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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해탈문을 지나면 어떤 깨달음을 얻을까, 관촉사 은진미륵 앞에서

릴리c 2011. 7. 29. 08:30

어머니의 미소를 닮은 진미륵 앞에서 자비를 배우

 

흔히 은진미륵으로 불리는 논산 관촉사 석조미륵 대보살입상(보물 218호)은 어릴 때 교과서

에서 보던 거대한 석불이다. 초등학교 1학년 쯤이었을까, 부모님을 따라 올랐던 관촉사에서 만난

은진미륵은, 작은 꼬마에겐 어마어마하게 크고 조금 무섭다고 느낀 부처님이었다. 그 이후 어른이

돼서 다시 찾으니, 그때에 비해 크기에서 오는 위압감은 덜했지만, 어릴 때는 몰랐던 어머니의 미소

같은 자비로움이 온 천지를 포근히 감싸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절로 편안해짐을 느꼈다.

반야산 기슭에 자리잡은 관촉사는 논산 제1경으로 꼽히는데, 그 중 높이 18m의 석조 미륵 대보살

입상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동양에서도 석조불상으로는 최대규모라고 하니 한 번은 꼭 둘러볼만한

명소다.

 

 

 

반야산 기슭에서 나물을 뜯던 여인이 어디선가 아기 우는 소리가 들려 그 곳으로 가보니 커다란 바위가

솟아 있어 집으로 돌아와 이를 가족들에게 이야기했다. 사위가 이 사실을 관가에 보고했고 나라의 조정

회의에서 논의한 결과, 하늘에서 불상을 조성하라고 내려보낸 바위라 결론짓고 혜명대사가 석공 등 인부

100여 명을 데리고 37년의 공사 끝에 완성하였다는 얘기는 충남 논산시 관촉사에 얽힌 전설이다.

이는 조선 영조 17년(1743)에 세워진 관촉사 사적비에 쓰여 있는 내용으로, 고려 광종 19년(968)

때의 일이라고 한다.

 

일주문을 지나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관촉사에 다다른다.

깊은 산중에 있는 사찰이 아니어서 다행히 힘들게 오르는 수고는 덜어준다. 

태양이 뜨거운 여름이라면 짙게 드리운 나무 그늘을 고맙게 여기며 계단을 올랐을 터이고,

비 쏟아지는 오후, 빗물에 젖은 돌계단의 운치 또한 남달랐으니 이곳 관촉사는 비와 함께 내 추억

속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계단을 다 오르기 전, 오른 쪽에 난 길로 살짝 접어들면 사찰로 들어가는 계단 맨 위쪽에 석문

하나가 나타난다. 바로 '해탈문(解脫門)'이다. '모든 괴로움과 헛된 생각의 그물을 벗어나 아무

거리낌이 없는 진리의 깨달음을 얻는 문'이라는 뜻을 지닌 석문을 지나 은진미륵과 대웅전이 있는

너른 마당에 이른다. 이 해탈문은 사찰의 중문 역할을 하는것으로 다른 사찰에서는 보기 드문 특이

한 형태라고 하는데, 우둔한 중생인 나로선 이 문이 닳도록 지나다닌다 해도 어떤 깨달음을 얻을지,

참으로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든다.

 

 

 

해탈문을 통과하니 윤장대(輪藏臺)가 먼저 반겨준다.

윤장대란 불교경전을 넣은 책장에 축을 달아 돌릴 수 있게 만든 것으로, 이것을 한 번 돌리면

경전을 읽은 것과 같은 공덕이 있다고는 하나, 이곳에서 윤장대 몇 번 돌리는 것으로 공덕 쌓

겠다는 건 지나친 욕심이 아닐런지...

 

 대웅보전

밖에서 보면 2층이지만 안에서는 통층 구조로 되어 있다.

경내에 있는 미륵전.

관촉사 미륵보살 입상 정면에 있는 팔작지붕의 건물로, 이곳에서 유리를 통해 미륵보살 입상을

보면서 예불을 올릴 수 있도록 하였다.

 

 

미륵 대보살 입상 앞에는 또 하나의 보물인 석등(보물 232호)이 묵직하게 서 있다.

미륵 대보살 입상과 함께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남한에서는 화엄사 각황전 앞의

석등 다음으로 큰 규모를 보여준다고 한다.

석등 사이로 보이는 미륵보살의 얼굴에서 세상을 다 끌어안을 듯한 자비로움의 미소를 읽는다.

 

높이가 18m에 이르는 이 보살 입상의 발 부분은 암반에 직접 조각하였고, 그 위에 허리를 경계로

각각 하나의 돌로 조각하여 연결되어 있다. 몸통에 비해 얼굴과 손이 강조되어 전체적인 균형미는

약간 떨어지지만, 불상 전체에서 강한 에너지가 느껴지는 독특함이 고려시대 초기부터 이 지역을

중심으로 유행하던 불교예술의 특징이라고 한다. 오른 손에 들고 있는 연꽃 한 송이에서도 불상에

못지 않는 자비가 느껴진다.

 

 

 

 

 

 

 

 

 

 

 

은진미륵의 어머니 같은 미소를 뒤로하고 나는 다시 해탈문을 지난다.

내 가정의 안녕과 내 일신의 영화를 기원하는 건 너무나도 이기적인 것이라 생각되어

난 차라리 아무 것도 기구하지 않기로 했다. 그게 바로 욕심이고 집착이려니...

 

 

 

관촉사

위치 : 충남 논산시 관촉동 254

전화 : 041-736-5700~2

논산시청 문화관광과 : 041-730-3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