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채색 도시에 언덕 위의 하얀집, 블라디보스톡을 아름다운 곳으로 기억하게 해
블라디보스톡.
러시아의 군사기지로 세워져 '동방을 다스린다'는 뜻의 지명인 이곳은, 태평양의 주요 해군
기지로서 뿐만 아니라 항구도시로서도 러시아에선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인구 60만 명 정도의 그리 크지 않은 곳 블라디보스톡에는 도시의 전경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전망 좋은 곳이 있다.
독수리 둥지라 불리는 Orlinoye Gnezdo(오를리노예 그네즈도:새 둥지라는 뜻) 산이
바로 그 곳인데, 이 지역 사람들은 그냥 '전망대'로 부른다고.
서울에 남산이 있다면 블라디보스톡에는 오를리노예 그네즈도 산을 꼽을 수 있는데,
산이라고 해봐야 정상의 높이가 214미터 밖에 안 되지만 블라디보스톡에서는 가장 높은
산이라고 하며, 이곳에 오르면 블라디보스톡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하긴 남산의 높이가 262미터니 남산보다 조금 낮은 셈.
오를리노예 그네즈도 산에서는 골든 혼(Golden Horn)과 아무스키(Amursky), 우슬리스키 만
(Ussuriisky Bays) 그리고 러시안 섬(Russian Island)까지 한 눈에 보여 아름다운 파노라마를
즐길 수 있다.
오를리노예 그네즈도 산에 오르다 만난 '언덕 위의 카사블랑카'가 잿빛도시 블라디보스톡의
이미지를 깔끔하게 바꿔주는 역할을 했다.
동화 속 성을 연상케 하는 이 건물의 이름이나 사용처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예쁜 도시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차에서 내려 정상까지는 약 10분 정도 걸어서 올라야 하는데, 내가 갔을 때는 눈이 내린 다음
날이어서 길이 꽤 미끄러웠다. 러시아 날씨치곤 '포근한' 영하 15도의 기온이었는데 바람까지
불어 내겐 '몹시 추운'날로 기억된다.
(위)도시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정상에 오르다 보면 이렇게 생긴 입구가 나온다.
마치 '독수리 부자(父子)가 요새를 지키는 수문장 같다'는 억지 상상을 해보며 발걸음을 옮긴다.
군사도시 블라디보스톡은 도시 전체가 요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어서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산 정상 역시 진지였을 터.
내가 블라디보스톡을 찾은 시기는 크리스마스 무렵이라 눈이 쌓여 있다.
(아래)입구 안으로 몇 발짝 옮기자 아래의 대형 빌보드 간판이 서 있다.
무슨 내용인지는 모르겠지만 추측컨데, 대학을 광고하는 것 같다.
정상에서 내려다 보이는 강과 수많은 배들과 공사 중인 다리.
이 배들은 대부분 군함이라고 한다.
지금 쯤은 저 다리가 완성되어 있지 않을까.
블라디보스톡은 낮에도 흥미롭지만 밤의 야경이 아름답다고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 특히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이 아름다운 블라디보스톡의 야경을 보러 오를리노예 그네즈노 산을
찾는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낮에 갔기 때문에 야경은 볼 수 없었다.
산 정상의 시내가 한 눈에 바라보이는 곳에 교회가 있고 그 앞에 키릴로스와 메소디오스
형제동상이 사이좋게 서 있다.
이들이 바로 러시아어인 키릴문자를 만든 사람들이다.
성(聖) 키릴로스(동생)는 9세기경 테살로니카에서 태어난 비잔티움 제국 시대의 수도사로,
역시 수도사였던 형 메소디오스와 함께 863년 슬라브어를 표기하기 위한 문자를 창안했다.
그 후 10세기경, 러시아에서는 글라골문자와 키릴문자를 받아들인 후 주로 키릴문자를 사용
하다가 오늘날의 글자가 되었다고 한다.
이들이 십자가를 들고 있는 것은, 로마 카톨릭교회와 동방정교회에서 모두 성인(聖人)으로
추대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쇠난간에 자물쇠를 잠가놓는 것은 이제 전 세계의 트랜드인가...
예전에 중국에서 본 이후 요즘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가는 곳마다 이런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교회 아래에 작은 기념품 가게가 있다.
러시아 하면 떠오르는 마트로 시카 목각인형이 크기별, 종류별로 다양해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던 곳.
입간판에는 '엉망진창' 한글과 영어, 일본어(역시 어법에 맞지 않는) 안내문이 적혀 있는데,
'자기네 가게에는 블라디보스톡에서 가장 싸고 다양한 상품이 구비되어 있으며, 신용카드도
사용가능, 영어 통용.. ' 대충 그런 내용이다.
러시아의 전통 인형인 '마트로시카'.
나무를 손으로 깎아 만든 것으로, 허리부분을 돌리면 그 안에 작은 마트로시카가 나오고
또 열면... 보통 5개 혹은 그 이상의 마트로시카가 한 세트로 이뤄져 있다.
하나하나 모두 다르기 때문에 기념품으로 사올만 한데, 나도 작은 것 몇 개 사다가 지인들
에게 선물했다.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은 편.
공사 중인 다리 주변, 바닷가를 향해 손을 치켜든 모습의 동상이 인상적이어서 한 컷.
산 정상에서 내려오니 거리는 여느 소도시와 다름없는 모습이다.
그런데...
왠지 낯익은 버스가 지나가는 게 아닌가~!
초록색 2015번 동대문 운동장이라는 글자가 그대로 담긴 채 거리를 질주하는
우리나라 버스~!!
버스나 대형 차는 주로 우리나라에서 중고차를 수입하고 소형승용차는 일본에서
수입해다 쓴다고 한다.
마치 동네 마실 나온 느낌이 순간적으로 들어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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