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를 아우르는 명품 도시, 전북 군산의
한국 속 일본 풍경 - 고즈넉한 히로쓰 가옥의 美발견
근래들어 나의 전라도 여행이 잦아졌다.
전라도, 특히 전북은 한 번 가보면 다시 찾게 되는 묘한 매력이 곳곳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지난 번 여수엑스포를 보러 갔다가 그곳에서 두 시간 쯤 차를 달려 군산으로 향했다.
군산은 '근대를 아우르는 명품도시'답게 근대 문화유산이 도처에 존재하는 군산은 역사가
살아 있는 박물관 같은 도시로, 볼거리가 가득하다.
군산은 일제 강점기에 군산항이 개방되고 인천세관 관할의 세관이 설치되는 등, 일제의 주요
기지로서 큰 역할을 했던 곳이어서 당시의 건물이 지금도 많이 남아 있다.
대표적인 건축물로는 에도시대 양식의 일본 전통 사찰 동국사, 구 군산세관, 구 일본은행 군산
지점, 구 조선은행 군산지점, 군산 임피역사(驛舍), 이영춘가옥, 군산 해망굴 등 그 숫자를 헤
아리기 힘들 정도다. 이번에 소개할 곳은,
일본 정통 양식의 옛가옥으로 일본인의 생활양식을 엿볼 수 있는 '히로쓰 가옥'.
자연과 인위적인 아름다움이 멋지게 공존하며 한국 속 일본 풍경을 그대로 보여주는 특별한
곳이다.
안채 뜰.
자연석 사이로 조성된 정원은 키 작은 관목식물과 정원수, 기암괴석, 작은 석탑과 석등으로
장식하고 연못과 연못 사이에 다리로 연결한 일본 특유의 압축 정형미와 축소지향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벽면의 원형창은 대나무로 만들어져 있는데, 이는 인위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일본 특유의
미학이 잘 반영된 창문이다.
이 집의 구조는 2층 목조건물로, 1층에 온돌방을 설치한 것이 특징이며 여섯 개의 방과 부엌,
식당, 화장실 등을 복도로 연결한 일본의 전통 구조다.
꽉 찬 듯하면서도 여백의 미를 느낄 수 있는 안뜰 정원.
복도로 연결되어 있는 일본 특유의 구조다.
복도에서 밖을 내다볼 수 있게 되어 있어서 추운 겨울에도 따스한 햇빛을 쏘이며 정원을
바라보도록 배려한 것 같다.
가옥의 구조는 2층으로, 1층에 한식 온돌방을 둔 것이 특징이다.
다다미방으로 대표되는 일본가옥이지만, 총 6개의 방 중에 온돌방이 여럿인 걸 보면 이 집을 지은
히로쓰는 아마도 온돌의 매력에 푹 빠졌던 게 틀림없다.
일본 패망 후 일본에 돌아가서도 따뜻한 온돌을 그리워하지 않았을까...
온돌 이상의 따뜻한 가슴을 지닌 한국인의 정서를 그리워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2층 복도에서 안뜰을 내려다 본 모습(위).
아래 사진은 1층 다다미방에서 내다본 모습.
일본 가옥의 전형적인 내부 모습.
다다미방에 한 쪽 벽면의 도코노마(床の間 : 다다미방 정면에 바닥을 한 층 높여 만든 곳으로
벽에는 족자를 걸고 바닥에는 도자기, 꽃병 등을 장식해 둔다)가 매우 독특하다.
방과 방 사이는 얇은 장지문으로 구분되어 있다. 후스마라는 이 문은 큰 방을 두 개의 작은 방
으로 나누기 위해 이용되었는데, 창호지를 바른 다음 그 위에 두꺼운 종이를 바르고 아름다운
무늬나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인테리어로도 한 몫 하는 기능을 가진다.
그 외에도 벽장 혹은 이불장으로 활용하는 오시이레(押し入れ)를 만들어 북풍을 완화시킨 구조다.
히로쓰 가옥 입구.
본래 흰색 회벽 담장이었으나 후에 황토색을 칠한 것이며 문이 세 군데에 있다.
대문은 ㄷ자형태로 일본 전국시대 사무라이 가옥의 은폐 구조 양식으로 만들었고,
한 곳은 별채로 통하는 문이고 나머지 문은 히로쓰가 이용한 자가용 차고 문이다.
히로쓰 가옥이 위치한 신흥동 일대는 일제강점기 군산 유지들이 살던 부유층 거주지역이다.
이 집의 주인 히로쓰 게이사브로는 포목점 주인으로, 건물을 지을 때 근세 일본 무가(武家)의
고급추택인 야시키(屋敷)를 본딴 것으로 근현대의 조화가 잘 어우러져 있어, 과거는 물론 현대
모습까지 모두 담을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영화와 드라마의 단골 촬영지로 인기를 얻고 있다.
<장군의 아들>, <바람의 파이터>, <타짜> 등을 찍은 것으로도 유명.
지금은 '한국제분' 소유지만 일반인들에게 공개해 누구나 구경할 수 있도록 했다.
히로쓰 가옥
주소 : 전북 군산시 신흥동 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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