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가족 소녀에게서 느낀 애틋함은 '특별할 것 없는' 십리화랑에서의 특별한 기억으로
기기묘묘한 계곡과 봉우리가 지천인 중국에서 장가계 십리화랑 정도의 경치는 뭐 그리 내세울
만한 경관도 아니었다. 그래서 굳이 '여기는 꼭 보라'는 말이 선뜻 나오지 않는 명승지 장가계
십리화랑. 그럼에도 내 기억속의 그곳은 토가족 소녀로 인해 한 장의 예쁜 그림엽서로 남아 있다.
장가계를 여행하면 '탈 것'의 모든 종류를 거의 다 체험하게 된다.
일반도로의 자동차는 물론이고 케이블카, 리프트, 셔틀버스, 계곡의 수백 미터에 이르는 수직
엘리베이터, 인력거에 이르기까지.
십리화랑(十里畵廊)에서는 모노레일을 타게 된다. 그리 긴 시간은 아니지만 6Km에 이르는 길을
모노레일에 앉아 타고 가면서 왼쪽으로 펼쳐지는 주변 경관을 보게 되는 것. 병풍처럼 깎아지른
듯한 봉우리들이 줄지어 선 모습이 마치 '산수화가 십리나 뻗어 있는 것 같다'고 하여 십리화랑
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관광객에게 1천원을 받고 기념촬영을 하게 하는 토가족(주로 여성)을 장가계 여행지 어디서나
볼 수 있다. 토가족은 장가계의 원주민으로, 중국의 소수민족 중 하나.
십리화랑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장가계를 여행하는 사람들은 곳곳에서 사진 찍자고 조르는
이들을 뿌리치는 것도 '일'이 될 정도였던 터.
이곳 십리화랑은 장가계 여행에서 거의 막바지 코스였기 때문에 관광객들도 지칠 즈음이다.
그래서일까. 이곳에 있던 몇몇 토가족 여인들 역시 지친 표정으로 관광객들의 표정만 살피거나
가끔은 용기 내어(?) 사진촬영을 '강요'하는 장면이 보이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위 사진의 소녀는 아예 '장사'를 포기한 듯 계단에 앉아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다.
돌이켜보니 '그 소녀와 한 컷 찍을 걸 그랬나?' 하는 아쉬움이 살짝 든다.
이곳에는 수십 개의 동굴이 있고 중국 제1급과 2급에 해당하는 보호식물도 수십 종 존재하며 국가
에서 보호하는 동물도 30여 종이 확인되는 곳이라고 한다.
세자매봉...아기를 업은 큰언니, 아기를 안은 둘째언니 막내인 셋째는 현재 임신 중이라나 뭐라나~^^*
한 폭 화선지에는 다 옮길 수 없을 거대한 산수화를 보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장가계를 여행하면서 입이 딱 벌어질 정도의 대협곡과 기묘한 봉우리들을 수없이 보아온 직후였던
터라, 이 정도로는 솔직히 그리 감동적이지도 감탄을 자아낼만한 경관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십리화랑이 선명하게 기억되는 것은 토가족 소녀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한 휴대폰 삼매경’
때문이다. 또 하나 있다면, 마치 신의 손놀림 같았던 즉석 유리공예의 실기를 보았던 정도라고 할까.
신기에 가까울 정도의 솜씨로 눈깜짝할 새에 탄생시킨 새끼호랑이 한 마리.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만들어내지 못할 게 없는 중국인들의 손재주... 가히 혀를
내두를만 하다는...
다시 모노레일을 타고 되돌아 나가야 하는데 이번에도 역시 걷는 사람들이 많다.
시간만 허락된다면 이들처럼 느긋하게, 천천히 걸으면서 계곡 수풀의 향기와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도 썩 괜찮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언제쯤이나 되어야 '빨리빨리' 여행에서 벗어나게 될까...
그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새로운 여행을 꿈꾼다...
어딜가나 존재하는 상인들.
장사하는 모든 이들이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내 여행기를 보시는 분들만이라도 그들의 '마술 같은'
상술에 속아 불쾌한 여행이 되지 않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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