晩秋
내가 자주 가는 공원이 있다.
배호의 '안개낀 장충단 공원'으로 더 유명한
장충공원을 난 참 좋아한다.
남산에 치맛자락이 있다면
바로 이곳이 아닐까.
공원 가득한 오래 된 나무들에서
깊은 향이 뿜어져 나오고
심호흡을 하지 않아도 언제나 내 가슴엔
구수한 냄새로 가득찬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냄새던가...
풋풋하던 시절,
나를 사로잡았던 첫사랑의 향기일까...
분명
그리움의 냄새임에 틀림없다.
쌓여가는 낙엽을 치워야하는 아저씨에겐
만추의 여유로움 보다는 바쁜 일과가 있을 뿐...
넓은 공원을 다 쓸기 위해
빗자루는 턱없이 힘겨운 도구다.
기계의 힘으로
시끄러운 굉음을 내며 바람에 날리고
요령좋게 한 곳으로 모은 다음 자루에 담아 옮긴다.
긴 빗자루로 하염없이 쓸어모으는 '낙엽 쓸기'를
앞으로는 점점 보기 힘들어질 것 같다.
(2008년 11월 2일, 장충공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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