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발칸

(발칸3)방어용으로 지었다지만 로맨틱한 중세시대 블레드 성/슬로베니아

릴리c 2012. 11. 5. 08:30

호수 한가운데 절벽 위에 지어진 천혜의 요새 블레드 성/슬로베니아

 

알프스의 만년설이 녹아내린 물이 해발 500m 분지에 고여 호수가 된 블레드 호수에 우뚝

솟은 절벽, 그 위에 천 년 세월을 지나온 중세 분위기의 성이 있어 엽서에서나 봄직한 풍경이

만들어진 곳.

지금도 아름다운 왕비와 가족이 살고 있을 것만 같은 동화가 그려지는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의 하나로 꼽히는 블레드 성이다.

 

이 성에 대한 언급이 최초로 있었던 것은 1011년 5월 22일,

독일의 황제 Henric 2세가 브릭슨의 사제 아델베른에게 이 지역의 영토를 하사하면서

지은 성이다.

처음에는 호숫가 수면에서 100m나 솟아 있는 언덕에 성벽과 로마네스크 양식의 탑만 있었으나

중세에 들어와 전망탑이 더 만들어지면서 요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이 성은 공격용이 아닌 방어용으로 지어진 것인데 수백 년 동안 유고슬라비아 왕가의 여름 별장

으로 쓰였다고 한다.

 

 블레드 성 한쪽에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진 작은 교회가 딸려 있다.

아마도 내가 본 교회 중 가장 작고 예쁜 장소가 아닐까.

건물의 모서리에 채색된 그림으로 인해

내겐 너무나도 로맨틱한 느낌으로 남아 있다.

오른쪽 건물은 왕가의 여름별장이던 곳인데 지금은 박물관으로 쓰인다.

 

 블레드 섬에서 바라본 블레드 성.

엽서 뿐만 아니라 블레드 시의 휘장에 등장할 만큼

슬로베니아 블레드 시민의 자존심이자 긍지다.

호수면에서 100m 높이에 있다.

줄리앙 알프스의 만년설과 빙하가 녹은 물이

해발 500m의 분지에 고여 이뤄진 블레드 호수.

이곳에서 세계 요트 대회가 3차례나 열렸다고 한다.

 

 

블레드 섬 안의 성모승천교회를 둘러보고 다시 무동력 나룻배인

플래트나로 나와 버스를 타고 성에 오른다.

주차장에서 펄럭이는 깃발은 유럽연합(EU)기, 슬로베니아 국기와

블레드 시의 상징 휘장인데, 휘장의 그림이 바로

블레드 호수와 성모승천교회, 블레드 성이다.

아래 사진은 블레드 성에 오르는 길.

 

 

 무슨 성(城) 입구가 이렇게 작지?

잠시 의문이 생기지만, 이곳이 공격용 성이 아닌

방어용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러나 지금까지 외부의 공격을 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성 안에 들어서니 호수에서 올려다보던 느낌과 달리 꽤 넓다.

자갈이 깔린 뜰에서도 세월의 흔적이 보이는 듯 하고...

 

 

 

널찍한 제1정원에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는 우물이 있다.

얼마나 깊은지, 지금도 물이 고여 있는지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이 성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을 우물의 존재가 

왠지 낯설지 않음은 나만의 느낌이었을까.

어느 시대나 어느 나라에서나 우물은

인간의 정 특히 여인네들의 정이 쌓이는 공간이 아니던가.

 

 

 왕가의 여름별장이던 건물이 현재는 박물관으로

다양한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블레드 성에는 박물관을 비롯해 레스토랑이 있어서 시간 여유만 있다면

맑은 호수를 내려다 보며 느긋하게 차라도 한 잔 하고 싶어진다.

 

 

 호수 주변 숲에 가을이 물들기 시작했다.

마리아 성모승천교회가 그림처럼 호수에 떠 있고

보일듯 말듯 7km에 이르는 호수 주변 산책로가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그 길을 걸어볼 날이 올 것 같지는 않기에,

나는 지금도 그 길을 산책하는 상상을 한다.

 

 

 

 정자 역할을 하는 이곳에 전국의 수재들만 모아놓고 

경영학 아카데미를 자주 열었다고 한다.

특별한 곳에서의 이벤트를 좋아하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비슷한 모양.

이곳에선 결혼식이 열리기도 한다는데,

여름날, 호숫바람이 시원하게 부는 이곳에서 치르는 결혼식은

그야말로 천국의 이벤트가 될 것 같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교회 내부.

바로크 양식에 성모상과 프레스코화가 유난히 아름다운 이곳엔

단 세 명만 앉을 수 있는 성가대가 있는 것으로도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 남을 것이다.

 

 

 

 위에 보이는 좌석 3개가 바로 성가대 자리다.

 

 

기념 주화를 손으로 직접 제작하는 '장인'을 만났다.

아버지로부터 전수받아 관광객들에게 주화를 새겨주고 있는데,

제작 과정을 좀 보여달라고 했더니 중세시대에 조폐소였던

지하의 작업실로 흔쾌히 안내한다.

대를 이은 장인의 손길이 곳곳에서 숨쉬고 있는 것 같아

또 한 번 중세시대로 거슬러 올라간 느낌을 받으며

기념 주화 하나 새겼다.

(마침 그날, 일행 중 생일 맞은 분이 계셔서 선물로 드렸다^^*)

 

 

이곳의 작품들은 대를 이은 것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직접 주화에 글을 새기는 모습(아래 사진).

 

 

 

지하실(기념 주화 만들던)에서 올라오다 발견한 건데,

건물을 무성하게 덮은 덩굴나무가 바로 한 그루에서 퍼진 것임을 알고는

구불구불 휜 줄기에서 굴곡진 삶이 느껴지는 이 나무 역시

몇 백년 전에 심어진 게 아닐까 하는 상상을 했다.

 

 

 

왕가 별장이던 이곳, 지금은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그 옛날 화장실(어린이용)로 쓰였던 곳인데,

절벽 위에 위치해 있어 볼일을 보면 곧바로 호수로 낙하하게 되어 있다고.

화장실 조그만 창으로 블레드 섬의 성모승천교회가 한 눈에 들어온다.

 

인구 8천 명 정도의 블레드 시가 마치 동화속 마을처럼 아름답다.

블레드 호수와 성을 곁에 두고 사는 저들이 부럽다는 생각을

잠시 해보지만, 여행자로서의 감흥이 좋은 거라는 

나름대로의 위안을 해본다.

 

블레드 성의 모형도.

 

 

블레드 성에서 시간을 보내고 다시 버스로 이동한다.

구불구불한 길 주변이 온통 숲이라 산책하듯 걸어도 좋을 만큼 아름답다.

 

 

 길 가의 기도소(?).

누구나 들어가서 기도할 수 있지만,

어쩌면 여행객을 위한 배려에서 설치된 게 아니었을까...

 

 

좁지만 정겹기 그지없는 마을의 골목길을 지나 다음 장소인

레스토랑으로 이동한다.

 

 

 발칸을 여행하면서 좋았던 것 중 하나는 지중해식 식사였다.

올리브 오일이 듬뿍 들어간 신선한 샐러드와 풍부한 과일로,

집에서라면 하루 두 끼 정도 찾아먹는 게 고작이던 내가

날마다 식사 때를 기다리곤 했다는~^^*

 

 

호수의 길이 2천m, 폭 1천 4백m, 깊이는 30m, 호수 둘레 7km

호수 주변에서 섭씨20도가 넘는 광천수가 솟아

항상 따뜻한 수온을 유지하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여름 뿐만 아니라

겨울에도 수영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에메랄드빛 호수 가운데에 떠 있는 작은 섬과 성모승천교회,

호숫가 100m 절벽 위에 있는 블레드 성이 일년 내내 관광객을 불러모은다.

그럼에도 여느 관광지보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여서

유럽 뿐 아니라 세계 각지의 유명인사들도 자주 찾는다고 한다.

 

사진 찍기를 좋아하다보니 정작 내가 찍히는 일은 별로 없다.

하지만 이곳에서만큼은 남편과 함께 나도 인증샷을~!!ㅎㅎ

 

 

블레드 호수에 떠 있는 작은 섬 성모승천교회의 '소원의 종'을

남편과 함께 울렸다.

같은 소원을 동시에 빌며~~^^*

 

플레트나라는 무동력 배를 타고 성모승천 교회로 들어가는 모습을

일행 중 한 분이 찍어주셔서 멋진 인증샷으로 남게 됐다^^*

 

(아래 제목을 클릭하시면 발칸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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