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발칸

루마니아 들판서 만난 귀여운 양떼와 개성만점의 집들

릴리c 2012. 10. 22. 08:30

<발칸1>시골길 아름다운 집들과 양떼, 보는 것만으로도 푸근했던 마니아 여행

                                      동화 <양치기 소년>이 현실 속으로 걸어나온 목동아저씨

 

리처드 클레이더만의 피아노곡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와 팬플룻의 목가적이고 서정적인 연주

외로운 양치기란 곡이 대유행했던 1970년대 후반은 20대의 내가 한창 열애에 빠졌던 시기였다.

발칸 여정의 마지막 나라 루마니아는 바로 외로운 양치기를 연주한 게오르그 잠피르의 고국

이다.

드라큐라 성을 구경하고 돌아오는 길에서 만난 양떼와 양치기 어른은 그래서 더더욱 반가웠고,

아련한 팬플룻 연주의 '외로운 양치기' 멜로디가 떠올라 나는 잠시 연애시절로 돌아가 풋풋한

20대를 회상하기도 했다.

 

그토록 고대하던 발칸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이 이번 여행에선 통하지 않을 만큼 내 기대를 채워주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여행이었고,

13일간의 여행기간 동안 하루하루 시간 가는 게 아까웠으며 오래오래 머물고 싶은 그곳을

떠나야 한다는 게 말할 수 없이 안타깝고 아쉬운 순간의 연속이었다. 

집에 돌아와서도 마음은 줄곧 아름답고 운치 가득한 중세 분위기의 그 도시들을 끊임없이

헤매고 있었다.

 

 

여행기를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행복한 고민에 빠지기도 하면서 일주일을 보내고 나니

이제야 조금씩 제정신으로 돌아온 느낌이다.

맨 처음 도착한 뮌헨부터 포스팅을 할까, 아님 가장 인상 깊고 좋았던 곳부터 시작할까,

고민 아닌 고민을 하다가 마지막 방문국루마니아의 끝없이 이어지는 들판과, 그곳

고속도로에서 뜻하지 않게 만난 양떼 그리고 똑같은 모양이 하나도 없는 개성 만점의

예쁜 집들을 떠올리곤 결국 난 루마니아의 들판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어릴 적 읽었던 <양치기 소년>이 어른이 되어 내 앞에 나타났다는 착각을 일으키게 한 

목동아저씨의 환한 미소가 지금 또다시 나를 웃음짓게 만든다.

 

 

유난히 평야가 많은 루마니아에서 차를 타고 몇 시간씩 이동하다 보면 그림 같은 풍경이 줄곧

눈 앞에 펼쳐진다.

멀리 일직선을 이루는 가로수가 아련한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때로는 들판 한 가운데에서 풀을

뜯는 양떼의 평화로운 모습에 마음까지 평안해짐을 느끼며, 일상을 벗어난 여행의 매력에 푹

빠져들기도 했다.

그러다 바로 눈 앞 가까이에서 만난 양떼들의 고속도로 횡단...

갑자기 발생한 사태에 흥분한 나머지 흔들리고 중심 잃은 사진이 되고 말았지만,

어쨌든 신나는(?) 장면을 담을 수 있어서 즐거웠다.

 

 

보통은 멀리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양떼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보게 된다.

멀리서 꼬물꼬물 움직이는 것이 마치 벌레들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단조로운 들판 풍경에

더없는 포인트가 되어주기도 한다.

그러던 것이...

어느 순간, 느닷없이 내 눈 앞에 나타난 것이다.

고속도로를 지나던 모든 차들을 정지시킨 양떼의 횡단은 그야말로 진풍경이 아닐 수 없다.

 

 

 

목동과 양몰이 개들에 의해 일사불란하게 길을 건너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다.

 

 

 

 

 

 

그런데...

앗, 양치기 소년?

어렸을 때 읽은 동화 <양치기 소년>이 현실 속으로 걸어나온 것 같다.

내가 어른이 되었듯이 그 역시 어른이 되어서...

열심히 셔터를 누르는 버스 안의 나를 보자

그는 아예 차 앞으로 다가와 웃음을 날려준다.

모자와 조끼, 한 손에 막대기까지 그리고 미소까지

어쩜, 꼭 닮았다~!!ㅎㅎ

 

(이미지 출처 : 북공간 펴낸 <양치기 소년> 표지)

 

 

 

끝없는 들판을 가로지르는 양떼와의 짧은 조우에 몹시 아쉬움을 느끼며 멀어지는 모습까지

담아보았다.

버스가 움직이고 내 마음도 따라 움직이니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손가락도 흔들린다.

 

 

또 다시 끝날 것 같지 않는 평원을 달린다.

루마니아의 다음 목적지인 펠레슈 성을 향해...

 

 

 

 

발칸 중에서도 루마니아에서 강하게 받은 인상은 집들이 저마다 개성 넘친다는 사실이다.

똑 같이 지은 집이 하나도 없는 데다 건물의 모양도 모두 예쁘다는 것에 놀랍기도 하고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곳이 공산국가였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작지만 벽면을 예쁘게 그린 소박한 집도 있고,

일반 주택인지 관공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독특한 양식의 건물도 보인다.

 

 

 

차창을 스치는 집들은 하나같이 편안해 보이고 아름다웠다.

 

 

 

 

 

 

 

어떤 사람이 사는지 궁금한 고성을 연상케 하는 건물도 있었고...

 

 

 

동화 속 궁전 같은 건물도 있었다.

그 중에는 호텔이라는 문패가 걸려 있는 곳도 있었지만...

 

 

중세 분위기 물씬 나는 아름답고 고풍스러운 집들도 있었지만,

때로는 소박하면서도 정감 넘치는 루마니아 시골집들에서 그곳 사람들의 따뜻한 정서를

느끼기도 했다.

직접 만나 본 현지인들은 외지인들과 쉽게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실제로 마주쳤을 때 미소로 답하는 그들에게서 '집' 같은 따스함이 전해져 왔다.

 

 

 

 

시골이든 도시든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죽은 이들의 집'.

무덤은 그들에게 혐오의 공간이 아닌 '공존'의 터로 가까이에 두고 산다.

 

 

우리나라 개념의 '빌라' 쯤 되려나, 아무튼 우리의 시골집 풍경과 다른 '시골집'이 주변 풍경과

편안하게 어우러져 있다.

 

 

 

 

 

 

 

 

 

 

 

 

화장(火葬)하는 문화가 아닌 그곳에서 사자(死者)에게도 '집'은 필요하다.

 

 

 

발칸여행, 다음을 기대해 주세요~^^*

 

발칸6국 여행시기 :  2012년 10월 2일~14일