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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도 물리칠 서당 글읽는 소리, 논산 종학당의 현재 모습

릴리c 2012. 7. 21. 08:30

옛날 서당 풍경이 이랬을까?

           조선시대 사립학교 논산 학당(宗學堂)은 현재진행형 서당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내게도 논산 하면 '신병 훈련소'가 자연스럽게 먼저 떠오른다.

논산을 여행하기 전엔 그것 말고는 딱히 아는 게 없었던 논산.

그러나 여행을 해보니 산과 강을 두루 품은 경관 좋은 도시이면서 역사의 숨결이 면면히

이어지고 있는 선비, 학자의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향교와 서원이 많고 천년 고찰이 많으며 명산 또한 즐비해 연중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도시다.

 

오늘 소개할 곳은 조선시대의 사립학교에 해당하는 '종학당'.

논산 일대의 명문가였던 파평 윤씨의 문중 서당으로 시를 짓고 학문을 가르치던 곳인데,

지금으로 말하면 완전한 사립학교였던 셈이다.

 

 

논산 종학당으로 들어가는 입구의 홍살문. 

여늬 건물에서처럼 솟을 대문이 아닌 높다란 홍살문이 매우 인상적이다.

 

 

종학당은 1643명재 윤증선생의 백부 윤순거 선생(인평대군의 스승)이 처음 세웠으며,

창건 후 370여 년 동안 수많은 인재를 배출한 학문의 요람이다.

노성지역에 사는 파평 윤씨의 자제들을 모아 가르치던 종중 교육시설인데.

문중 자제들뿐만 아니라 처가 등 내외 친척의 자제들을 모두 모아 공부시켰다고 한다.

명재 윤증 선생도 한 때 이 종학당의 당장을 지내며 후학양성에 힘썼으며,

이 종학당 출신 중 대과(문과) 급제자가 42명이나 배출되었다고 하니 파평 윤씨 가문이

조선의 명문가로 자리를 굳히는데 큰 역할을 했던 곳이니, 지금으로 보면 사설 명문 학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장소에서 공부한 사람들 중 이렇게 많은 숫자가 대과에 급제한 적은 조선사를 통틀어

종학당을 빼고는 없다고 전해진다.

 

한일합병 후 신교육도입을 이유로 일제가 폐쇄시키기 전까지 사립교육기관으로서 유지되어

왔다.

1985년에 파평 윤씨 종중에서 종학 활동을 추진하여 3년 뒤(1988)부터 교육이 재개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정수루(淨水樓).

종학당의 하이라이트 건물로 앞에는 연못이 자리하고 있어 앞이 확 트인데다 산자락의 둔덕을

이용한 지대여서 마을을 한 눈에  굽어 볼 수 있다.

누각으로 지어진 긴 목조 건물은 마치 안동의 병산서원 만대루를 연상케 한다.

정수루 뒤편의 건물은 백록당으로 개인별 고등교육(대과 준비)이 이뤄진 곳.

안동의 병산서원 만대루를 생각나게 하는 건물 모습이다.

 

앞의 정수루와 뒤쪽의 백록당이 사이좋게 자리하고 있다.

백록당은 대과 공부를 위한 개인별 학습장으로 쓰였던 공간.

 

 

이곳 정수루 서까래에는 조선시대 과거에 급제한 사람들이 써 놓은 글들이 있었으나 

 2003년 마을의 청소년들이 실수로 화재가 발생했을 때 복원공사를 하던 작업 인부들이

사포로 문질러 사라졌다는 안타까운 얘기가 있다.

여름날에도 사방이 탁 트여 바람이 지나는 누각에 앉아 글공부를 하던 유생들의 모습이

시원하게 그려진다.

 

 

()를 전하지 말고 학()을 꽃피워 국가의 인재를 양성하라(송나라 주자의 무이구곡가 중에서)

 

평생 책 읽는 아이로 만들어라(서애 유성룡 종가)

자긍심 있는 아이로 키워라(석주 이상룡 종가)

때로는 손해 볼 줄 아는 아이로 키워라(운악 이함 종가)

스스로 재능을 발견하도록 기회를 제공하라(소치 허련 가문)

공부에 뜻이 있는 아이끼리 네트워크를 만들어라(퇴계 이황 종가)

세심하게 점검하여 질책하고 조언하라(고산 윤선도 종가)

아버지가 자녀교육의 매니저로 직접 나서라(다산 정약용 가문)

최상의 교육 기회를 제공하라(호은 종가)

아이의 멘토가 되라(명재 윤증 종가)

원칙을 정하고 끝까지 실천하라(경주 최부잣집)

                -최효찬의 <5백년 명문가의 자녀교육> 중에서

 

 

정수루 뒤편의 큰 건물이 백록당.

백록당에는 7개의 방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개인지도로 학습이 이뤄졌다고 한다.

말하자면 수준별 개인 과외라고 할까.

종학당이 기초학문을 수학하는 곳이었다면 백록당은 대과를 준비하는 고등교육이 이뤄졌던

곳이다.

 

종학당 입구를 들어서서 왼쪽에 있는 보인당.

종학당을 세운 윤순거 선생이 유림들의 학술연구를 위해 지은 건물인데, 실제 이 건물은 너무

낡은 원래의 보인당을 대신해 1987년 파평 윤씨 종친회에서 가회동의 한옥을 매입해 옮겨놓은

이라 한다.

 

종학당 홍살문 입구를 들어서면 오른쪽 조금 떨어진 곳에 종학당↑ 건물이 있다.

이곳은 기초 학문을 수학하던 곳이라고 하는데, 이에 비해 백록당은 대과를 준비하는

고등교육의 산실이라고 할 수 있다.

 

 

2008년 구 소련의 미하일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이곳을 방문해 기념식수를 한 소나무↑.

정수루와 백록당이 있는 곳으로 들어가는 내삼문 앞에 심어져 있다.

아래 사진은 내삼문.

 

 

정수루 앞의 인공못.

연꽃 몇 송이가 피어 있어 주변 경관을 더욱 아름답게 해준다.

 

정수루에 앉아 글공부하는 모습.

글읽는 소리가 주변에 잔잔히 울려퍼지는 가운데, 행여 셔터소리라도 공부에 방해가 될까봐

조심스러워 멀리서 한 컷 찍었다.

흰 한복을 입은 사람이 훈장님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종학당

위치 : 충남 논산시 노성면 병사리 9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