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촬영 기법

[스크랩] [여행사진 노하우] 007. 사진은 뺄셈이다.

릴리c 2009. 8. 4. 22:44

사진은 뺄셈이다.

사진의 초자와 고수의 차이는 간단하다. 이 세상의 수많은 피사체들, 셔터를 누를때 얼마만큼 빼고 찍었는가를 보면 된다. 즉 단순화를 얼마만큼 잘 했는가를 보면 된다는 말이다. 홍수같은 사진속에서 '사진 좋다', '마음이 오래 머문다', '아름답다' 등의 느낌은 단순한 사진일수록  빨리 파악된다. 또 수많은 사진중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단번에 끌 수 있는 기본요건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그 단순함이 별 볼일 없는 이미지로 채우라는 말은 아니다. 피사체 하나 하나가 의미를 갖고 있고,사진을 읽는 사람이 숨어있는 코드를 읽어낼 수 있다면 정말 좋은 사진이다.

 

(튀니지 마트마타 베르베르족 거주지, 2006.4)

 

1. 사진은 뺄셈이다.

사진을 처음 배우던 시절. 욕심이 어찌나 많았던지 자꾸만 뒤로 물러나 파인더속에 보이는 모든것을 넣고 찍었다. 그러나 막상 이런 사진을 인화해보면, 금세 실증이 나고 스스로 한심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지금도 사진의 세계에 입문하는 많은 사람들이 화면 가득 넣고 셔터를 누른다. 웬지 눈에 보이는 것은 다 넣어야 한다는 생각이 드나보다. 이건 욕심이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라도 빼는 연습을 해 보자. 이 빼기 연습에서 가장 효과적인 것이 '가까이 다가가기'다.  그러면 눈 앞에 펼쳐지는 복잡한 상황이 단순하게 정리된다. 이렇게 파인더 상에 보이는 사물을 하나씩 빼나가보자. 핵심이 되는 주요 피사체만 남기고. 

 

(울산 강동해안, 2009.7)

 

2. 의미를 가지는 피사체로 단순화하기

사진이 아무리 뺄셈이라도 무의미한 피사체로 화면을 구성해서는 안된다. 가까이 다가가 단순하게 구성하되, 의미가 크고 깊은 피사체로 단순화 하라는 말이다. 그러면 사진을 보는 사람들은 자신의 코드와 사진속에 숨어있는 코드를 동조시켜 다양한 해석을 한다. 찍은이의 생각이나 철학이 그대로 읽혀지지 않아도 좋다. 무한한 상상의 토대를 마련해주라는 말이다.

 

(카트만두 덜발 광장, 2007.8)

 

해지는 카드만두 덜발 광장 한켠. 초라한 노점을 차려놓고 정작 주인은 단잠에 빠져있다. 붉디 붉은 꽃무뉘 바지에 맨발을 그대로 드러내놓고. 몇 무더기 야채와 고추 몇개, 과도 하나. 순간 이 장면을 보고, "칼로 발등을 찍어 버리고 싶다"던 오래된 친구 생각이 났다. 막일을 하던 그 친구, 삶이 얼마나 고단했으면 칼로 자신의 발등을 찍어버릴 작정을 했을까. 내 눈에는 저 칼이 과일을 자르기 위함이 아닌, 삶의 무기력을 일순간에 잘라버리기 위한 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람이 분다. 그래도 살아야겠다"라고 노래한 발레리의 시가 아니더라도.

 

3. 단순화했을때 마음이 더 잘 담긴다.

궂이 '좋은 사진'을 꼽으라고 한다면 '내 마음이 담긴' 사진이리라. 현장에서 단순하게 구성할때 내 아음이 훨씬 더 잘 담긴다. 2008년 6월 지중해 중부 크루즈 여행을 하였다. 여행 10일이 지난 어느날, 베네치아에서 아드리아해를 건너 크로아티아 두브로니크로 갔다. 그리 오랜 여행은 아니였지만, 괜히 외롭고 쓸쓸해졌다. 고색찬란한 문화유산도, 이국적인 사람들의 모습도 내 카메라를 움직이지 못했다.

 

 (2008.6,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내 마음을 움직인 것은  아드리아해의 푸른 바다와 절벽위에 핀 야생화였다.  난 단지 바다와 이름모를 꽃, 바람, 후두둑 떨어지는 비만 담았을 뿐 다른 모든 것은 버렸다. 주변에 존재하던 멋진 요트, 웅장한 성벽, 건너편의 아름다운 섬, 해수욕을 하던 연인들 모두 빼버렸다. 이렇게 많은 것을 빼버리고, 흔들리는 꽃과 바다에 내 마음을 담았던 것이다.

출처 : 여행블로거기자단
글쓴이 : 지다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