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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관곡지-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릴리c 2010. 7. 29. 23:49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 서정주
 
  섭섭하게 
그러나 아주 섭섭지는 말고
좀 섭섭한 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이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엇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이 아니라
  한두 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효녀 심청이 금방이라도 걸어 나올 것만 같은...
고운 자태에 한동안 넋을 잃다...
 
 

 

나는

유독 진흙에서 나왔으나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맑고 출렁이는 물에 씻겼으나 요염하지 않고,

속은 비었고 밖은 곧으며,

덩굴을 뻗지 않고 가지를 치지 아니하며,

향기는 멀수록 더욱 맑고,

꼿꼿하고 깨끗이 서 있어 멀리서 바라볼 수는 있으나

함부로 가지고 놀 수 없는

연꽃을 사랑한다.

 

-주돈이 ‘애련설(愛蓮說)’

 

주돈이 周敦 [1017~1073]

중국 북송(北宋) 사상가. 자는 무숙(茂叔).호 염계(濂溪).  

수필 《애련설(愛蓮說)》에는 그의 고아한 인품과

연(蓮)에 대한 예찬이 담겨있다.

 

 

 

 

내가 돌이 되면,

돌은 연꽃이 되고 연꽃은 호수가 되고,

내가 호수가 되면,

호수는 연꽃이 되고 연꽃은 돌이 되고…

 

-서정주 ‘내가 돌이 되면’  

 

 

 

...... 엇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이 아니라
  한두 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반갑다~ 청개구리야~! 

운이 좋으면 이렇게 이쁜 청개구리도 만난다.

엄지 손톱보다 조금 큰데

숨쉴 때마다 등뼈가 움직이는 게 보일 정도로 연약해 보이지만

자연이 살아 있음을 보는 거 같아 반갑다.

 

 

더러운 곳에 뿌리 내리고 있지만 항상 맑은 본성을 간직하고 피는 연꽃...

우리가 간직해야 할 마음가짐이 아닐까...

 

 

연꽃을 만나러 가는 날은

숨겨진 하트를 찾아내는 게 또 하나의 재미다.

사실 이번 관곡지에서는 만나지 못했다.

이 사진은 재작년, 처음 관곡지를 찾았을 때 우연히,

아주 우연히 발견한 보물(!!!) 같은 하트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나만의 보물은 아니었다는~~^^*

 

연꽃은 사람만 좋아하는 게 아닌 모양이다.

아침엔 꿀벌이 날아들고

낮이면 모시적삼을 걸친 잠자리가 쉬어간다.

'잠자리 날개 같은 세모시'라는 말이 왜 생겼는지 알 것 같다.

연꽃봉오리에 햇살 받아 그림자 진 잠자리 날개를 보면...

(이 사진 역시 작년인가, 봉원사에 갔을 때 찍은 것)

 

 

잠깐~!

올여름 더위가 무지하게 걱정되시는 분들~

그 더위 속에 이미 가을의 그림자도 있음을 살짝 알려드리겠습니다.

아래 해바라기 사진들을 보시면~ㅎㅎ

연꽃과 함께 관곡지 해바라기도 봐주세효~^^* 

 

 

 

 

 

연꽃 만나고 가는 길에

'민물고기를 싫어하는 사람도 먹어보면 반한다'는

메기찜 집으로 갔습니다.

 

꺄~~!

바로 이게 그 유명한 '메기찜'입니다.

얼핏 보면 찌게 같지만, 자작한 국물에 시레기, 민물새우 등이 들어가

얼마나 시원하고 구수하던지요~~

大자를 시키니 네 사람이 먹기에 적당하더군요~

 

워낙 유명한 집이라 여기서 따로 소개하지는 않겠습니다.

평일인데도 기다렸다가 시켜 먹을 정도였으니까요~

암튼 맛, Goooood이었습니다^^*

 

 

식당 입구에 걸린 보름달입니다~^^*

사랑하는 연인이 달을 따달라고 조르거든

이 집에 가서 시도해 보세효~ㅎㅎㅎ

 

좀 부지런한 사람이라면

연꽃 만나기 위해 이른 아침에 나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해뜰 무렵, 살포시 꽃잎을 열 때의 모습,

아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런지...

그날 난,

서산으로 해가 넘어가는 시간 쯤 관곡지에 갔습니다.

사양(斜陽)을 받은 연꽃을 보기 위해서였습니다...만...

아쉽게도 꽃들은 모두 입술을 닫은 채였지요.

해서,

활짝 핀 연꽃 대신 다시 봉오리가 된 연만 바라보다 왔답니다.

어쩌다 만개한 연꽃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지기 직전의 연꽃이었습니다.

사실은, 지는 모습의 연꽃에서 난 더 많은 것을 찾습니다......

 

2010. 7. 관곡지를 다녀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