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러시아

여성이 여왕처럼 사는 나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걷기

릴리c 2010. 12. 22. 22:07

여성이 여왕처럼 사는 나라가 러시아?

 

이번에 블라디보스톡을 여행하면서 가이드에게 들은 말이다.

러시아는 '여성의 나라'라고 할 만큼 오래 전부터 여성이 우대받으며 산다고 한다.

불과 십수 년 전까지만 해도 '남존여비'사상이 강하고 아들을 선호해 딸을 임신하면

낙태를 서슴치 않은 사람들이 부지기수였던 우리나라와는 너무나도 다른 문화다.

 

우리나라는 나이 많은 사람들 중에 아직도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 많지만,

지금은 적어도 '남존여비'라는 말로 여성을 비하하는 사람은 거의 사라졌다.

오히려 여성의 발언권이 세지고 남녀평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다.

태어나는 남녀 성비(性比)에서도 남자아이가 압도적으로 많다보니

초등학교에서 남녀 짝을 이루기가 힘들어진 게 이미 오래 전 일이다.

그래서인지 자연 여성의 입김이 세어졌다고 한까? 이를테면 '모계사회'가 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일설에 의하면,

'모계사회'가 될수록 세상은 평화로워진다고 하니 그게 사실이라면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지 않을까...

 

서론이 길었는데,

러시아 최고의 명절은 설날도 아니고 크리스마스도 아닌 '여성의 날(3월 8일)'이라고 한다.

이혼하게 되면 여성이 재산의 80%를 갖게 되는데 70%의 높은 이혼율도 여성이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

여성에 대한 사회 각계각층의 각종 혜택과 문화행사 할인이 많아야말로 여성이 여왕처럼 누리며 사는 나라다.

블라디보스톡 거리에서 만난 여성들 중에 유난히 흡연여성을 많이 본 것도 이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블라디보스톡 시내의 파크 로브스키에 있는 러시아정교회.

아침 출근을 위해 바삐 걸어가는 시민들이 교회 앞을 통과하고 있다.

24시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체류였지만, 길에서 만난 여성들은 하나같이 인형처럼 예쁘다는 인상을 받았다.

조각 같은 얼굴에 8등신 미녀들이 블라디보스톡을 화사하게 만들어 주는 듯 하다.

균형잡힌 체형에 작은 얼굴, 뚜렷한 이목구비,가는 허리에 길고 곧게 뻗은 다리.

뿐만 아니라 금발에 푸른 눈, 흰 피부는 미인의 조건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여자인 내 눈에도 이곳 여성들은 정말 예쁘게 보이니

남성들이 그녀들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해도 이곳에서만큼은 눈감아줘야 할 것 같다.

이곳 여성들이 그토록 아름다운 건, 타고난 체형 때문만은 아니다.

끊임없는 자기 관리와 노력의 산물이다.

여자 아이들은 유치원 시절부터 발레와 무용, 체조, 수영 등으로 아름다운 몸매 만들기에 돌입한다고 하니

아쉬운 것은, 그토록 몸매관리에 신경쓰던 여성들도 결혼과 함께 몸매가 망가지는 일이 허다하나는 것.

그래서인지 중년여성들은 대부분 '뚱뚱한 아줌마'들 뿐이었다.

물론, 길거리에서 만난 여성들에 대한 감상이니 전체의 얘기라고는 할 수 없음을 말해둔다.

 

 

공원을 가로질러 교회앞을 지나 출근하는 시민들로 이곳 공원은 아침부터 활기가 넘친다.

아래 사진은 교회 옆의 부속건물인데, 붉은 벽돌과 황금빛 첨탑이 아름다워 한 컷.

 

 

 

 

교회의 한 쪽 벽 조금 튀어나온 곳에 뭔가 검은 점들이 있다.

마치 오선지 위에 그려진 음표처럼.

자세히 보니 이른아침 햇살이 드는 양지쪽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비둘기들이었다.

금방이라도 아름다운 멜로디가 흘러나와 공원에 퍼질 것만 같다.

 

 

 

 

교회 바로 앞 도로 풍경.

20년 전까지 공산국가였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자유로운 분위기와 젊음이 느껴지는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젊고 아름다운 여성과 남성이 활보하는 활기 넘치는 곳, 민주주의 시장경제가 되입된 이후 아직은 크게 부각되지 못했지만, 무한한 경제성장의 잠재력을 지닌 러시아...  앞으로 새로운 바람과 변화로 세계의 이목을 끌 날이 머지 않았음을 예감한다.

 

 

 

교회가 있는 공원의 아침을 보낸 후 블라디보스톡 시내가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에 올랐다.

독수리 전망대 혹은 독수리요새라고 불리는 곳이다.

산 꼭대기에 대학을 광고하는 대형 빌보드가 서 있고, 몇 발짝 옮기니 멀리 바다가 보일 듯 탁 트인 시야가 펼쳐진다. 여기저기 건설 중인 다리와 건물들이 발전하고 있는 블라디보스톡의 모습을 느끼게 한다.

 

 

 

 

블라디보스톡에서 가장 높은 곳이 바로 전망대가 있는 오를리노예 그네즈도 산이다.

시내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기 때문에 이곳을 요새화했다고 하며(시내 전역이 요새화),

시민들은 그냥 '전망대'로 부른다.

이곳에 두 남자가 십자가를 끌어안고 서 있는 동상이 있다. 이들은 키릴로스와 메소디오스 형제인데,

현재 러시아가 사용하는 키릴 문자는 글라골 문자에서 파생된 것이며, 그 글라골 문자를 고한해 낸 사람이

바로 동방 정교회의 선교사였던 성 키릴로스(동생)와 성 메소디오스(형)였기 때문에

이들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세운 동상이라고 한다. 십자가를 안고 있는 것은, 이들이 로마 카톨릭교회와

동방 정교회에서 모두 성인으로 추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요즘은 어딜 가나 자물쇠를 걸어 놓는 게 유행인 모양이다.

몇 년 전, 중국 황산에 올랐을 때 무수히 많은 자물쇠를 보고 젊은이들의 '사랑 약속'에 대한 문화라고 생각, 신선하게 느껴졌는데, 요즘은 어디서나 눈에 띄는 풍경이 되었다. 전망대의 '사랑 다짐'...열쇠를 버린 자물통이 열리지 않는 것처럼 부디 그들의 사랑도 오래 지속되기를...

 

 

 

독수리 전망대에 있는 기념품 가게 앞의 입간판을 찍었다.

판매 중인 물건의 가격을 일일이 달아놓았고 자세히 보니 한 쪽에 일본어로 쓰여 있다(빨간 화살표 부분).

"우리 러시아 토산품 가게의 최대 변화는 현금과 신용카드를 사용하며, 블라디보스톡에서 가장 싼 가격을

자랑한다."는 내용이다. 조만간 한글 안내도 등장하지 않을까.

 

러시아 여행객이라면 대부분 선물용으로 한 개쯤 구입하는 마트로시카 인형(아래).

크기별로 다섯 개에서 20개, 큰 것은 30개에 이르는 것도 있는 다양한 목각인형이 켜켜이 들어 있다.

 

 

전망대에 오르다 보면 동화에 나올법한 아름다운 집이 있다.

무슨 건물인지는 모르지만 주변의 낡고 초라한 집들과 대조를 이뤄 물 위에 뜬 기름처럼 느껴진다.

세월이 흐르면 이 주변도 재개발 되어 '전망 좋은 아름다운 동네'로 바뀔지도 모르겠다.

 

 

전망대에서 보던 건설 중인 다리가 있는 곳으로  내려왔다.

그 곁에 서 있는 제2 세계대전 기념비를 역광인 채 한 컷.

이 사진을 찍고 돌아서니, 일행이 거리를 향해 뭔가 열심히 셔터를 누르고 있다.

앗~ 서울에서 보던 시내버스다~!!(아래 사진)

동대문, 신설동을 다니는 2015번 버스.

우리나라에서 중고차를 들여와 번호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대형차는 주로 한국의 중고차를 들여오고 소형차는 대부분 일본 도요타의 중고차를 사다 쓴다고 한다.

 

 

블라디보스톡 여행기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