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는 얼음이 겨울에는 파란 이끼와 고사리가 자라는 밀양 얼음골
입추, 처서가 지났으니 이젠 명실공히 '가을'입니다.
그럼에도 한낮 태양빛이 뜨겁기만 한 것은,
익어가는 알곡과 열매에 자연이 주는 선물을 꼭꼭 눌러담기 위함입니다.
한낮 뜨거운 햇빛이 아직은 여름임을 외치고 있지만,
이렇게 가을은 성큼성큼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답니다.
밀양의 3대 신비 중 하나로 널리 알려진 얼음골(氷谷)을 다녀왔습니다.
얼음골 계곡을 오르다 만난 사과에도, 물장구 치는 계곡물 주위의 밤나무에도
가을은 이미 와 있었어요.
얼음골 계곡의 신비함은 그동안 수많은 학자들이 연구를 해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남아 있는 불가사의라고 합니다.
밀양의 재약산(1,189m) 북쪽 중턱 해발 600~700m의 노천 계곡에 자리하고 있는데
삼복더위에 얼음이 얼고 추운 겨울에 따뜻한 열기가 나와 푸른 식물이 자라는, 정말
신기한 곳입니다.
자, 지금부터 얼음골을 산책하려고 하는데, 저와 함께 걸어보지 않으실래요?
여름 더위가 아직 기승을 부리던 지난 주, 얼음골 계곡을 걸어올라가는 동안은 시원하다 못해
쌀쌀한 기운마저 감돌았습니다. 산책길에는 빨갛게 잘 익은 얼음골사과가 벌써 선을 보였습니다.
맛보기로 잘라준 사과의 달고 상큼한 맛에, '오호라~! 이게 바로 그 유명한 얼음골 사과로구나~!'
금새 입안은 물론 기분까지 업되더군요. '얼음골 사과'는 다른 지역의 사과에 비해 당도가 훨~씬
높다는 것, 그래서 가격도 훨~씬 비싼데도 '없어서 못 파는' 과일이라는 것, 다 아실 겁니다.
계곡 주변의 송글송글 익어가는 밤나무에도 가을은 내려와 있었습니다.
이곳의 물은 너무 차서 발을 담그고 2분을 견디기가 힘들다던데, 계곡물에서 물장구치는 사람들은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얼음골 주차장에 이런 안내판이 있습니다.
'얼음골 온도 4도'. 주차장의 온도는 나와 있지 않지만 현재온도를 말해주니 아마 30도 쯤 되었을
겁니다. 비는 내렸지만 무척 더운 날이었거든요.
점퍼를 준비했으니 영상 4도라 해도 그리 겁나진 않네요. 오히려 기대 만땅입니당!!ㅎㅎ
본격적으로 산책로로 접어들었습니다. 계곡물은 모두 얼음골에서 내려오는 찬 물로, 발만
담그고 있어도 순식간에 땀이 잦아들 것 같네요.
산책로로 접어들자마자 시원~~~한 공기가 온몸을 휘감습니다. 집에 있는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 냉기가 확~~ 쏟아져 나올 때의 느낌은 다 아시죠? 바로 그 느낌입니다.
숲의 향기를 온몸으로 느끼며 걸어올라갑니다. 기분, 넘흐넘흐 좋아요~!!
오르는 중간에 이렇게 맑은 샘이 있고 목마른 이를 위해 바가지가 준비되어 있어요.
퐁퐁퐁퐁 솟아오르는 물줄기가 바닥에 보입니다. 한모금 마시고 다시 오릅니다.
얼음골 산책로를 따라 10분 걸었을까, 아주 예쁜 산사인 천황사가 보입니다.
작고 아담해서 귀엽기조차 한 천황사에는 석불좌상이 모셔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찰 경내에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무척 인상적인 곳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천황사를 이어주는 돌다리와 얼음이 어는 결빙지로 오르는 길을 잇는 나무다리도 아름답네요.
이 나무다리를 건너면 가파른 돌길이 나오고 한 10여 분 오르면 '결빙지'에 이르게 됩니다.
자, 여기서부터는 조금 힘든 오르막입니다. 돌을 계단처럼 정리해 오르기는 수월한 듯 하지만
워낙 경사가 심해 힘이 들어요. 하지만, 어린아이도 노인분도 오를 수 있으니 이만하면 누구나
갈 수 있다는 얘기니 안심하고 올라봅니다. 힘든 것을 보상해주고도 남을 만큼 주변 경관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계곡물이 얼마나 찬지는 직접 담가보지 않아도 알 것 같습니다. 왜냐구요?
요 아래 사진을 보세요. 지금 젊은 친구들이 내기를 하고 있습니다.
"오래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 오늘 설겆이 하기다~!"
마침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 터라, 누가 '설겆이'에 당첨됐는지 그들의 내기를 끝까지 볼 수
없음이 아쉬웠지만, 아마도 2~3분을 넘기지 못했을 거라는 게 중론입니다.
그만큼 물이 차다는 얘기겠죠?
나무 계단이 끝나는 곳에 '결빙지'가 있습니다. 아쉽게도 얼음을 볼 수는 없었습니다.
대지의 열기가 점점 더워오는 3월 초순경에 얼음이 얼기 시작해 7월 중순까지 유지되다가
삼복더위를 지나 처서가 되면 바위틈새의 냉기가 점차 줄어들기 때문에 얼음이 녹는다고
하니까요.
여기가 얼음이 어는 '결빙지(結氷地)' 바로 그곳입니다.↑
주변과의 온도차로 인한 보~얀 안개가 피어오르는 모습, 사진에는 잘 표현이 안 되었지만
눈으로는 확실하게 보았답니다. 산 아래의 온도는 섭씨 30여 도, 이곳의 온도는 4도,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되시나요? 아래 사진의 어느 여성은 담요를 둘러쓰고 있네요~ㅎㅎㅎ
얼음이 있을 때의 주변 온도는 섭씨 2도까지도 내려간다고 하니, 한여름에 이곳을 찾을 땐
반드시 점퍼를 준비해 오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결빙지 앞 데크 바로 아래에서 찬바람이 휘~~~ 불어옵니다.
이곳만큼은 겨울이네요~^^*
비만 내리지 않았다면 좀 더 찬바람을 느껴보는 건데... 아쉽게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사실은 이곳에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근사한 폭포와 얼음을 볼 수 있었을 텐데...
이래서 '얼음골'에 다시 와야 할 이유가 생겼습니다~^^
밀양 얼음골
위치 : 경남 밀양시 산내면 삼양리 185-1(얼음골 관리 사무소)
문의 : 055-359-5637(문화관광과)
주변 볼거리 : 천황사, 석골사, 표충사
*** 시원한 얼음골이 포토베스트에 올랐네요. 밀양의 신비..겨울엔 따뜻한 바람이 나온다니 겨울에도 가봐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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