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동유럽

장인정신 깃든 예술적 간판의 도시 짤츠부르크 게트라이데

릴리c 2011. 7. 11. 08:30

사랑스러운 간판으로 세계인의 시선을 끄는

                                               게트라이데(Getreidegasse)거리

 

오스트리아를 찾는 여행자라면 반드시 빼놓지 않는 곳이 바로 짤츠부르크다.

모차르트와 카라얀이 태어나고 살았던 곳, 유럽을 들썩거리게 하는 '짤츠부르크 음악축제'가

열리는 도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촬영지였던 미라벨 정원이 있는 곳... 그리고 예쁜

간판으로 많은 여행자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게트라이데 골목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하루 종일 관광객으로 넘쳐나고 생동감 가득한 게트라이데는, 오래된 건축물이나 자연환경을

보기 위해 찾아가는 다른 지역과 달리 중세시대부터 내걸었던 철제 수공 간판이 주인공인 곳이다.

게다가 여기서 태어나 어린시절을 여기서 보낸 모차르트의 생가가 있어 더욱 의미 있는 거리다.

노란색 건물인 모차르트 생가 앞에는 사진을 찍거나 안을 들여다 보는 사람들로 항상 붐빈다고 한다.

지금은 모차르트 박물관으로 입장료를 내야 들어갈 수 있는데, 시간이 허락되지 않아 건물 앞에 서서

올려다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게트라이데 거리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다름아닌 간판 때문.

수공예 철제 간판에는 장인정신이 깃들어 있어 예술작품으로서의 가치를 충분히 갖고 있는 듯하다.

글자를 읽지 못하는 사람이 많았던 중세시대에 무슨 가게인지 알리기 위해 가게 앞에 걸어놓기 시작한

철제간판 때문에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곳으로 오래 기억하게 된다.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곳은 쇼핑과 카페가 늘어골목이 모차르트 생가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뻗어 있어서 구경하다가 쉬다가를 반복하며 하루를 즐겁게 보낼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한정된 짧은 시간에 둘러보느라 게트라이데 골목의 절반 밖에 보지 못했다.

 

상호와 문양이 새겨진 간판은 저마다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어 보기만 해도 무엇을 파는 곳인지 알 수 있다.

이곳의 분위기에 맞춰 현대에 등장한 맥도널드 역시 'M'자 로고를 간판으로 내걸었다.

어지럽게 덕지덕지 매달거나 붙여 건물 미관을 심하게  해치는 우리나라 간판을 떠올리면 미적 감각이 그들과

너무나도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그나마 요즘은 많이 달라지고 있어서 다행이지만).

 

이 간판들 중엔 200년이 넘은 것도 있으며, 요즘 새로 등장하는 간판 역시 이곳 분위기에 맞춰

철제간판을 매달아 놓는다. 수공간판만 전문적으로 수리하는 사람도 있으며, 간판 만드는 사람은

인간문화재로서 장인의 의미를 담은 마이스터라 부른다.

 

 

게트라이데 거리의 가장 중심에 있는 모차르트 생가(중앙의 노란색 건물).

모차르트는 1756년 1월 27일 게트라이데 9번지 4층에서 태어나 7세까지 어린 시절을 보냈는데

지금은 그가 사용하던 피아오, 소년시절의 초상화, 동전, 바이올린 교본이 전시되어 있고, 모차르트와

누이(모차르트의 누이도 대단한 음악성을 지녔다고 전해지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음악활동을 펼치지는

못했다고 한다)가 사용하던 악기도 있다.

모차르트 가족이 이 집에 살기 시작한 것은 1747년부터로 4층을 전세내어 살았고, 현재 박물관으로

쓰이는 생가에 들어가기 위해선 6유로의 입장료를 내야 한다.

 

 

 

모차르트 생가 앞에는, 역사적인 인물의 곁을 다녀간다는 감개에 젖어 캠코더와 카메라에 열심히

담고 있는 사람들이 늘 존재한다.

 

 

게트라이데의 한 상점 쇼윈도에서 우리의 색동저고리를 연상케 하는 의상을 발견했다.

이 옷을 디자인한 사람은 아무래도 한국의 색동저고리에서 영감을 얻은 게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결코 넓지 않은 게트라이데 골목이지만, 이곳에서도 수많은 삶의 모습을 만나게 된다.

동양인인 듯한 사람이 바닥에 그림을 그리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어 이 또한 멋진 구경거리가

되고. 길 모퉁이에 붙은 '모차르트 음악회' 포스터와 한켠에서 하프를 연주하는 여인 역시 거리의

풍경을 낭만적으로 만든다. 

 

 

 

게트라이데 골목을 걷다가 살짝 안쪽으로 빠지니 좌판 가득 벌여놓은 쏘시지와 빵이 눈길을 끈다.

야채와 과일, 꽃을 파는 좌판 역시 게트라이데의 뒷골목 풍경으로 오래 기억될 것 같다.

 

 

모차르트 생가 앞의 '모차르트 광장'. 한적해 보이는 이곳도 순식간에 사람들로 가득해질 것이다.

아래 사진↓은 게트라이데 거리 안쪽 뭰히스베르크 절벽을 뚫어 지은 궁정의 마굿간을 개조한

축제극장.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폰 트랩 대령 일가가 이곳 무대에서 '에델바이스'를 부르고 뒷문을

통해 몰래 빠져나오던 바로 그 극장이다. 모차르트의 탄생을 기념하기 위해 1920년에 시작된

짤츠부르크 음악축제(원래 명칭은 '모차르트 음악제'였음)의 메인 극장으로, 해마다 7, 8월이면

전 세계에서 모여드는 음악팬들로 오스트리아 뿐 아니라 유럽 전체를 들썩거리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곳.

이 축제에는 빈 필, 베를린 필 등 세계의 정상급 오케스트라가 이 무대에서 공연을 하는데, 이 시기에

오스트리아를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그들의 공연을 현지에서 들어보는 것은 어떨지. 영원히 잊지 못할

감동과 추억을 얻게 될 것이다.

 

 

모차르트 광장은 금새 사람들로 가득찬다.

아래 사진은 신시가지에서 잘자흐 강을 건너 구시가지로 들어서기 전 거리의 상점모습인데

창문과 쇼윈도의 컬러풀한 감각이 마음을 끈다. 오스트리아 국민의 밝고 경쾌한 성품이 이런

데서도 잘 나타나는 것 같다.

 

 

 

잘자흐 강 슈타츠 다리를 중심으로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로 구분된다.

구시가지 쪽에서 바라본 다리 건너편이 신시가지로, 다리 끝의 하얀 건물이 카라얀이 살던 집이다.

헬베르트 폰 카라얀은 짤츠부르크에서 태어나 오스트리아를 빛낸 인물 중 한 명으로 편견없이

인종주의의 벽을 넘은 사람으로도 유명한데, 빈 필하모닉을 이끄는 동안 실력만 있으면 기용했다고 한다.

동양의 이름없는 성악가의 노래를 듣고 "신이 내린 목소리"라는 찬사를 보내자, 전세계의 메이저 언론이

앞다퉈 취재했던 인물이 바로 '조수미'였고 그녀는 일약 세계적인 성악가가 되었다. 그녀 외에 사라 장

역시 카라얀의 사랑과 관심 속에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로 우뚝 서 한국을 빛내고 있다.

카라얀은 빈 필을 이끌고 81년에 내한 공연을 한 적이 있다.

짤츠부루크에는 일년 내내 모차르트와 관련된 오페라가 6~7편, 60차례 이상의 음악회 등이 열린다.

(아래 사진) 카라얀이 살던 집. 

 

 

 

신시가지 쪽에서 바라본 짤츠부르크 구시가지.

게트라이데 거리의 건물들 너머 산 위에 보이는 건물이 게프하르트 대주교가 살았던 호엔 짤츠부르크 성.

잘츠부르크 시내를 360도로 굽어볼 수 있는 곳이라 천혜의 요새 역할을 수행했음직하다.

 

잘자흐 강을 사이에 두고 신시가지 쪽 강변엔 일광욕하는 젊은이들로 가득하다(아래 사진).

해가 조금만 나와도 양산을 받쳐드는 우리나라 여성과 달리 '자외선'을 무서워하지 않는 그들의 '용기'와

'자유로움'이 부럽고도 아름다웠다.

 

 

 

시내 중심을 흐르는 잘자흐 강을 사이에 두고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로 나뉘며, 이 두 곳을 잇는 슈타츠 다리를 건너

동서로 나있는 게트라이데 골목길, 짤츠부르크의 상징 호엔 짤츠부루크 성을 향해 길게 뻗은 쇼핑골목...레스토랑,

노천카페, 꽃가게, 옷집, 보석가게, 15세기에 지어진 구시청, 대성당, 레지덴츠 광장, 대성당, 화랑, 박물관 등이

늘어서 있는 구시가지를 불과 몇 시간만에 수박 겉핧기로 둘러보았으니 지금 생각해도 무엇을 보았는지 아쉬움만

크다.

  

1917년 음악가 협회가 발족되고 모차르트를 기념하기 위해 1920년부터 해마다 7월, 8월이면 '짤츠부룩 음악축제'

(원래는 모짜르트의 음악만 연주하도록 했었다)가 열리고 있는데, 2차대전 중에만 열리지 않다가 1945년 이후 다시

계속되고 있다.

짤츠부르크는 '모차르트로 먹고 사는 도시'라는 가이드의 말처럼 시내 곳곳에서 모차르트 관련 상품을 만난다.

그 중 가장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게 '모차르트 초컬릿 쿠겔'이다. 선물용으로 가장 만만한 것 같아 나도 몇 개

구입했는데, 맛은? 뭐, 너무 달아서 그저 그랬다는 게 나의 솔직한 평이다.

 

여행기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