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스케치

낙엽 날리기

릴리c 2008. 11. 4. 00:39

 

晩秋

 

내가 자주 가는 공원이 있다.

배호의 '안개낀 장충단 공원'으로 더 유명한

장충공원을 난 참 좋아한다.

 

남산에 치맛자락이 있다면

바로 이곳이 아닐까.

 

 

 

 

 

공원 가득한 오래 된 나무들에서

깊은 향이  뿜어져 나오고

심호흡을 하지 않아도 언제나 내 가슴엔

구수한 냄새로 가득찬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냄새던가...

풋풋하던 시절,

나를 사로잡았던 첫사랑의 향기일까...

 

분명

그리움의 냄새임에 틀림없다.

 

 

 

 

 

 

 

 

 

 

 

쌓여가는 낙엽을 치워야하는 아저씨에겐

만추의 여유로움 보다는 바쁜 일과가 있을 뿐...

넓은 공원을 다 쓸기 위해

빗자루는 턱없이 힘겨운 도구다.

기계의 힘으로

시끄러운 굉음을 내며 바람에 날리고

요령좋게 한 곳으로 모은 다음 자루에 담아 옮긴다.

 

긴 빗자루로 하염없이 쓸어모으는 '낙엽 쓸기'를

앞으로는 점점 보기 힘들어질 것 같다.

 

 

(2008년 11월 2일, 장충공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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