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러시아

간편한 입국수속에 놀란 블라디보스톡 항구에 발을 내딛다

릴리c 2010. 12. 16. 02:14

간편한 입국 수속에 놀란 블라디보스톡 항구에 첫발을...

른 나라를 여행하면서 입국수속을 할 때면 늘 가슴이 두근거리곤 한다.

낯선 곳에 발을 딛는다는 사실이

호기심과 기대감에 두려움이 살짝 내포된 때문이리라.

동해시에서 크루즈 페리 '이스턴 드림호'를 타고 3~4m의 높은 파도를 헤치며

예정시간 19시간을 넘긴 23시간을 달려간 곳,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항에 드디어 도착했다.

하선하기 위해 갑판에 나서자 눈앞에 나타난 거대한 건물,

블라디보스톡임을 알려주는 항구 터미널이 떡 버티고 서 있다.

반사적으로 셔터를 누른다.

알고보니 촬영금지 구역이었다.

 

 

고향을 떠났던 가족을 마중나온 걸까.

이곳이 러시아라는 것을 실감하고

터미널 난간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을 보며 이스턴 드림호의 계단을 내려오니

보안요원인 듯한 여성이 일일이 여권을 조사한다.

여권에 있는 사진과 실물을 비교 확인하곤 여권을 돌려준다.

그것이 입국절차다.

터미널 내에 들어서서 간단한 짐 검색(엑스레이 통과)으로

'러시아 입국' 완료!!

이렇게 간단한 입국 수속은 처음이다.

무비자라서 그랬을까, 그 흔한 스탬프 하나 찍어주지 않고 그냥 '통과'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블라디보스톡에서의 첫 일정으로

인근에 있는 '잠수함 박물관''개선문' '영원의 불꽃'을 보러 갔다.

가는 도중에 길에서 만난 첫 러시아인들(아래 사진),

추운 나라답게 길에 얼어붙은 눈을 깨서 치우는 사람들이다.

블라디보스톡의 짧은 체류기간 중 거리에서 수시로 만날 수 있었던

'삽을 든 사람들'이었다.

 

 

블라디보스톡은 극동해군 제2사령본부가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위 건물이 바로 해군사령본부.

바로 옆에 잠수함이 전시되어 있다.(아래사진)

이 잠수함은 제2차대전 당시 독일군함 11척을 침몰시킨 영웅 같은 존재 C-56이다.

지금은 당시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잠수함 내부를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우리가 갔을 때는 개장시간이 끝나 내부를 볼 수 없었다.

실물 잠수함을 보는 것도 처음이다.

 

 

 

 잠수함 곁에서 내려다보는 블라디보스톡 항구.

어둠이 내리는 바다 위에는 여러 척의 군함이 정박해 있다.

바다를 향한 대포가 주는 긴장감이 추위를 더해주는 것 같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잠수함을 타고 전쟁에서 싸우다 사망한 장병들의 넋을 기리는 불꽃이 타고 있다.

이름하여 '영원의 불꽃'.

이 불은 늘 꺼지지 않고 타오른다고 한다.

뒤로 보이는 교회 역시 전몰 장병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한 기도 장소로,

'흐람(미사는 보지 않고 기도만 하는 곳)"이라고 부른다.

 

 

 기도하는 '흐람'개선문

이방인에게는 동화의 나라에 온듯, 따뜻한 모습으로 느껴질 정도로 작고 예쁜 모습이다.

'흐람' 안에 들어가 보고싶었지만, 짧은 시간 동안 다른 데 둘러볼 곳이 더 있으니 패스.

이럴 땐 느긋한 자유여행이 좋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흔히 '개선문'이라고 하면

전쟁터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황제나 장군을 위해 건립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곳의 개선문은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

왕위를 계승하기 이전에 여러 도시를 순회하는 전통에 따라

이곳을 방문한 기념으로 세운 것이라고 한다.

 

개선문 아래서 바다쪽을 내려다 보며 찍은 것(아래 사진).

석양으로 물드는 항구가 평화롭게 보이지만,

관광객으로서 자유롭게 사진을 찍거나 마음대로 다닐 수 있게 된 것은

그리 오래 된 일이 아니라고 한다.

 

 

잠수함, 교회 '흐람', 개선문을 품고 있는 공원 한 쪽엔 이름 모를 조각이 지키고 있다.

어디를 둘러봐도 안내판이 없어 조각의 정확한 명칭은 모르겠지만,

바로 옆에 개선문이 있는 것으로 보아

니콜라이 2세와 관련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앞에 보이는 배들이 모두 군함이라는 가이드의 설명.

좀 더 이른 시간에 왔다면, 활기 넘치는 해병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전몰 장병들의 모습을 부조로 새겨 놓았다.

잠수함과 함께 영원의 불꽃, 기도하는 흐람... 그들의 넋은 편안히 잠들어 있을까.

바다를 바라보며 서 있는 조각들 앞에서 잠시 전쟁과 평화를 생각해 본다.

 

 

전사자들의 이름을 일일이 새겨 놓았다.

비록 읽을 수는 없었지만 계급에 따라 새겨진 이름을 보니

그들의 영혼이 편안히 쉬기를 비는 마음 가득하다.

 별 세 개 짜리 장성만 해도 수십 명에 이른다.

 

 

 

블라디보스톡 여행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