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요리

제주맛집/이중섭도 즐겨먹었던 제주 토속음식 겡이죽과 보말국

릴리c 2012. 6. 20. 08:30

[제주맛집]해녀들의 보양식이던 겡이죽, 이젠 도시인들의 입맛 사로잡아

 

이죽보말국... 들어보셨어요?

이름만 들어선 도대체 무슨 음식인지, 무엇으로 만든 것인지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겡이가 뭐야? 보말은 또 뭐지???

이런 게 있다는 것 조차 제주도에서 처음 들었으니까요.

제주도에 사는 친구가 '안 먹으면 후회한다'며 강력추천해준 음식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번 먹어본 이후론 자꾸만 생각나는 겁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다시 제주도를 방문하기 전엔... 맛을 볼 데가... 없습니다.

겡이죽과 보말국을 먹은 제주 토속음식점 이름은 <태흥2리 어촌관리 공동체음식점>.

식당 이름치곤 매우 이색적이죠?

그 설명은... 맨 마지막에 쓰겠습니다^^

 

겡이는 제주 방언으로 '게'라는 뜻이고('깅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네요.),

보말'소라'를 말합니다.

일단 겡이죽부터 보실까요?

 

 

를 갈아서 만든 겡이죽, 한마디로 '바다를 통째로 맛보는' 느낌이었습니다.

바다향기가 찐~~하게 풍겨나오는 죽을 한 입 먹어보니 게를 통째 갈아넣어서인지

게의 맛이 고스란히 느껴지고 고소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죽에 대한 이미지가 완전히 바뀐 계기를 겡이죽이 만들어줬어요.

겡이죽 먹고 하루종일 속이 얼마나 든든하던지...

 

그럼 겡이죽, 어떻게 만드는지 한 번 볼까요?

바다에서 잡은 겡이를 민물에 담가 해감시킨 후 절구에 빻는다고 해요.

그 다음 물에 서너 번 내리는데 이 물이 겡이즙이 되는 거죠.

이 물에 불린 쌀을 넣고 잘 저어주면서 끓여내면 겡이죽이 완성됩니다.

겡이는 뼈에도 좋고 관절염, 신경통, 허약체질에 좋다고 알려져 있는데,

특히 다리 아픈 데 효과가 많다고 해서 해녀들이 즐겨 먹던 보양식이었답니다.

여성, 특히 갱년기 여성에게 아주~~ 좋은 음식 같네요~

 

 

욘석이 바로 겡이입니다.

해녀들이 바다에서 건져올린 것이죠, 자연산~

 

 

 

그런데 이 자그마한... 어디서 본 듯한 인물(?)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이중섭 화가의 그림 속에서 기어나온 게 같네요~^^

 

천재화가 이중섭은 6.25 당시 제주도로 피난해 지냈습니다.

먹을 것도 변변치 못할 만큼 가난했던 그는 날마다 서귀포 앞바다에 나가 겡이를 잡아다

죽을 끓여 먹었다고 해요.

그의 그림에 유난히 게가 많이 등장하는 것은, 그 당시 게를 너무 많이 잡아 먹은 탓에

게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속죄하는 의미로 그렸다는, 믿거나 말거나 한 얘기가 전해집니다.

아래 이미지는 화가 이중섭의 그림입니다.

 

 

 

주문한 죽이 나오기 전, 얇게 부친 쑥 빈대떡이 먼저 나왔어요.

쑥 향이 은은하게 풍기며 식욕을 자극합니다.

 

 

이것은 말국입니다.

소라를 넣고 된장을 풀어서 끓인 미역국인 셈이지요.

이것 역시 바다에서 잡은 자연산 소라를 일일이 수작업으로 손질해 미역과 함께 끓여내니,

'바다가 통째'인 것은 겡이죽과 마찬가지네요.

여기에 성게까지 넣었으니... 우와~ 시원하고 향긋한 그 맛에 완전 반하고 말았답니다.

된장을 넣었으니 구수함까지~~.

난 겡이죽을 주문했기 때문에 친구가 시킨 걸 조금 얻어먹었는데, 다음엔 보말국 한 그릇

다 먹고 말겁니다~!!

요 아래 사진이 바로 보말입니다.

 

 

 

 

밑반찬으로 나온 자리돔젓인데 제주도 특산물인 자리돔젓은 내가 무척 좋아하는 젓갈입니다.

이것 역시 '밥도둑'이지요~~~^^*

 

 

 

죽 하면 복죽을 빼놓을 수 있나요?

가히 죽의 여왕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고급'죽으로서 만인의 사랑을 받는 음식입니다.

맛 역시... 최고였습니다.

해녀들이 잡은 자연산 전복으로 끓였으니 맛 없는 게 오히려 이상한 거죠.

가격은 겡이죽(6천원), 보말국(6천원)에 비해 다소 비싼 1만원이었지만,

큼직하게 썰어 넣은 자연산 전복이 그득~했으니 이 정도면 대도시에선 최소한 2만원...은

하지 않았을까요?

 

 

 

이 밑반찬... 죽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장아찌였어요.

무를 살짝 말려서 꼬들꼬들해진 것과 삭힌 고추를 간장에 담근 건데 감칠맛이 끝~내주더군요.

정말 맛있었어요. 

 

 

 

다음엔 성게칼국수를 꼭~~ 먹어보고 싶네요.

성게를 무쟈게 좋아하거든요~^^

해산물이 모두 '자연산'임을 말해줍니다.

전복만 '국내산, 자연산'으로 써 있는 걸 보니...아마 양식도 쓰는 모양입니다.

워낙 비싼 것이다 보니... 잡히지 않을 땐 양식이라도 써야겠지요~^^

 

 

태흥2리 어촌관리 공동체 음식점

이게 이 식당의 이름입니다. 

일반 식당과 뭔가 분위기가 다르지요?

 

이곳은 마을 해녀들을 중심으로 요일별 당번을 정해 바닷속 해산물을 채취, 가공, 요리,

판매하여 공동 운영하는 사업장(해산물 판매, 음식 판매, 생활용품 판매)입니.

바다에서 건져올린 해산물이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되는 셈이니 중간유통의 불합리한 구조를

거치지 않아 싼 값에 먹을 수 있는 소비자나 공동체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바람직한 구조라고

볼 수 있지요.

이런 곳이 많아지면 참 좋겠다는 당연~~한 생각을 해봅니다.

자연산 해산물로 만든 이런 음식을 대도시에서 먹는다면 저 가격엔 절대... 불가능하겠죠?

 

맛있는 음식이 많았던 제주도... 그립습니다^^*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남원읍 남태 해안로 509

태흥2리 어촌관리 공동체 음식점  T.064-764-1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