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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렛 흐드러진 영동 호두나무골은 현대인의 샹그릴라/충북여행

릴리c 2012. 6. 15. 08:30

자연과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속 샹그릴라, 영동 호두나무골의 피크닉

 

람들은 말한다.

도시의 찌들고 힘든 삶을 벗어나 시골에서 살고 싶다고...

나이 들면 귀농하겠다고...

자연을 벗삼아 살고 싶다고...

 

그러나 우리는 지금껏 익숙하게 살아온 도회지의 삶을 버리고 정작 전원 생활을 택하기에는

'용기'를 필요로 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교육, 오락, 문화와 정보가 우리 주변을 공기처럼 에워싼 현실을 탈피하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약 30년 전, 도시에 대한 미련을 과감히 떨치고 사람의 발길을 허락치 않던 산골 오지로

들어가 터를 잡아 그곳을 '샹그릴라'로 일궈낸 사람이 있다.

'도시의 카우보이'라는 별명이 썩 잘 어울리는 팝 칼럼니스트, 그의 이름은 이 양 일.

 

 

음악 특히 컨트리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대번에 '아!' 하고 눈치 챘을 게 분명하다.

평생을 컨트리 음악과 함께 살아온 그를 방송으로 만난 사람도 많을 터.

방송일을 하는 그는 서울 등지를 오가며 도시와 농촌생활을 병행하고 있지만,

일찌기 그는 자신의 꿈-70년대 인기가 높았던 미드 '초원의 집' 주인공 같은 삶-을 이루기

위해 충청북도 영동의 인적 없는 산골짜기에 터를 잡은 것이다.

30년 넘은 세월이 흘러 지금은 인간과 야생 동물이 공존하는 '샹그릴라'로 변모해 지인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데...

 

봄이면 마가렛과 들꽃으로 뒤덮인 영동 산골짜기의 색다른 음악회에 다녀온 적이 있다.

해마다 5월(혹은 6월)에 열리던 '메이 피크닉'이 바로 그것인데, 올해부터는 중단되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에 작년의 추억을 꺼내 본다.

 

 

차가 오를 수 있는 곳 마지막 지점에서 30분 가량 걸어올라야 목적지 호두나무골에 당도한다.

오르는 길이 좀 험하긴 해도 내내 가슴이 설레는 까닭은... 때묻지 않은 산골짜기의 아름다운

정경과 산새 소리 때문이다.

 

'사람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던' 이 산골짜기에 길을 내고 집을 지어 산지 30년이 넘었다는데

이 산골에 사는 사람은 이양일 씨 가족 외에 아직 아무도 없다.

이들을 찾아오는 지인들 말고는 야생동물이 움직이는 생물의 전부.

힘좋은 사륜구동이 아니면 걸어서 올라야 할 정도로 가파르고 험한 산중에 그들의 아름다운

'낙원'이 펼쳐져 있다.

10여 년 전에 나는 남편과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 때는 늦가을이어서 붉은 감 주렁주렁 달린

감나무와 싸늘한 아침 공기가 무척 신선하면서도 산골 생활이 왠지 불편하게만 느껴졌던 기억이

있던 터에, 지난 해의 '마가렛 언덕'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샹그릴라의 낙원' 같았다.

 

 

올라가는 도중에 만나는 들꽃과 흐드러지게 핀 하얀 마가렛은 힘든 걸음을 순식간에 설렘으로

바꾸는 마법의 힘을 갖고 있다.

이 항홀한 세상과 마주친 순간 나 역시 가슴이 콩닥거릴 만큼 '샹그릴라'에 빠지고 말았다.

 

 

 

해발 500미터 계곡에서 외로움을 벗삼고 자연과 음악을 사랑하며 사는 사람들이 펼치는

'호두나무골 메이 피크닉(May Picnic)' 현수막이 반갑게 맞아준다.

<환경! 지금은 생각을 바꿀 때>라는 주제로 전원 음악회를 연 것으로, 이날은 장계현, 유로,

자니브라더스의 김준,  강은철 등의 가수 공연, 대금연주를 비롯해 DJ 김광한의 디스코타임

등으로, 조용하던 산속이 모처럼만에 들썩거렸다.

 

 

이양일 씨가 이곳을 '호두나무골'로 부르는 이유는, 1970년대 미국의 TV드라마 <초원의 집>에

나오는 '호두나무골'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산골을 하얗게 물들인 마가렛꽃이 내 마음을 홀랑 빼앗아간 호두나무골, 지금쯤 가면 저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을까.

 

 

 

 

(위)다른 사람에게 사륜구동차 탑승을 양보하고 걸어서 오르는 중인 DJ 김광한 씨 일행.

(아래)손님들 점심을 준비하는 연기가 지붕 위로 피어 오른다.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정겨운 풍경.

 

 

 

 

 

호두나무골을 다녀간 수많은 사람들 마음 속엔 때묻지 않은 산골짜기의 아름다운 정경이

평생 남아 있을 것 같다.

 

 

 

 

 

호두나무에 매달아 놓은 그네와 먼저 도착에 나무그늘 흔들의자에 앉아 쉬고 있는 아이.

이곳을 방문한 도시의 아이들 마음 속에도 호두나무골은 '샹그릴라'로 존재하게 될까...

 

 

 

 

 

충북 영동의 방송국에서 이날의 음악회를 취재하고 있다.

아래사진은 무료로 행사에 참여한 연예인들의 공연 모습.

장계현, 강은철, 유로 등...

 

 

위 사진은 DJ 김광한, 김준,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 통기타 가수, 이양일(왼쪽부터 시계방향).

 

 

가파른 언덕에 지은 집터의 마당이 무대가 되었고, 관객들은 자유롭게 나무그늘을 찾아 자리를

마련해 공연을 즐긴다. 이 시간 만큼은 자연 속에서 가장 순수한 '나'를 발견하는 시간이다. 

 

 

 

DJ 김광한의 디스코타임.

이양일 씨와 오랜 절친인 그 역시 무료로 우정출연.

 

 

이날 산중 콘서트에 모인 사람은 예상했던 50여 명을 훌쩍 넘어 200여 명에 달했다고 한다.

손님 접대에 쓰인 뷔페 음식은 거의가 산 중에서 채취한 산나물과 묵 등으로 차려져 자연에

목마른 '도시인'들의 마음을 말캉말캉하게 녹여 주었다.

가마솥에서 긁어낸 누룽지가 아련한 추억여행을 하게 만들기도 했던 행복한 날...

 

아래사진은 식사를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이 끝없이 이어져 있는 모습.

따가운 햇살 아래서도 누구하나 불평하는 사람이 없었던 것은 자연의 품에서 느끼는 '너그러움'

때문이 아니었을까...

 

 

 

나무에 매단 타이어는 아이들의 신나는 놀이터가 된다.

 

 

 

 

'메이 피크닉'이 끝나 아쉬운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을 배웅하는 이양일 씨와 그의 부인 수산나 씨(아래).

부지런하고 착한 수산나 씨의 전폭적인 지지가 아니었다면, 오늘날의 '호두나무골'은 없었을 것'이라며

이양일 씨는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틈만 나면 얘기한다.

 

 

이양일 씨의 스윗홈 거실 모습.

 

 

 

 

지금쯤 호두나무골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번식력 강하다는 마가렛이 온 산을 하얗게 물들이고 있을 것만 같아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다.

 

 

호두나무골은

충청북도 영동군 학산면 범화리 상시마을에서 올라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