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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봉산자락 자작나무 숲에 들국화가 만발했네~

릴리c 2011. 9. 14. 08:30

태백 매봉산 자락 작나무 숲에 '그리움'가 가득~

산등성 외따른 데

애기 들국화

 

바람도 없는데

괜히 몸을 뒤뉘인다

 

가을은

다시 올 테지

 

다시 올까?

나와 네 외로운 마음이

지금처럼

순하게 겹친 이 순간이...       **천 상 병**

 

 

천상병 시인의 <들국화>를 오랜만에 읊조리자니 괜히 가슴부터 두근거린다.

가을이,

가을이 나에게 와락 안기며 달려드는 것만 같아서이다.

아직 내 안의 감성이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따갑게 느껴지는 한낮의 햇살에도 불구하고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속엔 가을 향기가 가득

채워겨 있다. 그 향기 속에는 '나, 가을!!'임을 외치기라도 하듯 국향이 묻어 있다.

쑥부쟁이, 구절초, 벌개미취...

요즘, 산에 들에, 눈만 돌리면 쉽게 볼 수 있는 꽃들로 꽃 모양이 비슷비슷하다는 점 때문에

내 눈에는 어느 것이 구절초이고 어느 것이 쑥부쟁이인지 분간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쑥부쟁이면 어떻고 구절초면 어떠랴.

나는 그냥 오랜 친구를 부르듯 친근한 이름인 '들국화'라 부르겠다.

꽃말조차 '그리움'이라니, 보랏빛에 노란 꽃술을 안고 뿜어내는 향기와 어쩐지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아름답고 향기에 취하는 것 또한 행복하지 않은가.

이 가을을 난 그렇게 맞이하고 싶다.

 

 

 태백 매봉산에서 내려와 구와우 해바라기 마을로 가던 중간쯤의 국도변에

아름다운 자작나무 숲이 있다.

끝없이 이어지는 보랏빛 들국화의 행렬에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지금쯤은 더 만개해 있을 텐데...

 

 

보통 20m의 높이로 자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곳의 자작나무는 아직 어린 것 같다.

젖었을 때나 말랐을 때를 막론하고 태우면 '자작자작' 하는 소리를 낸다 하여 '자작나무'란 이름이

붙었다는데, 하얀 줄기와 가지를 내뻗는 이 나무가 난 왜 그렇게 좋은지 모르겠다.

대체로 추욱 지방에서 자란다는 이 나무가 소설이나 시 속에 많이 등장하는 걸 보면,

아마도 시심을 자극하는 묘한 힘을 지닌 게 분명하다.

한겨울, 잎을 다 떨군 후의 자작나무 역시 무척 아름답다.

석양을 받아 붉게 물든 자작나무 숲은 상상만으로도 멋지지 않은가!

 

나는 자작나무가 좋다.

나는 자작나무 숲이 좋다.

참 좋다!!^^*

 

(위 사진은 2010년 11월, 일본 아키타에서 찍은 것입니다.

달리는 차 안이라 제대로 담지 못한 게 아쉽지만, 오후의 햇살에 반짝이던 모습, 잊을 수가 없네요^^*)

 

 

 

 

 

 

국도를 사이에 두고 자작나무 숲 맞은편 산자락을 가득 메운 울창한 나무들...

마치 북유럽의 산림을 보는 것 같아 이색적으로 보인다. 이것 역시 강원도의 모습일 것이다.

 

 

 

 

 

지금쯤은 이 배추도 거의 수확이 끝났을 것 같다. 본격적인 겨울김장용 배추를 심어야 하니까.

태백 매봉산에서 고랭지 배추밭을 보고 내려오다 만난 자작나무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