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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포구에서 찍는 삶의 쉼표-태안 만대항

릴리c 2011. 6. 27. 08:30

만대항에서 갓잡은 자연산 활어가 꽃송이로 환생하는 곳-태안 만대항

 

지난 주말, 어디 조용한 데서 하루 푹 쉬고싶다는 남편을 위해, 몇 달 전 다녀온 지인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하던 태안 만대항 생각이 나서 그곳을 찾았다.

서울(성산대교 기준)에서 출발해 두 시간 남짓 걸려 도착한 만대항.

태안반도 서북쪽 가장 끄트머리에 위치한 이곳은 많이 알려지지 않아 조용했고 무엇보다도

깨끗해서 좋았다.

 

휴가철만 되면 얄팍한 상혼에 마음다치는 일도 없을 이런 호젓한 곳에서 잠시나마 삶의 쉼표를

찍을 수 있다면, 내일을 위한 에너지가 충전되고도 남지 않을까 싶어 소개하려고 한다.

충청남도 태안군 이원면 내리에 소재한 만대항 일대는 솔숲으로 둘러싸여 있어 해수욕은 물론,

산책과 낚시를 즐기기에 그만인 곳이다.

 

 

작은 포구에 줄지어 선 고기잡이 배와 천천히 날으는 갈매기가 늦은 오후의 평화로운 풍경을

만들며 여행객에게 편안한 휴식을 예감케 해준다.

포구에 있는 '태안절경 천삼백리 솔향기 길'이라는 안내판을 보니 이곳이 반도의 땅끝이라는

사실이 실감난다.  

 

 

바다를 바라보며 솔향 그윽한 숲길을 걸을 수 있는 만대항은 '솔향기 길'이 코스별로 설정되어

있어 마음에 드는 구간을 걷기 위해 찾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다음에 다시 가게 되면 한 코스라도

꼭 걸어봐야겠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해풍과 솔향, 새소리를 들으며 걷는 길... 몸과 마음의 구석

구석까지 시원해질 것 같다. 만대항에서 10km 떨어진 곳에 꾸지나무골 해수욕장이 있어, 가족과

함께라면 이곳도 추천. 

아래 사진은 만대항 끝자락에서 시작되는 '솔향기 길' 입구.

 

 

 

통발 속에 미끼를 달아 바다에 넣어두면 우럭, 도다리, 놀래미 같은 자연산 횟감이 잡히기도 하지만,

갯바위에서 낚싯대를 드리우며 느끼는 '손맛'은 강태공만이 누릴 수 있는 희열일 것이다.

나야 원래 낚시를 좋아하지 않으니 '손맛'을 느껴볼 수는 없지만, 기쁨 넘치는 그들의 표정만 봐도

얼마나 신나하는지 충분히 알 수 있다.

 

 

만대항 포구에서 바라본 바다...물이 차면 작은 섬으로 변하는 예쁜 바위.

다음에 가면 바위의 이름을 꼭 알아봐야겠다.

 

 

낚싯대 드리우고 세월이나 낚아볼까~~ 갯바위에 서 있는 강태공도 풍경의 일부다.

여기서 잡은 우럭, 도다리, 놀래미 등은 만대항의 단 두 곳뿐인 횟집에서 회를 떠주고 매운탕도

준비해 준다고 하니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맛과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낚시 도구는 일부러 준비해 가지 않아도 만대항의 횟집이나 펜션 등에 얘기하면 싼 가격에

대여해준다. '물때'를 잘 맞추면 전복, 소라, 성게, 조개 등을 '어' 모을 수 있다는데

그 '물때'는 1년에 10번 정도밖에 없다는 것. 자세한 '물때' 정보는 아래 '만대수산'이나

'바다마을이야기 펜션'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

여행의 즐거움은 지역에서 나오는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는 것. 만대항 포구에는 횟집이

딱 두 군데다. 그만큼 사람들의 발길이 많지 않아 '때가 덜 묻은' 곳이라는 반증.

'만대수산''운영수산'이 다정하게 서로 마주보고 있는데, 두 집 다 비슷한 분위기여서

크게 고민하지 않고 '만대수산'으로 들어갔다. 전망 좋은 2층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며 식사

할 수 있다.

 

 

 

모듬회(4~5인)를 시켰다(이곳에서는 모두 자연산만 쓴다고 한다).

메인인 회가 나오기 전 곁들이 음식이 한상 가득 차려진다.

즉석에서 구워낸 부침개가 바사삭~ 입안에서 살살 녹고, 육질 부드러운 쭈꾸미 숙회가 식욕을 자극한다.

그러나 조심할 것은, 곁들이로 나오는 음식을 죄다 먹었다간 정작 메인인 회의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할

지도 모르니 적당히 구미를 돋우는 정도로 먹어둘 것. 

 

 

 

 

 

소라와 해삼, 산낙지까지 등장하니 바다가 통째로 상 위에 오른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성게알도 나왔으나, 아뿔싸~ 먹는 데 급해 사진 찍는 걸 그만 깜빡하고 말았다!

더 시킬까 하다가 상다리 휘어지도록 등장하는 음식을 다 먹어야겠기에 일단 패스~.

 

 

 

멍게, 해삼, 가리비, 게불, 대하, 또 뭐더라? 아무튼 골고루 나온 걸 다 맛보느라 정신없었던...

아, 한가지 먹지 않은 게 있다. 피조개에는 차마 젓가락이 가지 않더라는~ 이거, 일본인들은

무척 좋아한다던데... 핏물을 제거하고 다른 방법으로 등장했다면 먹었을지도 모르겠다.

 

드뎌~~~ 오늘의 주인공 님이 등장하셨습니다~!!

어라~~ 자연산 활어가 꽃으로 환생했나~ 장미 두 송이가 화려하게 피어났다.

꽃으로 피어난 회는 처음 본다ㅎㅎㅎ

우럭, 도다리, 농어로 이뤄진 모듬회, 쫄깃한 식감이 눈으로도 확인되는 순간이다.

자, 이제 슬슬 시작해 볼까~^^*

 

 

역시~~~!!

쫄깃하고 달달~한 식감이 입안을 녹인다는 표현은 이럴 때 써야할 것 같다.

초고추장을 살짝 찍어(원래 회를 제대로 즐기는 사람은 와사비 간장을 찍는다지만)

한 입에 쏙~~, 서울에서부터 두 시간 여 차를 달려온 피로가 한 입에 가시는 느낌이다.

양이 푸짐해 네 명이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회를 먹은 후 나온 매운탕 역시 '시원한 국물맛'을 잊지 못하겠다.

정신없이 먹느라 매운탕 사진을 또 잊어버렸다~!!

 

 

 

만대수산의 젊은 사장님(양경석 씨)와 기념촬영한 DJ 김광한 씨.

김광한 씨에게 이곳에서 먹은 회맛에 대해 소감을 묻자 "생선회 맛이 달다는 걸 처음 알았다"

짧게 대답. 평소 회를 즐기는 편이 아니었다는 그가 '단맛'을 느꼈다는 대답에서, 만대항의 자존

심을 지킨다는 맛집으로서의 '만대수산'을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삼동어촌게 수산물 직판장'인 이곳에서 수산물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도 있다고.

 

 

이번엔 1박만 하고 돌아왔지만, 다음엔 '물때'를 잘 맞춰 좀 더 긴 시간 여유롭게 다녀오고싶다.

전복과 소라, 멍게, 다시마를 내 손으로 직접 잡는 '갯벌체험'을 꼭 해보고 싶다.

이번에 <바다마을이야기 펜션>과 만대항에서의 짧은 휴식으로도 '삶의 쉼표'를 콕 찍은 느낌이다.

다음에 다시 갈 날을 기다리며......

 

http://ww.만대수산.com에 들어가면 '물때' 등의 정보가 있습니다.

주소:충청남도 태안군 이원면 내리 41-7 만대항

전화:041-675-0108 / 017-805-83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