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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목마을에 지지 않는 명소, 당진 필경사

릴리c 2010. 8. 5. 18:19

당진의 볼거리, 이곳을 놓치지 마세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사람치고

 당진 왜목마을을 다녀오지 않은 사람은 아마 드물 것이다.

일몰일출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 장점과 

름답게 펼쳐지는 고운 백사장을 산책하는 호젓함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곳이니까.

 

그러나 이곳 말고도 꼭 추천하고 싶은 곳이 있다.

필경사(筆耕舍).

필경사라는 이름만 듣고 혹시라도 '사찰인가?' 하는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충남 당진군  송악면 부곡리 251-12에 위치한 필경사

민족의식이 강했던 심훈 선생이 이곳에서 <상록수>를 집필하며 말년을 보낸 곳이다.

 

당진군에서는 1995년에 필경사내 상록수 문학관을 건립하여

심훈 선생의 발자취를 보존하고 문학정신을 계승발전 시켜 나가고 있다.

   

일제 강점기에 소설가, 저항 시인이었던 심훈 선생은 3. 1운동을 하다 옥고를 치렀고

이후 중국으로 유학을 떠났다가 귀국한 후 극문회를 조직하여 영화일도 했는데 

<장한몽>에서는 이수일 역을 직접 맡기도 하고

<먼동이 틀 때>는 스스로 제작과 감독까지 맡아 민족의식을 고취시키기도 했다. 

 

그는 민족의식과 계급적 저항의식을 지닌 소설가이자 시인, 영화인으로

이 곳에서 1935년 농촌 계몽소설의 대표작이랄 수 있는 <상록수>를 썼다.

그는 사실주의에 근거한 농민문학의 장르를 여는데 크게 공헌한 작가이다.

 

 

필경사를 들어서면 농촌계몽의 상징인 상록수와

심훈 선생이 앉았던 의자가 철제로 만들어져 뜰을 지키고 있다.  

상록수 뒷면 지지대에는 '그날, 쇠가 흙으로 돌아가기 전에 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어 보는 이의 마음을 애달프게 만든다.

 

 

평소 좋아하던 파이프 담배를 입에 물고 저 의자에 앉아

하염없이 깊은 생각에 빠졌을 심훈 선생을 그려 본다.

'내가 화가가 된다면 편아드리처럼 고리 삭고

밀레처럼 유한한 그림은 마음이 간지러워서 못 그리겠소

뭉툭하고 굵다란 선이 살아서 구름속 용같이 꿈틀거리는

반고흐의 필력을 빌어 나와 내친구의 얼굴을 그리고 싶소'

 심훈 선생의 얼굴이 조각된 부조물 뒷면에는

<생명의 한토막>의 일부 구절이 새겨져 있다.

 

 

 

이 집은 심훈(沈熏 1901~1936) 선생이 1932년에 서울에서 내려와 작품활동을 하던 곳으로

1934년에 직접 설계하여 짓고, <필경사(筆耕舍)>라 이름 붙였다고 한다.

필경사란 이름은 1930년 “그날이 오면”이란 제목으로 시집을 내려다 일제의 검열에 걸려 내지 못했는데,

그 시집 원고 중에 있는 ‘필경’이란 시의 제목에서 딴 것이라고 한다.

 

낮은 자연석 기단 위에 다듬지 않은 주춧돌을 놓고 네모기둥을 세웠는데

측면 중앙 기둥을 중심으로 앞뒤로 나누어 공간을 구성한 것이 특이하다.

정면 5칸, 측면 2칸 규모의 비교적 큰 규모를 지어졌다.

 

 

단아한 초가집 필경사는 심훈 선생이 돌아가신 후 한 때 교회로 사용되기도 하였으나

그의 장조카인 고 심재영 옹이 되사들여서 관리하다가 당진군에 희사하여

지금의 초가 목조집으로 보수하여 그 옆에 새로 건축한 상록수문학관과 함께 당진군이 관리하고 있다. 

내가 이곳에 갔을 때는 오후 6시가 넘은 시각이어서 

필경사와 문화관 모두 문이 닫혀 있는 바람에 내부는 볼 수 없었다.

 

전면에 살짝 걸친 난간이 매우 낭만적이란 생각이 든다.(아래 사진)

선생은 여기에 작은 화분을 올려놓고 피고지는 꽃을 바라보며

글을 쓰다가 지친 심신의 피로를 풀기라도 했던 건 아닐까...

 

 

필경사와 나란히 남쪽을 향해 있는 선생의 묘소.

36세의 안타까운 나이에 시련과 고통으로 가득했던 파란 만장한 생애를 마감했다.

 

그 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며는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주기만 하량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같이 

종로의 인경[人定]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그날이 와서 오오 그날이 와서

육조(六曹) 앞 넓은 길을 울며 뛰고 뒹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둘쳐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문학관 전면에 “그날이 오면”이라는 시비가 있다.

 

 

상록수 문학관 전경 

 

당진 필경사

충남 지정문화제 제107호

소재지: 당진군 송악면 부곡리

상세문의 : 충청남도 당진군 문화체육과 041-350-3122~3

 

 

일출과 일몰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는데 왜목마을이 바로 그런 곳이다.

낮시간에 이곳을 찾은 나는 일출도 일몰도 볼 수 없었지만

아름답게 펼쳐진 바다와 섬들은 일출일몰 못지않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눈이라도 마주칠 듯 낮게 날으는 갈매기의 비행을 보는 것도

바닷가를 찾은 즐거움의 하나일 것이다.

 

 

 

  

 

 

 

 

서해대교의 아름다운 모습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곳에 앉아 갈매기 소리를 듣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해가 뜨고 지는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다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울 것인가...

 

 (2010년 6월 말 찍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