주한다.
그러다가 때로는 주먹으로 때로는 팔꿈치로 그는 거침없이 연주를 이어간다.
아무도 흉내내지 못할 그의 연주 스타일은
강한 흡인력으로 관객을 단숨에 빨아들인다.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는 관객은 자유로운 영혼인 그의 세계로 몰입된다.
<피아노와 이빨>은 2005년에 시작해 이번 공연이 897회 째라고 한다.
관객들의 귀에 익숙한 대중음악 레퍼토리로 연주와 노래, 이야기를 엮은 콘서트다.
유학파도 아니며 고졸학력 뮤지션으로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무대에 서기도 했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피아노의 새로운 세계를 개척한 독창적인 아티스트.
그는 자신을 '세계에서 한 사람 뿐인 아티스트'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피아노와 이빨>의 주인공 윤효간의 연주는
오후 7시 30분부터 시작되었다(토, 일요일은 오후 5시 30분부터이고 일반 공개는 토요일)
피아니스트, 가수, 세션맨, 편곡자 윤효간은 자신을 '편곡자'라고 소개했다.
롹 그룹 백두산에서부터 이미자 씨의 세션맨으로...
백두산, 시나위, 이승철, 김현식, 김광석,
심수봉, 조영남, 이미자, 트렁큰 타이거에 이르기까지
헤비메탈, 롹, 가요, 발라드, 힙합, 뉴에이지, 랩...에서 그는 세션맨으로 연주했다.
장르의 벽이 그에겐 존재하지 않는 모양이다.
그는
우리가 잘 아는 곡도 전혀 다른 맛, 다른 느낌의 곡으로 편곡해 연주한다.
어둠 속에서 'Stairway to Heaven'을 부드러운 솜사탕처럼
오프닝곡으로 연주하기 시작했다.
이어지는 'Hey Jude'...
조용하고 부드러우면서 때로는 격정적인 몸짓이 피아노 건반 위를 날아다닌다.
피아노 연주회의 고정관념을 뒤엎는 순간이다.
부산 출신인 윤효간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소개했다.
당시 우리나라 최고의 성냥제조회사인 <UN팔각성냥>집 막내아들로 태어나
일골 살에 처음 피아노를 시작했다.
6학년이 되어 서울에서 열린 '피아노 콩쿨'에 참가해 그는 충격을 받았다.
그는 말한다.
"스무 명이 참가했는데
한 사람이 피아노를 치듯 똑같은 스타일로 연주했습니다.
난 너무나 이상했습니다.
집에 돌아와 악보와 반대로 연습했습니다.
악보보다 한옥타브 위로도 아래로도 연습했습니다.
빠르게 표시된 곳은 느리게, 느리게는 빠르게 쳐보았습니다.
.
.
부모님, 음악교사와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그러나 난 새로운 감동의 세계에 빠져들었습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남이 가지 않을 길을 걷고자 했다.
아무도 하지 않은 시도를 그는 과감히, 자신 있게 행동으로 옮긴다.
그리곤 독창적인 사고가 낳는 무한한 가능성을 끊임없이 주장한다.
어린 시절부터 틀에 박힌 교육을 받는 교육현실을 꼬집는 말을 한다.
“생각의 한계를 없애야 상상력은 무한대로 증폭된다“고.
손가락만이 아닌 주먹으로, 팔꿈치로, 온몸으로 에너지를 쏟아내는 그에게서
나는
폭풍이 몰아치는 소리를 듣기도 했고
새소리가 아름다운 숲을 거닐기도 했다.
그러다 갑자기 터지는 그의 보컬에 또 다른 전율을 느끼기도 했다.
조용하고 부드러우며 격정적인 몸짓과 발까지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숨조차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29일 일요일까지 유아트 스페이스에서는 특별한 전시와 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사진, 그림, 조각, 동요와 그림, 영상... 그리고 피아노 연주.
다양한 예술 분야가 한 자리에서 어우러지고 조화롭게 공존하는 <피아노와 이빨 展>이다.
PIANO & TOOTH EXHIBITION & CONCERT
이번 콘서트의 공식 타이틀이다.
여기에는 국내외에서 활약하는 작가, 아티스트 24명이 참여하고 있다.
사진작가, 화가, 조각가, 번역작가, 아트 디렉터&디자이너,
비디오 저널리스트, 다큐멘터리 감독, 닥종이 인형작가 등...
고근호, 김유미, 구자랑, 김성복, 인명숙, 안진의,송기혜,
권치규, 하정민, 김태성, 양경미, 민경숙, 조수란, 최명진,
박근재, 이홍석, 임용철, 황정윤, 조수옥, 김연구, 허달용,
이철수, 임근우.
국내외 각 분야에서 개성 있는 작품활동을 펼치는 이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독특한 자리다.
우리의 감성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동요를 일본어로 번역하고
여기에 파스텔화로 그림을 그렸다.
동요 번역은 국내의 저명한 양경미 번역작가가 맡았고
그림은 민경숙 화가의 손에 의해 탄생됐다.
이 동요는 모두 윤효간이 연주한다.
30년 40년 또는 그 이전의 추억으로 돌아가게 하는 '섬집 아기', '따오기',
'오빠생각', '과수원길', '반달' 같은 동요를
섬세하고 아름답게, 열정적으로 연주할 때면 관객은 가슴 뭉클한 감동에 젖는다.
자신도 모르게 노래를 따라 부르는 동안 아련한 추억속으로 여행을 떠난다.
동요 연주를 위해 <풍금이 흐르는 교실> 콘서트를 만든 윤효간.
"동요는 외로움에 지친 사람을 위한 최고의 치유 수단"이라고 말한다.
해외교민을 위한 공연을 자주 하는 것은
조국에 대한 그림움에 사무친 그들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서라고 한다.
동요를 힙합이나 헤비메탈로 연주하는 그의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설렌다.
번역작가 양경미(왼쪽) 씨와 화가 민경숙 씨.
시와 그림이라는 조합보다 더 아름답게 어울리는 두 분을 만난 것도
이 날의 기쁨이었다.
이들은 앞으로 중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동요를 우리말로,
우리의 동요를 각국어로 번역해 그림과 함께 전시할 꿈을 갖고 있다.
물론 <피아노와 이빨>과 함께.
사진 아래는 건반을 소재로 한 패브릭 의자 <피아노 이빨>의 작가 구자랑 양.
내가 굳이 '양'을 붙이는 이유는 이제 겨우 대학 1년생이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작가를 만나기 전, 귀엽고 앙증맞은 의자를 보았을 때
꽤 인상적이었는데 막상 나이 어린 작가를 만나고 반짝이는 아이디어에 놀랐다.
구자람 양은 현재 뉴욕에서 디자인을 공부하는 중이라고 한다.
윤효간, 그는 잘하는 연주자이기 보다 아름다운 연주자로 남길 원한다.
재미있고 감동적인 공연,
‘나만의 베토벤’ 공연을 고집하는 그의 연주는
감동 그 자체로 내 가슴을 가득 채웠다.
그는 말한다.
여행은 또 다른 무대라고...
그의 무대는 고정관념을 완전히 부숴버린다.
사막 한복판에서도 연주하고
라스베가스 거리 한복판이 그의 무대가 되기도 한다.
때로는 바닷가가 무대가 된다.
그래서 그는 트레일러에 피아노를 싣고 세계를 누비며 연주한다.
미국을 누볐고 호주를 달렸으며 다음 달에는 중국 투어를 떠난다.
이 사진은 라스 베가스에서 가졌던 공연 장면이다.
무대 밖으로 나온 그, 여행은 그에게 또다른 무대다.
(위 사진출처 : 윤효간 홈피 http://blog.naver.com/bandyun)
윤효간은 2010 China & Silk Road라는 이름으로
9월 12일~11월 15일까지 중국 전역을 순회한다.
대한민국의 임시정부가 있었던 9개 도시를 비롯한 중국 투어는
그의 네 번째 세계투어다.
이번 투어는 문화 나눔 프로그램에 중점을 두어
세계 최초로 쓰촨성 지진 피해지역에서 피아노 공연을 펼친다.
희망이 끊겼다고 생각하는 아이들과 피해지역 주민들에게
음악을 통해 희망을 이야기하고 피아노를 기증하는 공연이다.
현장에서 전시작품과 윤효간의 CD를 판매하는데
판매대금은 중국투어 때 기증할 피아노 구입에 쓰인다고 한다.
(윤효간의 싸인이 들은 1집 CD)
윤효간은,
"윤효간의 <피아노와 이빨>은
가슴으로 듣고 희망으로 듣는 이야기"라고 했다.
"감동이고 도전이고 꿈"이라고도 말했다.
"누구나 잘하는 베토벤이 아니라
자기 혼을 바쳐 연주하는 '나만의 베토벤'이 되라"고 했다.
그렇다.
그의 음악은 추억이고 용기이고 도전이며 창의다.
그러나 아무리 설명해도 음악을 직접 듣기 전에는 납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자유로운 영혼으로 자유롭게 연주한다"는 그의 표현은
내가 어렴풋 느꼈던 윤효간의 이미지를 더욱 확실하게 해주었다.
"아름다운 사람을 연주하고 싶다"는 그의 바람이
지구를 돌아 우주 저편에까지 전해지기를 바란다.
윤 효 간 콘 서 트 · 피 아 노 와 이 빨
중국투어 기념 EXHIBITION & CONCERT 에
일반 관객분들을 초대합니다.
2010.8.28(토) 5pm / 청담동 유아트스페이스 |
전시관람은 26일부터 29일까지 4일 내내 무료관람 가능하고(1pm~7pm까지)
공연은 28일(토) 단 하루만, 일반관객 초청을 받고 있습니다.
관람을 원하시는 분들은 비밀덧글로 신청해주세요~ (이름, 연락처, 인원)
동반 1인까지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http://blog.naver.com/bandyun/120113674884
(신청 댓글은 이 주소로 들어가셔서 하세요)
공연문의 : 융가 엔터테인먼트 02)2659-6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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