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잔 어때?"
식사를 마치고 나서 참외와 배의 껍질을 깍고 있는데 남편이 묻는다.
"과일 준비하는데?"
"그것도 좋지~!"
달달한 참외향을 코로 깊이 들이마시며 과일 접시를 식탁에 내려 놓았다.
참외를 한 입 베어무니 아사삭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요즘은 과일 제철이 사라진지 오래다. 봄날 아작거리는 꿀참외라니...
식탁 한 쪽에 놓여 있는 장미 문양의 커피잔을 의식했는지 과일을 먹던 남편이 이렇게 말한다.
"장미꽃은 참 섹시해. 꽃도 아름답지만 향기가 정말 좋아.
보통은 꽃이 아름다우면 향기가 덜하든가 향기가 좋으면 꽃이 예쁘지 않던가 하는데,
장미는 둘 다 완벽하니 역시 꽃의 여왕이야."
"진짜 장미향 맡게 해줄까?"
나는 내 화장대 위의 Rose Water를 생각했다.
나는 꽃을 좋아한다. 아니, 그 향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화장품도 천연의 꽃향기가 은은히 퍼지는 제품을 즐겨 쓴다.
그 중 내가 애용하는 향수는 그윽한 꽃향기를 내는 디오리씨모다.
백합향을 좋아하지만 향수로 나와 있는 제품을 만나지 못하고 있다.
방에서 장미수를 갖고 나오니 남편은 눈을 감은 채 기다리고 있다.
스프레이식으로 된 장미수를 얼굴에 뿌리고 톡톡 두들겨 준다.
은은히 퍼지는 장미향에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다.
요즘 방영되는 어떤 드라마가 생각난다.
여주인공의 집에 온통 장미로 장식된 공간이 나온다.
좀 비현실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여성이라면 한 번 쯤 꿈꿔봤을 정경이다.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에게 프러포즈할 때면 늘 장미가 등장한다.
그만큼 장미는 여성들에게 영원한 로망이자 꿈의 세계다.
영국에서 '장미 전쟁'으로 일컬어졌던 30년 동안의 치열한 가문 싸움 끝에 화합의 징표로
두 가문의 장미를 왕실 문장으로 채택한 것이 오늘날 영국의 국화가 된 것이라고 한다.
장미를 국화로 삼은 영국은 일찍부터 '꽃의 여왕'을 알아봤던 것 같다.
남편 얼굴에 장미수를 뿌리며 그 향기에 취한다.
아주 오래 전부터 청소년들의 '본드 환각'이 사회의 문제가 되곤 하는데,
성장기 방황하던 시절, 본드의 유혹을 잘 견디고 정상적인 어른으로 살아올 수 있었음에
문득 감사한 마음이 솟구친다.
어릴 때부터 꽃을 좋아하고 향기를 즐기던 나는
한 때 '향기 치료(아로마테라피)'에 대한 공부를 하고 싶은 적이 있었다.
불행히도 국내에 그런 학문이 없던 시절이어서 꿈을 펼치지는 못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꽃향기는 날 유혹한다.
꽃향을 맡으면 몸도 마음도 편안해지고 행복해짐을 느낀다.
청소년들이 꽃향기를 마음껏 마시며 자랄 수 있는 환경이라면 '문제아'는 훨씬 줄어들지 않을까.
어린 시절, 본드 대신 꽃향기에 마음을 달래며 올곧게 살아온 내 자신에게
오늘은 꽃선물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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