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중국

대협곡을 뮤지컬 무대로 만든 중국인의 스케일, 놀라워!

릴리c 2012. 4. 19. 08:30

이 뮤지컬의 무대? 도무지 상상하기 힘든 중국인의 스케일/천문호선

 

중국이라는 나라를 여행할 때마다 참 불가사의한 점이 많은 민족이라는 걸 느끼게 된다.

이건 꼭 칭찬의 의미만은 아닌데, 유감없이 발휘된 '대륙적 기질'을 곳곳에서 발견하게 되는 걸 

보면 정말 '세상에 무서운 게 없는 민족'이라는 생각이 들어 은근 경계심이 발동하곤 한다.

이번에 소개할 내용은, 대자연을 그대로 무대화한 대형 뮤지컬 ‘천문호선(天門狐仙)’ 얘기다.

장가계 천문산의 협곡을 무대로 제작한 ‘천문호선’은 계림, 소림사와 함께 ‘자연을 배경으로 한’

중국의 3대 공연으로 꼽히는데, 천 년을 수련한 구미호와 나무꾼 류해의 애절한 사랑이야기다.

 

장예모 감독이 기획하고 연출했다는 이 뮤지컬에는 출연진만도 600여 명에 이르고 공연 시간은

1시간 40여 분.

객석을 가득 메운 1천여 명의 관객은 배우들의 동작 하나하나와 어우러지는 조명과 음향에 넋을

잃을 지경이다. 엄청난 무대 스케일에 놀라고 계곡 곳곳에서 비춰지는 조명에 감탄한다.

천문산을 뒤흔들 정도의 음향에 기가 질리고...

 

자연을 무대로 뮤지컬이 공연되는데 뒷 배경의 울창한 숲은 무대 세트가 아닌 천연 그대로의

모습이다.

뮤지컬 <천문호선(天門狐仙)> 스토리:

어느 날 천문산의 호왕(狐王)이 왕비감을 찾던 중 천 년 동안 수련한 백호에게 진주를 보내어

청혼하지만... 그러나 백호는 인간 세상의 아름다운 사랑을 꿈꾸는 여우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에서 백호를 잡기 위해 사냥꾼들이 나서게 되고 이들에게 쫓기는 백호를

위험을 무릅쓰고 류해가 구해줌으로써 백호와 류해의 사랑이 싹트지만, 호왕과 인간의 박해를

받게 되면서 둘은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그리워하게 된다.

눈이 내리고 수많은 계절이 바뀌는 동안 온갖 핍박 속에서도 이들은 언젠가 사랑이 이뤄질 날을

기다린다.

천 년의 긴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둘의 사랑에 하늘도 감동하여 사랑을 이루게 해준다. 

 

 

이 뮤지컬을 관람하다 보면 커다란 의문이 하나 생긴다.

이렇게 광대한(!) 무대에서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주인공들... 도대체 어떻게 저리도  빨리

이동할 수 있는 걸까...

그러나 의외로 대답은 간단하다. 단 한사람의 주인공이 아니라 적어도 4명이 같은 복장을 하고

곳곳에 숨어 있다가 필요한 장면마다 등장하는 것이다.

과연~ 하는 소리가 나올 만큼 정교하게 짜여진 시스템에 다시 한 번 혀를 내두르게 된다.

 

 

뮤지컬을 보기 위해 중국 전통 양식의 대문을 들어선다.

저녁을 먹고 나온 터라 주변은 이미 어두워져 있어 대자연 속에서의 뮤지컬 감상에 대한 기대가

점점 고조되기 시작한다.

 

 

입구 계단에는 공연 전부터 출연진들이 나와 손님의 기분을 업 시켜주는 역할을 한다(위).

(아래 사진)뮤지컬이 시작되기 전 그림 경매가 이뤄지는데, 그날은 한 점도 낙찰되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이런 곳에서 저런 그림을 사겠다는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기도 하지만...

 

 

 

 

천문산 계곡에서 비추는 조명은

뮤지컬의 웅장한 스케일과 극적 분위기를 극대화 시켜준다.

 

 

대자연이 무대가 되다보니 자막 역시 한 켠의 바위를 이용한 게 재미있었는데 대부분 한국인

관광객이어서인지 자막은 주로 한글이었고 이따금 중국한자가 함께 비쳐지기도 했다.

객석에서 바라볼 때 왼쪽에는 영어자막, 오른쪽에는 한글자막이 나온다.

 

 

 

 

 

 

뮤지컬 '천문호선'의 또 다른 매력은 대자연과 어우러진 '영상미'가 무척 돋보인다는 데 있다.

허공에 빛을 이용해 달 스크린을 만들어 신비감을 극대화시켰고, 거기에 비친 주인공들의 애절한

모습과 노래는 심금을 울려주기에 충분했다.

 

 

 

뮤지컬의 분위기를 그때그때에 따라 고조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는 합창단과 솔리스트.

합창도 좋았지만 특히 아래 사진의 솔리스트는 풍부한 성량과 감정이입이 잘 된 너무나도

감미롭고 매력적인 음성의 소유자로 인기 만점이었다.

 

 

 

 

뮤지컬의 극적 분위기를 고조시켰던 오작교.

 

 

견우와 직녀가 오작교를 건너 애틋한 만남을 가졌듯, 나뭇꾼과 구미호 역시 허공의 돌다리가

합일을 이루고 만난다는 해피엔딩 장면이다.

돌다리가 합쳐지는 순간 조명은 일시에 꺼지고 흰옷의 두 주인공만 허공에 뜬 상태로 남았다가

순식간에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그리곤 다시 계곡 전체에 조명이 들어오는 장관이 연출된다.

 

 

 

뮤지컬이 끝날 무렵이 되면 천자산의 한 골짜기 전체가 뮤지컬의 무대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계곡 곳곳에 설치된 조명이 일시에 켜져 관객들의 함성을 이끌어 낸다.

중국인이 아니면 누구도 감히 실천으로 옮길 엄두를 쉽게 내지 못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우여곡절 파란만장한 삶을 천년에 걸쳐 살아온 주인공들은 단란한 가족을 이루고

알콩달콩 잘 살게 된다는 해피엔딩 뮤지컬이다.

 

 

마지막 해피엔딩 장면.

천 년을 기다려 다시 만난 류해와 구미호는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천문산 케이블카에서 찍은 산중 도로.

자욱한 안개 때문에 잘 보이지 않지만 뱀처럼 구불구불한 도로 맨 아래쪽에 협곡 자체를 무대로

만든 뮤지컬 극장이 있다. 사진에서는 확인하기 어려운데 계곡 중간중간에 조명시설이 설치된 것을

볼 수 있었다.

 

  

 

(2012. 4. 19. 다음 뷰베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