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등급 한우, 도대체 이 가격이 말이 돼?
믿고 먹을 만한 먹거리가 없다는 요즘,
입에 착 달라붙는 한우 고기를 먹고 싶어도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세상이다.
저마다 '한우'입네, 주장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확인할 방법이 없다.
그러니 믿을 만한 집에서 믿고 먹는 수 밖에.
그런데 정말 '진짜 한우'만을 쓰는 고깃집을 발견했다.
마장동 먹자거리의 토종한우 몽실이네가 바로 그곳.
원래 마장동이야 축산물 시장으로 소문나 있는 곳이어서
그 동네에 가면 믿을수 있으려니 생각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게 식도락가들의 판단이다.
일단 맛을 확인하기 위해 몽실이네를 방문했다.
마침 구제역이 전국으로 퍼지고 있는 상황이라
평소 고기를 즐기는 매니아조차 고기 먹기를 꺼리는 요즘인데도
몽실이네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일단 '암소 한마리(600g 42,000원)를 주문했다.
치마살, 갈비살, 채끝, 제비추리, 안심, 차돌박이 등 맛있다고 소문난 부위가
총 망라되어 있다.
우선 좋아하는 차돌박이 먼저 굽는다.
잠깐~ 불판이 달궈지면 고기와 함께 나온 기름덩어리를
불판에 살살 문질러 기름이 배도록 해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고기가 들러붙어 떼기가 나쁘기 때문.
고기가 익는다 싶으면 얼른 한 번 뒤집어 살짝 굽는다.
차돌박이는 얇게 저며서 나오기 때문에 오랜 시간 구울 필요가 없다.
상차림(밑반찬, 야채 등, 1인분에 3000원)에 딸려 나온 양파와 함께
입에 집어 넣는다.
달달하다 싶을 정도로 입안에 착 감기는 고소한 그 맛~!!!
바로 이맛이야~~!!
다음은 업진살~
업드리면 배가 땅에 닿는 부분이 바로 업진살이다.
마블링이 적당해 씹는 맛이 그만이다.
고기는 양파와 함께 먹으면 절대 느끼하지 않는 신비한 채소다.
몸안의 콜레스테롤도 줄여준다니 고기 먹을 땐 평소보다 많이 먹게 된다.
제비추리와 갈비살.
이 부위 역시 소 한 마리 잡아도 양이 많지 않아 손님이 많을 때는 다른 부위로 대체한다고 한다.
한꺼번에 여러 가지를 맛보다 보니 부위별 명칭을 잊어버리기도 하고 헷갈리기도 한다.
하지만 맛있다는 기억은 생생하다.
뭐, 이름이야 잊으면 어때, 맛있으면 그만~!!
네 명이서 암소 한마리를 뚝딱~! 해치우고 나서
다음으로 주문한 것은 '특등심(600g 48,000원)이다.
아무리 봐도 전에 다른 집에서 먹었던 것보다 양이 많아 보인다.
그렇다면... 다른 곳에서 먹은 것은 양을 속였다는 말씀??
하긴, 어떤 사람은 저울을 갖고 다니며 무게를 확인하기도 한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맛집 탐방을 전문으로 하는 블로거 중에 정말로 그런 사람이 있다고 함)
함께 자리한 친구(이 집의 단골이라는)의 말로는
이날의 고기 질이 조금 떨어지는 편이라 했다. 그러나...
큰 덩어리를 반으로 자르더니 불판에 올린다.
한번에 많이 익히는 것 보다 조금씩 익혀먹어야 육즙이 살아 있는
제대로 된 맛을 볼 수 있다는 것.
적당히 익은 고기를 한 점 입에 넣었다.
약간 질이 떨어진다는 친구의 말에 비해 맛이 좋았다.
단맛이 느껴질 정도로 입안에 감칠맛이 돌았고 육질도 부드러웠다.
이만한 가격에 그정도 맛이라면 높은 점수를 주어도 좋을 듯.
리필 되는 야채들. 초간장에 담근 양파 장아찌가 고기를 한없이 먹게 만든다.
이만하면 고기로 배를 채운 셈인데,
일행 중 좀 더 먹기를 원하는 사람이 있어 '육사시미'를 주문했다.
300g에 15,000원.
마치 생선회를 먹는 듯 부드럽게 씹힌다.
하지만 생고기에 익숙치 않은 난 한 점 맛보는 것으로 끝냈다.
생간과 천엽. 이것은 서비스다.
더 달라고 하면 듬뿍 내주는 주인의 인심에 왠지 믿음이 간다.
고기만으로도 배가 불러 더 이상 먹을 수 없었지만
한국 사람은 뭔가 밥을 먹어줘야 마무리가 되는 법.
나는 개운한 냉면을 시켰고 다른 사람들은 한우를 고아 끓인 우거지탕과
갈비탕, 차돌박이를 넣은 된장찌게를 시켜 서로 조금씩 맛을 보았다.
고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식사로 이들 메뉴 중 어떤 것을 골라도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 같다.
식사를 끝내고 밖으로 나오다 발견한
유리창에 붙어 있는 한우 등급 판정 확인서에 1+라는 글자가 선명하다.
어떤 음식을 먹든간에 기분 좋게 먹으면 보약이 따로 없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요즘처럼 먹거리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가운데
믿고 먹을만한 곳이 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한우' 하면 무조건 '비싸서 나 같은 서민은 먹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나에게
가격 착하고 맛있는 이곳 몽실이네는
반갑고 기분 좋은 장소가 되어 앞으로 단골삼아 자주 찾을 것 같다.
여기서 잠깐~
한가지 재미있는 얘기를 소개할까 한다.
우리가 통상 '암소'라 함은 '숫소'에 대비되는 말로 알고 있다.
요즘은 그런 의미로 쓰이는 게 사실이지만,
아주 오래 전에는 어두울 암자를 써서 '暗소'라 했다 한다.
이유는, 임금님에게 진상하는 소고기는
어린 소를 어두운 곳에 가둬놓고 길러 육질이 야들야들한 것만을 썼기 때문이라는 것.
좀 잔인하다 싶은 생각에서였는지 훗날엔 '암소' '숫소'의 개념으로 쓰이게 되었다고 한다.
몽실이네 토종한우
서울시 성동구 마장동 761-8 (먹자골목 뒷길)
Tel : 02)2299-3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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