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동양화를 옮겨 놓았을까? 낙안읍성의 오늘
가끔 내가 엉뚱하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타임머신을 타고 먼 옛날로 돌아가 그 당시 사람이 살던 모습이 궁금해서인데,
사극을 보면 되지않느냐고 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사극은 어디까지나 꾸민 드라마라
그다지 실감나지 않는다.
나의 이런 엉뚱한 꿈이 남도여행에서 이루어졌으니...
여수에서 순천만으로 이동해 갈대습지를 본 다음 낙안읍성으로 향했다.
그동안 사진으로 많이 봐왔기 때문에 그저 초가집이 많은 동네에 불과할 거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며 성곽 안으로 들어갔다.
깨끗하게 정비된 중앙로와 양옆으로 늘어선 초가집들이 매우 깔끔해 무심코 '세트'장이라
생각했는데...
몇 걸음 옮기고 나서야 이곳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조선시대 마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을 곳곳에서 느껴지는 읍성 안의 인적이 반갑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한 낙안읍성.
성곽 위를 걸어 마을을 내려다보며 걷노라면 내가 지금 과거 속으로 들어와
있다는 착각에 빠져든다.
조선시대의 한 폭 동양화가 현실 세계로 툭 튀어나온 것 같고
사극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초가집 뜰에 널려 있는 빨래에서 사람냄새가 나는 게 여간 반가운 게 아니다.
사극 드라마의 세트장이 아닌 현실 속 과거세상을 바라보는 느낌이어서
마치 내가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기라도 한 듯하다.
낙안읍성 정문.
낙안읍성은...
현존하는 조선시대의 읍성들 가운데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된 곳으로
성 안에는 전통적인 가옥들이 그대로 남아 았을 뿐만 아니라
백성들이 현재진행형으로 살고 있다.
이 읍성은 고려 후기에 왜구의 침입이 있어 조선 태조 6년(1397)에 흙으로 쌓았다가
후에 돌로 다시 쌓아 성의 규모를 넓혔다고 한다.
읍성은 장방형으로 길이는 1,410m에 이른다.
성 안에는 120여 가구의 민가가 있는데 보통 한 가구당 2~3채의 초가집과 마당,
텃밭으로 이뤄져 있다.
현대화 물결에 따라 전통적인 마을의 모습이 변형되고 성의 일부가 점진적으로
붕괴 소실됨에 따라 1983년 사적 제302호로 지정해 종합적인 보존 사업을 시작,
관청터에서는 관아와 객사 주변의담장, 월대, 삼문 등을 발굴 복원하고
성곽과 문루 등을 복원하였다.
주차장에서 내려 읍성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우락부락한 표정의 대장군들이 애교스럽게 인사를 건넨다.
우리 선조들의 유머와 위트가 깃든 장성이 무척 해학적이다.
낙안읍성 성문(정문).
성곽 위를 걸어 마을을 돌아볼 수도 있다.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마을 주변에 흙담을 쌓았다가
후에 여러해에 걸쳐 돌로 다시 쌓은 것이라고 한다.
성곽 성문에 올라 내려다본 읍성 중앙로.
깨끗하게 잘 정비되어 있는 모습에
처음엔 이곳이 영화나 드라마의 세트장으로 착각했다는~^^
정문 위에서 본 성곽길.
이 길을 따라 쭉 걸으면서 마을 전체를 굽어볼 수도 있지만
초가집 골목골목을 걸으며 옛날 사람들의 삶 속을 들여다보고 싶어
다시 내려와 걷는다.
까치밥으로 남겨둔 감이 늦가을 파란 하늘에 걸려 있어
내 눈과 마음까지 청신해지니 이 가을이 다 가는 게 아쉬울 것 없겠다.
조선시대의 저잣거리 쯤 되려나.
마을 한 곳에 모여 있는 식당 간판이 정겹게 맞아준다.
커다란 가마솥 걸린 주막집에 들어가
막걸리 한 사발 쭉~ 들이키고 싶다.
주모에게 농찌거리 하는 뭇 사내들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금방이라도 들려올 것만 같다.
옛날 방식 그대로를 고수하는 대장간.
아궁이에 불이 있는 걸 보니 마을에서 필요한 농기구는
이곳에서 제작하는 모양이다.
목공예 체험을 할 수 있는 공방.
낙안읍성에는 도자기 체험 등 여러가지 체험을 할 수 있는 공방이 있어
아이들과 함께 가면 무척 좋아하고 멋진 추억으로 오래 간직할 것 같다.
돌담 골목을 걷다가 슬쩍 남의 집 담넘어 구경하노라면
어느 새 난 타임머신에 올라 옛날을 여행한다.
열려 있는 사립문 안, 댓돌 위에 놓인 신발의 주인공은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잠에서 깨어나 칭얼대는 아이를 달래고 있을까...
채마밭에서 뜯어온 푸성귀 다듬다가
몰려오는 피곤을 이기지 못해 낮잠 한숨 자러 들어간 걸까...
아님,
한양 갔다 돌아온 낭군님 만나
오랜만에 정담을 나누는 것은 아닐까...
지금 내게 이곳은
현재가 아니라 과거 속 세상이다.
누각에 올랐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성곽을 따라 걸으면
낙안읍성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에 이를 수 있다.
여름에 이곳에 오면 참 좋겠다.
저 넓은 누마루에 큰 대자로 누워 지나는 구름과 바람을 벗삼아
시 한 수 읊어보면 어떨까.
세상에 부러울 게 없겠다.
추수가 끝난 새볏짚으로 지붕을 잇고 있는 모습을 발견~!
초가 이엉잇기가 바로 이것이렸다~!!
낙안읍성은 역시 현재진행형 조선시대 마을임이 분명하다~!
성곽길을 따라 와 이 계단을 오르면 낙안읍성이 시원하게 조망된다.
이마를 맛대고 도란도란 담소하는 듯
초가 마을 풍경이 한없이 정겹고 아름답다.
21세기에 이런 마을이 존재하고
그 안에 사람들이 살고 있는 조선시대 마을 낙안읍성.
280여 동의 초가집과 옛 우리 선조들이 살던 모습 그대로
120세대 230여 주민들이 지금도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세계문화유산에 잠정등재 되었다는 낙안읍성이
머지않아 정식으로 등재될 날을 기대한다.
참 많은 이야깃거리가 담겨 있을 것 같은 낙안읍성.
이곳을 보지 못한 한국인 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에게도 꼭 보여주고 싶은 곳이다.
세계문화유산에 정식으로 등재되기를 빈다.
마을에서 잔치라도 열린 걸까.
햇살 좋은 늦가을 날,
평상에 모여앉아 막걸리 사발을 기울이며 담소를 즐기는 마을 주민들.
행복이 뭐 별거더냐.
사랑하는 이웃과 함께 할 수 있으니 그게 행복이지.
"안녕하세요?"
인적 드문 골목길에서 만난 이웃집 어르신들이
그냥 반갑다.
이유 없이 반갑다.
나를 기쁘게 하는 게 또 있다.
따사로운 가을 햇살을 받아 반짝거리는 호박 덩쿨이 반갑고
한낮인데도 방싯방싯 인사하는 나팔꽃이 기쁘다.
드라마 <대장금>을 촬영했다는 골목과 초가집들.
장금이가 궁궐에 들어가기 전,
이 골목들을 누비고 다녔겠구나~
아주까리 동동을 아시나요?
꽃바구니 옆에 끼고 나물 캐는 아가씨야
아주까리 동백꽃이 제 아무리 고와도
몽매간에 생각나는 내 사랑만 하오리까
아리아리 동동
쓰리쓰리 동동
아리랑 콧노래를 들려나 주소~~
실은 '아리아리 동동~ 쓰리쓰리 동동~'밖에 생각나지 않았지만,
어릴 때 참 많이 듣던 노래다.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는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에도 등장하는 그 아주까리다.
어릴 때 피마자라는 이름으로 부르던 빨간 열매의 이 식물은
마당 있는 집이면 한 두 포기는 꼭 기르곤 했다.
여름날 봉숭아물을 들일 때 잘 빻은 봉숭아 꽃과 잎을 손톱 위에 올리고
아주까리 잎을 뜯어 돌돌 만 뒤 무명실로 질끈 동여매고 한 밤 자고 나면
손톱은 검붉은 색으로 물이 들곤 했다.
아주까리의 용도는 그 뿐만이 아니었다.
열매에서 짜낸 기름은 변비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했다는 사실을
요즘 젊은이들은 알기나 할까?
담장 너머 불쑥 올라와 있는 아주까리를 보니
문득 어린 시절 추억 속으로 여행을 떠나게 되더라~^^*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하고 싶다면
낙안읍성에서 민박을 ~~^^*
마을 중앙에 있는 600년 이상 된 은행나무가 마을을 수호한다고 믿어
매년 추모제와 당제를 지내고 있다.
이 나무 외에도 이곳에는 3백년~5, 6백년 된 노거수(老巨樹)가
32그루나 있는데 그 중 15그루가 기념물로 지정되어
낙안읍성의 역사와 모든 일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다.
낙안읍성의 관아 문루인 낙민루(樂民樓).
팔작지붕을 하고 있는 2층 문루의 형태를 보여준다.
겹처마에 단청을 입혀 화려하게 장식을 했고
문루에는 성문을 여닫는 시간과 비상 상황을 알려주기 위한
북이 올려져 있다.
낙민루 앞에 동헌 출입문이 보인다.
동헌에 들어가 보면 너른 마당에
죄인이 엎드려 태형을 당하는 모습을 재현해 놓았다는데
아쉽게도 들어가보지 못했다.
낙안읍성
주소 : 전남 순천시 낙안면 충민길 30
전화 : 061-749-3347
홈페이지 : http://nagan.or.kr/site/home/in/g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