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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남산의 속살을 만지다(남산에서 대학로까지-남산백두대간)

릴리c 2012. 6. 18. 08:30

[서울여행]초여름 산의 속살을 만져보니...  

 

아주 잠깐의 외국생활을 빼고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서울을 떠나 살아본 적이 없으면서도,

정작 서울의 중심을 떠받치고 있는 남산을 걸어서 오르내린 적이 어른이 된 후론 없는 것

같다.

어렸을 때 친구들과 올랐을 때도 중턱의 광장에서 놀다 내려오는 게 고작이었으니까.

 

초여름 싱그러움이 절정이던 어느 날, 나의 걷기 여행이 시작된다.

30년 만에 처음으로 남산의 속살을 들여다보고 남산골 한옥마을을 거쳐 내친김에 대학로로

발걸음을 옮긴다. 서울의 '남산백두대간'을 걸어보는 것이다.

 

광화문에서 왕십리로 이어지는 청계천이 서울의 가로축이라면, 남산에서 북악산 자락의 종묘,

대학로가 있는 낙산으로 이어지는 길은 세로축이라 할 수 있다.

서울의 세로축, 나는 이것을 백두산에서 지리산에 이르기까지 한반도의 남북을 가로지르는

백두대간에 빗대  남산백두대간이라 부르고 싶다.

 

 

남산에서 출발해 한옥마을을 거쳐 대학로까지...

 

대학로에 도착해 먼 처음 발견한 벽화.

전엔 없던 것인데 최근에 그려 놓은 것 같다.

벽화 속 연인의 모습을 담았는데 현실 속 연인이 그 앞에 있더라는~^^*

 

아래사진-남산골 한옥마을 담장 아래 핀 작약.

초여름을 이리도 눈부시고 향기롭게  만들어 주니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리.

 

 

 

자, 지금부터 저와 함께 남산길을 걸어보실까요?

사방에서 들려오는 새소리와 신록을 흔드는 바람이 다정하게 내 영혼을 흔들어 깨우네요.

 

실은...

얼마 전 수술한 어깨가 낫지 않은 상태여서 무리하지 않기 위해 일단 케이블카로 올라가

내려오는 길을 걷기로 했습니다.

케이블카에서 내리니 위 사진의 나무 계단이 나옵니다. 계단 옆으로 길게 뻗은 성곽을 따라

오르면 봉수대가 나옵니다.

 

 

 

봉수대 앞에서 기념촬영하는 외국인들이 보입니다.

그 앞에는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수십 명 더 있었어요.

봉수대...

봉수는 국가의 주요 통신 수단으로 변방의 긴급한 사정을 중앙에 알리거나 변방 주민들에게

중앙의 지시사항을 알려 위급한 사항에 신속히 대처토록 한 통신수단입니다.

총 다섯 기로 이뤄져 있는데, 평상시에는 연기가 하나 올라가고, 적의 움직임이 감지되면 둘,

적이 경계에 접근하면 셋, 적이 경계를 침범하면 넷, 전투가 시작되면 다섯개에 모두 연기를

피워 올렸다고 합니다.

캄캄한 밤에는 연기가 보이지 않았을 텐데 어쩌죠?

그땐 횃불로 보낸다고 하네요.

그래서 밤에도 보초를 서면서 근처 봉수대에서 불이 올라오나 살폈다고 합니다.

태풍이 불거나 비가 쏟아져 횃불마저 보이지 않게 되면 깃발을 높이 올리거나 봉수꾼들이

말을 타고 달려가 정보를 전했는데, 그 말이 바로 파발마였지요.

아주 급할 때는 대포 소리로 신호를 보냈습니다.

 

 

 

 

봉수대 아래의 석실입니다.

안에는 봉수대에 필요한 물품들이 보관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봉수대는 전국적으로 총 673개소가 있었다고 하는데

전국 어느 곳에서 불이 피워지든

12시간 내에 그 소식이 남산 봉수대에 도착하도록 했고

이는 곧바로 국왕에게 전달됐으니

이곳이 봉수대의 마지막 종점이었던 셈이죠.

 

 

 

 

나무계단을 다 올라간 곳에 남산 팔각정이 있습니다.

N타워가 바로 옆에 있고 광장엔 사진사 아저씨 한 분이 계시네요.

예전엔 이런 곳에 오면 의례 '기념촬영'을 하곤 했지요.

"남산에서. ****년 **월 **일" 이런 글씨도 몇 자 넣어서 말이죠...

그러나 요즘은 디카 천지라 아저씨의 '장사'는 파리만 날리는 세상이 되고 말았어요.

아저씨의 '사진관' 앞을 사람들은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무심히 지나칩니다.

그래도 꿋꿋이 손님을 기다리시는 모습이 왠지......

아마도 얼마 지나지 않아 더는 볼 수 없는 풍경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남산의 속살을 들여다보겠습니다.

뭐, 살짝 만져본다고 해서 뭐라 할 사람 없습니다.

하지만 풀 한포기라도 다치게 하면... 그건 곤란하죠~~^^

나무계단도 내려가고... 돌계단도 내려갑니다...

때론 흙길도 나옵니다...

중간 지점엔 이렇게 전망대도 있네요.

서울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옵니다.

 

 

 

 

예전엔 이 길을 자동차로 오르내렸지만 지금은 사람만 다닐 수 있습니다.

아, 물론 남산의 주인인 동물들이야 당연히~~~ㅎㅎ

잘 가꿔진 화단도 곳곳에 보이네요~

요기는 조지훈님의 시비(詩碑)가 있는 남산 속의 자그마한 공원 화단입니다.

 

 

 

산책로를 따라 쭉 내려가다 보니 처음 보는(?) 유적지가 나타나네요~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이렇게 걸어서 돌아보긴 처음이니까요~ㅎㅎ

'와룡묘'(臥龍廟)라고 합니다.

이곳은 제갈량을 모신 신당으로, 제갈량을 와룡이라고도 했기 때문에 그런 명칭이

붙었답니다.

와룡묘가 만들어진 시기는 확실치 않지만, 1924년 화재로 소실된 것을 10년 뒤인

1934년에 다시 지은 것으로 전해지고, 현재의 모습은 1978년에 보수되었다고 하네요.

들어가 보진 않았지만 경내에는 정전인 와룡묘와 단군성전, 삼성각 이렇게 세 채의

건물이 높이를 달리하여 산의 지형에 맞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다시 산책길을 따라 걷습니다.

숲의 바람이 어찌나 상쾌하던지요...

쪼르릉 쪼르릉 새소리가 내 몸과 마음을 간질입니다.

이게 바로

남산의 보드랍고 말캉한 속살을 만지는 느낌...이 아닐까요?

 

 

 

저게 뭘까?

산책로를 내려오다 만난 집... 목멱산방...입니다.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보이나 왠지 고즈넉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건물이에요.

저곳에선 식사도 할 수 있고 차도 마실 수 있다고 하네요.

다음에 친구들과 오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산골 한옥마을

 

한 시간 쯤 내려왔을까, 어느 덧 남산골 한옥마을에 다다랐습니다.

우선 '서울천년타입캡슐광장'을 찾았어요.

서울 정도(定都) 600년을 기념해 오늘날의 시민생활과 서울의 모습을 대표할 수 있는 문물

600점을 캡슐에 담아 400년 후인 서울 정도(定都) 1000년에 후손에게 문화유산으로 전하고자

하는 취지로 만든 것이죠.

1994년 11월 29일에 매설하여 2394년 11월 29일에 개봉하게 되는데, 캡슐 모양은 보신각 종을

본떠 만들었다고 합니다.

400년 후, 지구는 어떻게 변해 있을까요...

우리의 후손들은 타임캡슐을 열어보고 어떤 얘기들을 나눌까요...

그들 눈에 조상의 모습은 어떻게 비쳐질까요...

 

 

한옥마을 공원에도 역시 많은 시민들이 휴식을 즐기고 있네요.

벤치에 앉아 통기타를 치시고 곁에서 노래 부르시는 어르신들,

무척 다정해 보이죠?

"젊어선, 나도 쫌 날렸지~!"

"엄훠나~ 넘 멋져용~!!"

이런 대화가 오가지 않았을까...요?ㅎㅎㅎ

우리의 미래 역시 결코 먼 곳에 있지 않습니다^^*

 

오랜만에 소싯적으로 돌아가 <보물찾기>를 했습니다.

'참 잘했어요'라는 도장이 쾅 박힌 쪽지, 이게 바로 제가 찾은 보물입니다~ 아싸~!!

외출했을 때 테이블에 핸드백을 걸 수 있는 고리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이제 한옥마을에 들어갈 차례.

그 전에 광장을 둘러보는데, 망건 쓰신 어르신들께서 뭔가 만들고 계시네요.

짚을 엮어 바구니도 만들고... 조롱도 만들고...

이런 물건들, 요즘은 별로 사용하지 않지만 그리 멀지 않은 과거의 산물입니다.

남산골 한옥마을에 오면 과거와 미래가 공존합니다.

 

 

 

남산골 한옥마을입니다.

1998년에 조성된 이 마을은 서울의 팔대가(八大家)의 하나였던 박영효 가옥부터 일반 평민의

집에 이르기까지 전통 한옥 다섯 채를 둘러볼 수 있어, 조선시대 우리 조상의 삶의 모습을 살짝

엿보게 해줍니다.

 

(아래사진)

소담스럽게 핀 작약이 한옥 담장과 어우러지니 아름다운 한 폭의 동양화지요?

(작약이 함박꽃인 거, 다 아시죠?^^)

어렸을 때, 장독대 옆 화단에 곱게 핀 작약을 유난히 좋아하시던 어머니,

그 꽃을 보실 때마다 함박꽃처럼 환해지시던 어머니 얼굴... 

이제 어머니 나이가 돼서야 작약을 사랑하셨던 엄마의 마음을 알 것 같습니다.

어머니... 엄마...... 보고 싶습니다...

 

 

 

요즘, 한옥마을에서 전통혼례를 치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아마도 이날 이곳에서 혼례를 치른 신랑신부인 것 같아요.

아쉽게도 그 모습을 볼 순 없었지만, 나란히 앉은 신랑각시의 뒷모습이 참 어여쁘네요.

마당에 쳐진 차일을 보니 좀 전의 흥겹고 북적대던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한옥을 둘러보고 밖으로 나오니 소풍나온 어린이들의 재잘거림이 노래처럼 들립니다.

이들을 뒤로하고...

이제 대학로로 향합니다.

전에 없던 벽화가 골목을 더욱 화사하게 채색해 주었네요.

 

이렇게 해서 나의 '남산백두대간 걷기 여행'은 끝납니다.

남산 N타워를 출발해 산책로, 남산골 한옥마을, 대학로로 이어진 길...

남산의 속살을 만져보고 느껴본 아주 근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이 사진은...

남산에 가기 위한 그날의 제 여정입니다.

대우빌딩 앞에서 남산 오르는 셔틀버스가 있다길래 서울역에서 전철을 내렸습니다.

셔틀버스 정류장을 찾기는 했는데... 30분에 1대...

언제 올지 모르는 버스를 기다리느니 택시를 타야겠다고 생각했죠.

막상 택시를 타고 보니 아뿔싸~~! 남산엔 일반 차량의 출입이 제한되어 있다는 생각이

그제서야 났습니다.

그럼 이참에 케이블카를 타볼까?

 

 

 

사실 전 서울서 태어나 서울서 자랐지만 남산 케이블카, 한 번도 타보지 못했거등요~ㅎㅎ

이참에 잘 됐다 싶었네요~♬

편도 6천원. 탑승시간 5분(에게~~~!!)

케이블카를 타려는 사람이 꽤 많더군요.

10분 정도 줄서서 기다리니 내 차례가 됩니다.

 

 

 

난생 첨으로 남산 케이블카를 타고 오릅니다.

서울 시내가 손에 잡힐듯 가까이 보여요~

가끔 지자체 관광, 명승지에서 케이블카 설치문제로 환경단체와 실랑이 하는 모습을

보는데, 갠적으론 설치 찬성입니다.

실보다 득이 훨씬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환경보호 차원에서도 길게 보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암튼~~

서울시내의 모든 교통수단을 섭렵한 뒤(자전거만 못 탔군요~ㅎ)

드뎌~~ 남산에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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