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두 철 전
나는
유독 진흙에서 나왔으나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맑고 출렁이는 물에 씻겼으나 요염하지 않고,
속은 비었고 밖은 곧으며,
덩굴을 뻗지 않고 가지를 치지 아니하며,
향기는 멀수록 더욱 맑고,
꼿꼿하고 깨끗이 서 있어 멀리서 바라볼 수는 있으나
함부로 가지고 놀 수 없는
연꽃을 사랑한다.
-주돈이 ‘애련설(愛蓮說)’
주돈이 周敦頤 [1017~1073]
중국 북송(北宋) 사상가. 자는 무숙(茂叔).호 염계(濂溪).
수필 《애련설(愛蓮說)》에는 그의 고아한 인품과
연(蓮)에 대한 예찬이 담겨있다.
내가 돌이 되면,
돌은 연꽃이 되고 연꽃은 호수가 되고,
내가 호수가 되면,
호수는 연꽃이 되고 연꽃은 돌이 되고…
-서정주 ‘내가 돌이 되면’
...... 엇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이 아니라
한두 철 전
반갑다~ 청개구리야~!
운이 좋으면 이렇게 이쁜 청개구리도 만난다.
엄지 손톱보다 조금 큰데
숨쉴 때마다 등뼈가 움직이는 게 보일 정도로 연약해 보이지만
자연이 살아 있음을 보는 거 같아 반갑다.
더러운 곳에 뿌리 내리고 있지만 항상 맑은 본성을 간직하고 피는 연꽃...
우리가 간직해야 할 마음가짐이 아닐까...
연꽃을 만나러 가는 날은
숨겨진 하트를 찾아내는 게 또 하나의 재미다.
사실 이번 관곡지에서는 만나지 못했다.
이 사진은 재작년, 처음 관곡지를 찾았을 때 우연히,
아주 우연히 발견한 보물(!!!) 같은 하트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나만의 보물은 아니었다는~~^^*
연꽃은 사람만 좋아하는 게 아닌 모양이다.
아침엔 꿀벌이 날아들고
낮이면 모시적삼을 걸친 잠자리가 쉬어간다.
'잠자리 날개 같은 세모시'라는 말이 왜 생겼는지 알 것 같다.
연꽃봉오리에 햇살 받아 그림자 진 잠자리 날개를 보면...
(이 사진 역시 작년인가, 봉원사에 갔을 때 찍은 것)
잠깐~!
올여름 더위가 무지하게 걱정되시는 분들~
그 더위 속에 이미 가을의 그림자도 있음을 살짝 알려드리겠습니다.
아래 해바라기 사진들을 보시면~ㅎㅎ
연꽃과 함께 관곡지 해바라기도 봐주세효~^^*
연꽃 만나고 가는 길에
'민물고기를 싫어하는 사람도 먹어보면 반한다'는
메기찜 집으로 갔습니다.
꺄~~!
바로 이게 그 유명한 '메기찜'입니다.
얼핏 보면 찌게 같지만, 자작한 국물에 시레기, 민물새우 등이 들어가
얼마나 시원하고 구수하던지요~~
大자를 시키니 네 사람이 먹기에 적당하더군요~
워낙 유명한 집이라 여기서 따로 소개하지는 않겠습니다.
평일인데도 기다렸다가 시켜 먹을 정도였으니까요~
암튼 맛, Goooood이었습니다^^*
식당 입구에 걸린 보름달입니다~^^*
사랑하는 연인이 달을 따달라고 조르거든
이 집에 가서 시도해 보세효~ㅎㅎㅎ
좀 부지런한 사람이라면
연꽃 만나기 위해 이른 아침에 나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해뜰 무렵, 살포시 꽃잎을 열 때의 모습,
아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런지...
그날 난,
서산으로 해가 넘어가는 시간 쯤 관곡지에 갔습니다.
사양(斜陽)을 받은 연꽃을 보기 위해서였습니다...만...
아쉽게도 꽃들은 모두 입술을 닫은 채였지요.
해서,
활짝 핀 연꽃 대신 다시 봉오리가 된 연만 바라보다 왔답니다.
어쩌다 만개한 연꽃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지기 직전의 연꽃이었습니다.
사실은, 지는 모습의 연꽃에서 난 더 많은 것을 찾습니다......
2010. 7. 관곡지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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